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지영·엄도현 기자] 정부 차원의 사이버 안보와 관련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북아 지역의 역학관계의 중심에 놓여 있어 언제든 사이버 공격을 받을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응책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4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사이버안보 대응 계획서를 발간하며 사이버 안보 분야 정책 방향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겉만 번지르르한 정보·통신 강국, 사이버 공격 시엔 컨트롤타워 없이 속수무책
현재 우리나라는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공공·민간·군 등으로 나눠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국방부 등이 실무를 맡고 있다. 실무 조직이 나뉘어 있다 보니 사고 발생 시 원인 규명과 대처 방식이 서로 다른 상황이다. 부처 간에 업무 공유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이 단순 조정 역할을 넘어 자체적으로 ‘기본계획 및 실행계획’을 수립·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해당 업무를 처리 할 별도의 전담 부서를 조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법률적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국가 총력전 개념에 입각한 ‘통합방위법’의 작전 영역에는 사이버공간이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모든 무기체계가 사이버공간과 연결되고 사이버공간을 통해 능력이 발휘되는 상황에서 한국군은 ‘사이버공간작전’을 수행할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한국의 사이버 안보와 직접 관련된 법령은 2005년 1월 대통령 훈령으로 제정된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국가 차원의 사이버 정책보다는 2004∼2005년 제정 당시 국가 정보통신망 침해 사고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했던 상황이 반영돼 있다. 국회에서 사이버안보 관련 법안들이 몇 차례 상정됐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반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은 사이버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대응책을 법률로 제정한 사이버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위원회(NSC) 산하에 사이버안보국을 설치해 실무부처들의 개별적 사이버안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국토안보법’을 필두로 사이버안보와 관련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법규를 체계적으로 정비했다.
독일의 경우 연방 내무부와 산하 연방정보기술보안청(BSI)을 중심으로 각 부처가 분담하는 형식이다. 2015년 정보기술(IT) 보안법 시행을 통해 사이버안보 규정을 정비하고 IT 시스템의 보안을 제고했다. 일본도 2014년 11월 ‘사이버시큐리티기본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중국 또한 2017년 6월 사이버 주권 수호를 명시하고 사이버통제를 강화한 ‘사이버안전법’ 시행에 돌입했다.
영국은 사이버공격을 테러나 군사적 충돌 같은 1급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2016년 11월 정보수사기관이 특정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해킹할 수 있는 ‘수사권법’을 입법화했다. 아울러 비밀정보국·보안국·정부통신본부 등 3대 정보기관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관과 마찬가지로 해외 정보와 국내 정보를 분리해 운영 중이다.
육·해·공 이은 제4의 영역 사이버공간… 현대전 트렌드 발맞춘 법·인식 구축 시급
다수의 전문가는 국가 안보의 다른 축인 국가 사이버보안에 대한 컨트롤타워 구축과 실무부처의 독립성 강화, 보안체계 확충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사이버 공격 대처와 관련된 법 규정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정보기관을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하지만 영국은 표면상 모두 내각 소속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이에 비해 한국은 국방부 소속으로 돼 있지만 체계가 없어 사이버 공격과 안보 차원에 대한 대응이 전무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등은 대응 차원에서 사이버전쟁을 공식적인 작전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다”며 “한국도 통합방위작전 관할구역인 지상·해상·공중에 사이버공간을 제4의 영역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일된 사이버보안 추진 체계를 구성하고 사이버보안을 전체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제정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지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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