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민식이법’을 둘러싼 국민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진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민식이법 폐지를 청원합니다”는 내용의 2차 국민청원의 경우 지난달 22일 35만4857명으로 청원 종료됐다. 현재 3차 청원이 진행 중이며 17일 12시 기준 3431명이 청원에 동의하는 등 민식이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들이 상당수가 나오고 있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12월 24일 개정된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같은 해 9월 11일 있었던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에서 일어난 김민식 군 사망사건을 계기로 논의돼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안이다.
구체적으로 스쿨존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2건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MBC의 한 프로그램에서 피해자 부모들이 해당 법안의 발의를 호소한 부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스쿨존 횡단보도는 말할 것도 없고 스쿨존 전체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당초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발의된 법안이지만 현실은 어린이도 운전자도 행복하지 않은 법안이 됐다.
구체적으로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법에 의해 운전자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돌발적인 사고가 났다 하더라도 운전자에게 과실이 단 0.1% 라도 있다면 벌금형 이상이므로 범죄 전과기록에도 남는다.
사망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과실치사임에도 불구하고 살인에 준해 처벌하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와 처벌 수위가 같다.
지난해 5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 개정안’ 이전까지는 차량 대 차량 사고 과실비율 기준 57개 가운데 일방과실이 인정되는 사례가 겨우 9개에 불과했다. 차량 대 차량의 사고도 마찬가지인데 하물며 차 대 사람의 경우에는 스쿨존 외에서 일어난 무단횡단 사고를 제외하고는 차량의 보행자 주의의무와 맞물려 운전자에게 과실이 ‘제로’ 인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내비게이션 앱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을 우회해서 안내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아이들을 학교에 등교시키는 통학차량이나 학원 통원 버스조차 스쿨존 밖에서 아이들을 등하교 시키는 일들이 발생했다.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결과적으로는 스쿨존을 이용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법으로 바뀐 것이다.
법치주의에 있어서 적정성의 원칙이라는 말이 있다. 형벌 법규에 의한 실질적인 필요성이나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형사재판에 있어서 불분명한 부분이 1%라도 있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한다는 2000년 대법원의 판결 역시 있다. 잘못되거나 명확하지 않은 법으로 인해 다수의 억울한 피의자가 양산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우선 보호해야한다는 원칙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했을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법이라면 합리적으로 재검토해서 모든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환인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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