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귀결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급격한 발전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크게 바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비접촉 산업에 관심이 모아진 것도 ICT 발전의 영향이 크다. 나아가 전쟁·방위 분야에서도 ICT 역할과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모습이다. 현대전(戰)에서 지휘, 통신 체계는 대부분 사이버망으로 구축돼 있다. 상대국의 사이버망 붕괴 여부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연스레 전쟁의 무대는 지상, 해양, 공중 등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비물리적, 가상의 공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나라와 북한 간의 사이버전 전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사이버전에서의 우위를 다지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동시에 우리 전산망에 침투하려는 시도를 벌이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관, 기업 등의 전산망을 해킹해 국가와 개인의 중요 정보를 빼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최근엔 정보 뿐 아니라 금품탈취까지 시도한 흔적이 다수 포착돼 우려는 더욱 커진다. 스마트폰 대중화, 금융 디지털거래 활성화 등으로 북한의 사이버 침투로 인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덕분에 사이버안보에 대한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호국 보훈의 달 특집 세 번째 기획으로 ‘조여오는 사이버안보 위기’를 선정하고 북한의 대남 해킹 현주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중국과 북한의 여론 조작 행위, 한국의 사이버안보 대응 체계와 현실 등을 취재해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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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지영·엄도현 기자] 북한은 과거부터 우리나라에 전산망 해킹, 디도스(DDos) 공격 등 사이버테러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해왔다. 비대칭 전력 중 하나로 사이버전력 육성에 힘써온 북한의 사이버테러 행위는 정보유출을 넘어 최근엔 금품탈취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스마트폰 대중화, 온라인 산업 발전, 디지털뱅킹 이용자 수 확대 등으로 북한의 사이버위협의 강도와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군 전문가 등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사이버전(戰)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는 ‘지킬 것’이 많은 반면 북한은 인터넷 폐쇄 등으로 지킬 게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사이버테러 행위에 따른 반격이 어렵고 방어자의 입장에서만 사이버전에 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북한은 우리나라와의 사이버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조직을 구성하고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사이버전 전력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군사강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ICT 강국이라곤 하지만 주로 방어, 보안 쪽에 역량이 집중돼 있고 공격 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다. 정부와 군의 적극적 대처, 주요 국가와의 공조 등을 통해 사이버안보 능력을 제고해야 하는 이유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대남 사이버테러… 전산망 해킹부터 금품갈취·개인정보 유출까지
국가안보·사이버보안 전문가 등에 따르면 북한은 20여년 전부터 사이버공격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터넷 망 보급과 정보통신 기술 발전 등으로 사이버역량이 국가 간 군사경쟁 구도에서도 중요하게 지목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나라보다 사이버전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사이버공격을 시도하는 목적으론 국내 첩보 수집, 국내 전산망 해킹, 군사 지휘체계 붕괴 등이 지목된다. 최근엔 은행 전산망, 비트코인 거래소 해킹 등도 활발히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갈취를 통한 외화벌이가 목적이다. 최근 강화된 대북제재 등으로 외화수급이 어려워진 북한이 사이버공격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까지 북한의 사이버공격 주체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거나 해외 서버 등을 이용해 자신들이 공격한 게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때문이다. 대남 사이버공격 주체의 공식적인 명칭은 ‘북한 추정 해킹 단체’ 등이다. 북한 내 인터넷·사이버 망 보급이 미비하다는 점도 사이버공격 주체를 찾기 어려운 이유로 지목된다.
과거 2009년 디도스 테러, 2011년 농협 전산망 공격, 2013년 6·25 사이버 공격, 2014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풍자한 영화를 만든 소니픽처스 해킹,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등 크고 작은 공격을 반복해온 조직도 북한과 관련 있는 해킹그룹으로 지목된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사이버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Lazarus), 김수키(Kimsuky), 금성121(Geumseong121), 코니(Konni) 등도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중 ‘라자루스’는 한국과 미국 등을 대상 사이버 침투 작전과 함께 인터넷 뱅킹·비트코인 거래소 해킹 등을 수행하고 있다. 사이버테러를 통한 외화벌이 등이 목적이다.
‘금성121’는 지능형지속위협(APT) 공격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APT는 공격 대상이 알아차리기 어렵도록 오랜 기간에 걸쳐 정교하게 침투하는 전술이다. 일례로 금성121는 국내 특정 웹사이트 안내 게시판에 ‘2020학년도 모집공고역사’라는 제목의 악성 문서 파일을 올린 바 있다. 문서는 고등학교 역사 교육을 담당할 기간제 교원을 모집하는 내용이었다.
이 문서를 실행할 경우 이용자는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용자 정보는 해외 클라우드 서버로 은밀하게 전송되고 추가 악성 파일을 내려 받아 원격제어 공격 등으로 이어질 위험까지 있다.
금성121의 APT 공격 등은 첩보 수집이 주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지난달 국회 사무처를 사칭해 APT 공격을 펼친 바 있고 지난해엔 외교·통일·국방 관련 자유한국당 의원실까지 공격했다. 금성121는 주로 우리나라를 겨냥해 탈북민, 북한 인권 운동가, 북한 연구가, 언론인 등 북한과 관련된 단체 또는 관계자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김수키’는 상반기에 국내 방위산업체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확인된다. 외교, 안보, 언론인 등이 주요 공격 대상이다. ‘코니’는 주로 해외 서버를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계속해서 사이버 역량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향후 전쟁구도에서 사이버 공간이 굉장히 중요한 공간으로 지목되는 만큼 전력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의도에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역사상 대남 사이버공격 사례가 많은 만큼 과거부터 사이버 역량을 지속 강화해 온 것으로 확인된다”며 “우리나라도 사이버작전사령부를 설립하고 합참 산하로 보내는 등 사이버 역량 강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북한은 일찍이 관련 역량을 잘 강화해왔고 무엇보다 자신들이 사이버테러를 감행한 게 아닌 것처럼 위장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전쟁은 지·대·공에 집중돼왔지만 앞으론 사이버 공간이 굉장히 중요한 공간 중 하나가 될 것이다”며 “지휘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마비될 경우 전쟁수행 능력 자체가 마비될 수 있으니 그만큼 사이버 역량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압도된 한국 사이버안보 역량… “변하는 패러다임 발 맞춰 강화 시급”
우리나라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위협이 꾸준히 자행되는 만큼 우리나라의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는 필수 과제로 지목된다. 다만 사이버전 국면에서 우리나라는 북한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국토 전역에 인터넷망이 보급돼 있고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IoT)과 5세대 이동통신(5G)이 활발히 보급되고 있어 ‘지킬 것’이 많은 상황이다. 반면 북한은 폐쇄된 인터넷 환경으로 ‘지킬 것’이 많지 않다. 북한이 거리낌 없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사이버전 국면에서 우리나라가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는 만큼 사이버 대책 마련, 역량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개개인의 신고 노력도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사이버테러 위협이 컴퓨터,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 무기 시스템에까지 뻗치는 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안보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도 북한의 사이버공격 역량이 굉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들은 해킹을 통해 금품을 탈취하거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사이버전 국면에서 북한의 장점 중 하나는 방어할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인데 이는 북한의 공격력이 굉장한 것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위 말해서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하는데 북한의 사이버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북한의 사이버망을 공격하려 해도 북한은 컴퓨터 보급 등이 미비하니 공격할 것이 거의 없다”며 “우리나라의 사이버공격 능력이 제로(0)에 가까운 것도 문제지만 이처럼 공격에 나서려 해도 공격할 부분이 없으니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되고 무조건적으로 수비적인 입장에서 북한의 사이버공격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묵 센터장도 “북한은 테러 조직을 구성하고 젊은 인력을 양성하는 등 끊임없이 사이버역량을 키우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ICT분야에서 글로벌 탑클래스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테러나 해킹 등과는 거리가 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사이버 보안·차단 등 방어 측면에 특화된 국가인데 달리 보면 일방적으로 북한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다”며 “북한에 압도되지 않도록 사이버 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휘락 교수는 “하나의 서버가 잘못될 경우 연쇄적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 군은 전산망이 외부에서 연결되지 않도록 별도의 망을 구성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방어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도 PC 보안을 철저히 하고 쓸데없는 해킹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개인은 수상한 메일을 받았거나 해킹에 노출됐을 경우 간첩신고처럼 철저히 신고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군이나 기관에서 재빨리 접수해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을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보통 사이버공격을 생각하면 컴퓨터, 전산시스템, 스마트폰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격을 생각하지만 사이버보안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유럽 등은 현재 자동차나 F-35 등 최첨단 무기시스템에도 해킹 위협이 상존한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유럽경제위원회는 자동차가 해킹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면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 도입을 앞두고 있다”며 “미국은 자기들로부터 첨단 무기를 사간 나라의 사이버안보 수준을 검수해 요구한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전산망, 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만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는데 앞으로 첨단무기 구입 등에 나서려면 무기 체계 대응 등 분야에도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 기관이나 주요 기업들도 사이버보안 역량을 강화해야한다는 걸 알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게 해외에서도 통용되는 수준인지는 미지수다”며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을 통해 군의 첨단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예산 투입, 조직 개편 등이 병행돼야 하므로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주현 기자/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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