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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실효성 논란

여론 달래기식 보여주기 규제에 국내 기업만 n번방 불똥

개인정보침해 우려에 해외기업 규제도 미지수…“충분한 검토 이뤄졌어야”

조성우기자(jsw5655@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5-25 13: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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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141건의 안건이 의결된 가운데 n번방 방지법, 넷플릭스 규제법 등도 함께 통과돼 잡음이 일고 있다. 사진은 국회의사당. ⓒ스카이데일리
 
여·야가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그동안 처리하지 못했던 민생법안 등을 처리한 가운데 관련업계의 반발을 일으켰던 일명 n번방 방지법,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도 함께 처리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재산권 침해, 사용자 검열 등 각종 부작용 우려를 사고 있다.
 
텔레그램 빠진 n번방법 통과에 국내 업체들 역차별·개인정보침해 부작용 우려
 
국회는 지난 20일 진행된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법률안 133건 등 총 141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특히 이번 본회의에선 코로나 대응법안 및 민생법안 등과 함께 n번방 방지법, 넷플릭스 규제법 등이 함께 처리됐다. 앞서 해당 법안들은 같은 날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법사위)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다.
 
n번방 방지법, 넷플릭스 규제법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일컫는다. 해당 법안들은 n번방 사건 재발 방지 및 넷플릭스 무임승차 등을 방지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들 중 일부 법안들은 검열·국내기업 역차별·실효성 논란 등에 휩싸인 상황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및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 촬영물 등을 차단·삭제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만약 해당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여론 안팎에선 해당 법안들로 인해 민감한 정보 등에 대한 검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가 이메일, 블로그, 메신저 등 개인 사생활 영역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불법 촬영물을 100% 걸러내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벌칙조항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반응도 나온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기자] ⓒ스카이데일리
 
특히 해당 법안에 역외 규정이 포함됐지만 규제 대상에 n번방 사태의 주무대였던 텔레그램 등 해외사업자에게 실효적인 법 집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돼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사업자만 엄격한 제재를 받는다며 역차별 운운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20일 국회 법사위에 참석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사업자에 (규제)실효성이 있는지, 불법촬영물 유통방지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 관리적 조치가 비공개통신까지도 들여다보는 것인지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는 넷플릭스 규제법도 담겨있다. 넷플릭스 규제법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게 국내 망 품질 관리에 대한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이 골자다.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의 트래픽 부담이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에 아무런 대가를 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 대한 국내 통신사들의 교통정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모양새다. 넷플릭스와 소송을 진행했던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넷플릭스와 독점 제휴를 맺고 있는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캐시서버를 설치했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통신 서비스 품질은 당연히 통신사가 관리해야 하는데 넷플릭스 한 곳만 보고 고객사인 인터넷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전자서명법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우편대체법 △국가정보화 기본법 △정보통신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등도 처리됐다.
 
다만 민간 데이터센터(IDC)를 국가 재난관리 시설로 지정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이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민간 데이터센터를 재난 관리 시설로 등재하면 정보통신망법의 데이터센터 보호 규정과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단체·관련업계 반발에도 정부는 “우려 없다” 일축
 
시민단체와 관련업계는 해당 법안 처리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1300여개 스타트업 모임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공동의견서를 관계 당국에 전달했다.
 
이들은 불법영상물 유통 근절이라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기업 재산권을 부정하고 사적 검열을 조장하는 법이다”며 “구글·넷플릭스·텔레그램 등 해외 사업자에겐 집행력이 부족한 법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 관련업계에서는 n번방 방지법 및 넷플릭스 규제법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나 검열, 국내기업 역차별 등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스카이데일리
 
이어 “해당 법안은 대기업인 이동통신 회사 이익에는 크게 부합하고 다수의 인터넷 기업과 스타트업, 소비자 편익은 침해한다”며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는데도 규제 정도나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오픈넷 이사를 맞고 있는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n번방 방지법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고 통신 사업자들에게 이용자를 감시하라고 부추기는 조항이다”며 “국제 인권 기준에도 크게 어긋나는 법이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넷플릭스 규제법에 대해서는 “입법안이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며 “좋게 해석하면 부가통신사업자가 충분한 접속 용량을 확보하라는 의도겠지만 다르게 보면 망이 혼잡한 비용을 부가통신사업자더러 책임지라고 하는 입법이다”고 우려했다.
 
관련업계와 시민단체의 우려에 정부와 여당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n번방 방지법에 대해 “온라인에 공개된 콘텐츠들만 대상이다”며 “개인 간 사적 대화를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도 입장문을 통해 “불법 성착취물 유통을 방지·처벌하는 데 법적근거가 미비했던 부분을 보완·강화하려는 취지다”며 “텔레그램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고 국내 사업자만 규제하는 꼴이므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불법 방조행위일 뿐이다”고 반박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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