한미약품이 기술 수출 계약 해지 위기와 직면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글로벌 파트너사인 사노피가 당뇨 신약에 대한 권리를 반환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새어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은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가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의향을 통보했다고 14일 발표했다.
계약에 따라 한미약품과 사노피는 120일간 해당 문제를 협의하고 이후 권리 반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한미약품은 신약의 권리가 반환된다 하더라도 이미 받은 계약금 2억유로(약 2643억원)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이번 권리 반환 통보에 대해 한미약품은 사노피가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CEO를 교체한 사노피는 기존 주력 사업인 당뇨 질환 연구 중단을 골자로 한 R&D 개편안을 내놨다. 이에 암이나 희귀 질환, 혈액·심혈관 질환으로 연구 분야를 개편함과 동시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파이프라인에서 빼버렸다.
비록 R&D 계획에서는 삭제됐지만 사노피는 한미약품과 관련 업계에 당뇨 신약 완성 의지를 수차례 표명해 왔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사노피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상업화를 담당할 최적의 파트너를 찾겠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사노피가 돌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겠다고 통보하자 한미약품은 당황스럽다는 기색을 내비췄다. 글로벌 임상 3상이 완료되기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작스러운 권리 반환 소식에 한미약품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 됐다.
해당 소식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컸다. 증권 시황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주가는 14일 종가 기준 25만2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13일 27만9000원에 비해 무려 9.5%(2만6500원)나 떨어진 수치다.
장중 한때 24만50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대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 발표에 바닥을 찍고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개장부터 장 마감까지 주식 시장에 깔려 있던 하락세를 반등시키기에는 무리였다.
주식 거래량도 최근 6개월내 최대 규모였다. 14일 한미약품 주식은 34만496건이나 거래됐다. 13일 거래량 6만9321건 대비 약 5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업계는 이번 악재로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이 이날 하루 동안 3138억원 증발했다고 분석했다.
사노피발 악재는 한미약품의 향후 실적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한미약품은 당뇨 신약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서둘러 완수해 실적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었던 만큼 향후 실적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실적은 올해 들어 갑작스럽게 부진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실적(연결 기준)을 살펴보면 △ 2015년 매출액 1조3175억원, 영업이익 2118억원, 당기순이익 1621억원 △ 2016년 매출액 8827억원, 영업이익 268억원, 당기순이익 303억원 △ 2017년 매출액 9166억원, 영업이익 822억원, 당기순이익 690억원 △ 2018년 매출액 1조160억원, 영업이익 836억원, 당기순이익 34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미약품의 지난해 실적(연결 기준)은 매출액 1조1136억원, 영업이익 1039억원, 당기순이익 63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미약품은 최근 5년간 높은 매출을 기록해 왔다. 2015년 매출액이 1조3175억원을 달성하며 ‘1조 클럽’에 가입한 한미약품은 2016년 매출액이 8000억원대로 크게 내려 앉았다. 그 해 사노피와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 계약을 체결한 한미약품은 이듬해부터 다시 매출이 증가해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조 클럽에 복귀했다.
그간 우수한 실적을 올려온 한미약품은 올해 들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882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3029억원 대비 4.9%나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4분기 299억원보다 3.8% 줄어든 299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더욱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172억원과 비교해 33.1% 급감하며 115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173억원에 비해서도 33.4%나 떨어진 수치다.
올해 실적이 예년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가운데 사노피의 권리 반환 악재마저 겹치자 한미약품의 향후 실적이 반등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한미약품은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든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을 반드시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노피가 공공연하게 임상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해온 만큼 협의를 통해 글로벌 임상 3상을 서둘러 마무리 짓고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사를 물색해 당뇨 신약 출시에 문제없도록 진행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의 이번 결정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안전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상용화될 시점에는 GLP-1 계열 약물의 세계 시장이 1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시장성도 충분하다”며 “에페글레나타이드와 경쟁 약물인 트루리시티와의 우월성 비교임상 결과가 나오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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