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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의 음양오행 경제

거대한 조정인가, 전혀 새로운 세상인가 (I)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변화 조짐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5-30 10:16:53

 
▲ 김태규 명리학자·칼럼니스트
좋았던 옛 시절
 
예전에 일본이나 우리의 경우 평생직장이 기본이었다. 미국 역시 1970년대까진 한 번 직장에 들어가면 은퇴할 때까지 직장 변동이 그렇게까지 크진 않았다. 피고용자의 입장에선 대단히 안정적인 세월이었다.
 
베트남 전을 계기로 시작된 흐름
 
그런데 1980년대 초반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여파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했으며 게다가 신흥의 일본에게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업들은 이른바 ‘구조조정’이란 것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구조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기업들은 기존의 사업구조와 소유구조, 자본구조, 경영구조, 지배구조 등을 변화시켜가기 시작했으니 그 핵심은 철저하게 수익을 지향하자는 것이고 생산성이 없는 분야 즉 돈이 되지 않는 부문을 과감히 통폐합하거나 또는 축소하는 것이었다. 예전엔 기업들 역시 시장 점유율이라든가 기타 체면이나 위신이란 것을 중요시하는 보수적 성향을 보였으나 이젠 오로지 이해타산에만 몰두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구조조정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예전에 없던 연봉계약제도와 비정규직의 채용이 대폭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우리 사회 역시 양극화가 심화되어왔고 직업적 안정성은 극도로 떨어졌다.
 
구조조정은 그런데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갔으니 이른바 ‘아웃소싱’이란 개념이다. 이는 1989년부터 일반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1990년에 소개된 논문 하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으니 바로 “기업의 핵심 역량 이론”이란 논문이었다. 내용인 즉 기업은 핵심 사업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부수적인 부문은 외주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99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논문인 “The Core Competence of the Corporation”이 그것이다.)
 
선도 기업이 되기 위해선 오로지 기업의 핵심 역량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평범한 요소들은 외주로 넘기거나 아니면 매각 등을 통해 버려야 한다는 새로운 경영 개념과 사조가 기본 경영 사조로 자리를 잡았고 이에 구조조정이라든가 아웃소싱은 너무나도 흔한 일상사가 되었다.
 
중국의 공짜 인건비가 가져다 준 변화
 
처음에 아웃소싱은 미국 내에서의 일이었는데 나중엔 그리고 특히 제조업 분야에선 국경을 넘어 대량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바로 저렴한 인건비의 중국이 그 대안이 되어 주었다. 미국은 1979년 초부터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했기에 미국의 제조 기업들은 거의 공짜나 다름이 없는 중국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감안할 때 중국 현지에 공장을 차리거나 또는 기술 지도를 통해 세워진 중국 기업들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최상의 방안이 되어준 것이다.
 
이런 흐름은 1994년 무렵 ‘글로벌화’란 이름을 달고 더욱 더 박차가 가해졌다.
 
그러자 기업들의 자기자본의 투자에 대한 이익률 이른바 ROE(자기자본이익률)는 급격히 높아졌고 당연히 기업들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실적이 좋아졌으니 기업의 고위간부들은 엄청난 급여를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을 더욱 부채질한 것이 있었으니 투자은행들과 재무 컨설팅 회사들이 제공하는 극도로 다양한 재무 금융기법들이었다. 인수합병과 사업 부문의 분리 매각, 매수기업의 자금이 부족할 경우 매수대상 기업의 자산과 수익을 담보로 금융기관에게서 자금을 차입하여 매수합병을 하는 차입매수(LBO)와 같은 다소 수상한 방법까지 동원되면서 기업들은 사모펀드의 사냥감으로 전락해갔다. 당연히 기업 내 종업원들의 안위는 이제 관심 밖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국 내 제조업의 일자리는 말살되다시피 했고 단순 사무직 자리 또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콜센터만 해도 처음엔 영어권인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이전되었고 나중엔 더 저렴한 인도로 옮겨갔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경제권 국가들의 제조업은 거의 말살되었고 단순 사무직 역시 극도로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은 그야말로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양극화의 원인
 
오늘날 극심해진 세계적 양극화와 선진경제권 국가내의 양극화는 그 배후에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흐름들이 놓여있다. 그 결과 저소득 대중들의 불만은 엄청나게 높아져 갔지만 저렴한 중국산 일상 소비재들이 선진 경제권 시장으로 대량 유입됨으로써 그들의 생활고를 덜어준 것 또한 사실이다. (돈 없는 서민은 중국산을 쓰고 돈 많은 이들은 명품을 쓰는 구조 말이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이처럼 구조조정과 아웃소싱이 글로벌 규모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다. 국제적 분업과 물류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 정교하게 얽혀있는 구조인 것이고 또 여기에는 정보기술(IT)이 뒷받침되면서 극도로 다듬어지고 정교해질 수 있었다.
 
예컨대 미국 애플 아이폰의 경우 설계는 애플이 했지만 그에 들어가는 정교한 부품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여러 기업들로부터 조달한다. 또 그 부품들 역시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원자재와 하위 부품이 조달된다. 하지만 최종 조립은 대만기업 폭스콘이 중국 현지에 차려놓은 거대한 공장에서 중국 노동자들의 손을 통해 이루어지고 이에 상표를 부착한 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으로 팔려나간다.
 
미국기업들이 주도한 이와 같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안에는 그야말로 전 세계의 무수히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또 그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 마디로 미국이 만들어 놓은 정교한 국제적 분업체계이자 물류 구조인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알려준 것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는 그간의 흐름에 대해 엄청난 브레이크가 되고 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그야말로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지구촌의 최강자가 아니겠는가. 그렇건만 이번 사태는 미국이 안고 있는 취약점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 마스크나 보호용 비닐, 산소호흡기 그리고 소독용 알코올마저 없어서 방역이나 치료가 되지 않고 무수한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가고 있으니 미국으로선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건 으레 저인건비의 중국 공장에서나 만들어지는 것이지 소득과 생산성이 높은 미국에선 감히 생산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품목들, 어쩌면 미국 생산으로선 아예 이윤 자체가 나지 않는 물품들이 이번 사태에선 희귀품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더 이상 중국의 상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작심을 한 미국으로선 이번 사태야말로 크나 큰 경종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오로지 이윤 동기만이 지상과제가 되어 왔던 미국 기업과 산업계였던 것이고 시장논리만이 지배하던 미국이었기에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그간의 흐름에 조정이 시작되고 있으니
 
세상사 모든 흐름은 60년을 하나의 순환 주기로 하기에 그 절반인 30년이 지나면 반대의 흐름이 생겨나는 법, 아웃소싱이란 것이 1989년부터 일반화되기 시작했고 기업의 핵심 역량만 강조되기 시작한 1990년으로부터 이제 30년이 흘러 2020년이 되자 더 이상 그냥 이대로 갈 순 없다는 자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부터 논의되던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 즉 생산 거점을 다시 미국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요구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제조업이 그렇다.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서구 선진경제권의 모든 제조업이 중국으로 몰려갔던 바, 이제 다시 중국에서 나오는 흐름이 본격화될 참이라 하겠다.
 
미국의 중국 견제와 맞물리고 있으니 사태는 일파만파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앞에서 얘기했듯이 중국을 더 이상 그냥 두지 않으려는 미국의 세계 전략 또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다분히 흥행을 위한 쇼의 측면이 있다. 트럼프는 정치인인 까닭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 역시 미국의 일반 유권자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금년 하반기의 대선에서 반대 진영인 민주당이 승리한다 해도 중국 때리기는 방법 상의 차이야 있겠으나 기본은 크게 변함이 없을 거란 얘기이다.
 
하지만 그간에 만들어져온 극도로 정교한 국제분업체계인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있어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일반 소비재, 가령 홈 쇼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의류 품목들을 보면 거의 다 중국산 아니면 베트남 산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제 중국을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서 제외시키고자 한다. 더 이상 중국에 대한 의존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보면 미국은 너무나도 많은 품목들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에서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바로 미국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제 중국과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한다. 흔히 말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을 해보고자 한다. 이는 그야말로 엄청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돈의 흐름, 이익을 따라 형성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 즉 중국을 꺾어놓겠다는 목표에서 그간의 구조를 변경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시장과 무수히 많은 마찰을 일으킬 것이 너무나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오늘 이런 글을 쓰는 까닭은 물론 우리와의 관련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이 길어지고 있어 이번 글은 여기에서 그치고 다음 글에서 맺음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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