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성추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인권, 성평등 등을 강조하며 표심을 자극했던 민주당에서 정작 성범죄가 잇따르는 데 대해 많은 국민들이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여성인권 등을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은 민주당 내에서 유독 성추문이 대거 발생하는 배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에서는 개인적 일탈로 규정짓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르다.
민주당의 주력 세력인 운동권 세력의 문화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하는 집권여당 주력 세력의 문화라는 점에서 자칫 일반 국민들에까지 전파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와 주목된다.
운동권 출신 최영미 시인의 고백 “자유·평등·혁명 대의라는 미명 하에 유린당한 여성들”
“그 때 당한 성추행은 말도 못한다. 선거철에 합숙하면서 24시간을 일한다. 한 방에 스무명씩 겹쳐 자는데 굉장히 불쾌하게 옷 속에 손이 들어왔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58)은 올 2월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시집 ‘돼지들’ 개정증보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폭탄발언을 했다. 1980년대 한 진보단일 대선후보 캠프에서 일하면서 겪은 성폭력 경험을 공개했다.
최 시인에 따르면 캠프에서는 심각한 성폭력이 비일비재했다. 최 시인이 한 여성 선배에게 상담하자 “네가 운동을 계속 하려면 이것보다 더 심한 일도 참아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 시인은 “그 때 (성범죄를) 다 봤고 회의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최 시인의 충격적인 폭로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 시인은 “1992년 등단 이후 제가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을 했던 남자는 네 명이다”며 “권력을 쥔 남성 문인들의 이러저러한 요구를 거절했을 때 여성 작가가 당하는 보복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벌레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운동권 시절 서울 종로 일대에서의 대규모 시위 참가 후 남성 동기 집에서 겪은 성폭력 경험을 털어놨다. 해당 글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에 깨어나 보니 Y가 내 몸을 더듬고 있었다. (중략) 지렁이 같은 손이 또 내 옷 속을 파고들려 하자 벌떡 일어나 앉았다. 벽에 기대앉아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내가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그 시절을 글로 불러오는 건 1980년대가 여성들에게 어떤 희생을 강요했는지 말하고 싶어서다. 지금은 유명 정치인이나 국회의원이나 법조인이 돼 사회 지도층으로 성장한 그들. 선배·동지·남편이라는 이름의 그들에게 유린당하고 짓밟히면서도 여성들은 침묵을 강요당했다. 대의를 위해서. 민주주의, 자유, 평등, 혁명 등 내 앞에서 지금 그런 거룩한 단어들을 내뱉지 마시길.
“추종세력 거느리던 운동권 세력, 팬심을 복종처럼 받아들여 잘못된 행동”
1980년대 운동권의 주축 인물 중 상당수는 현재 여당인 민주당의 주축세력으로 군림하고 있다. 과거 성폭력 파문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그 중 한 명이다. 유시민 작가는 과거 안 전 지사에 대해 ‘운동권의 영재’라고 표현한 바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성추문 관련 사건에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유독 자주 연루되는 원인으로 ‘습관’, ‘선민사상(選民思想·특정인물이 구세주로 선택받았다는 사상)’ 등을 꼽는다. 김정희 바른인권여성연합 공동대표는 “주사파들은 과거 운동권 때부터 혼숙을 하며 일종의 성(性)공유제를 해왔다”며 “이들이 어릴 적부터 익숙하던 그 생활(혼숙)이 내부 모순과 부작용, 사회적 비판에 부딪혀 터지는 게 미투 사건이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운동권의 혼숙 문화는 뿌리가 깊다. 운동권의 시초 격인 프랑스 68혁명 구호 중 하나가 성해방이었다. 이들은 성해방을 가족 등 기존의 사회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반(反)문화 개념으로 해석했다. 68혁명 이후 1960~70년대 미국을 휩쓴 히피 운동에서는 집단성관계가 만연했다. 이들에게는 한 여성을 여러 남성이 공유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68혁명, 히피운동 등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운동권에서는 남성 운동가들에 대한 여성의 성상납을 심지어 ‘혁명을 위한 봉사’, ‘혁명을 위한 성의 무기화’ 등으로 포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주도의 대규모 폭력시위인 1996년 연세대사태로 운동권 세력이 위축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까지 최소 수십년 동안 이러한 문화에 길들여졌던 운동권 세력들은 지도층이 돼서도 성착취 습관을 버리지 못해 미투사건 등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김 공동대표 설명이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선민사상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운동권 대표주자로 나섰던 분들은 젊은 시절부터 거의 우상화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런 팬심을 마치 자신을 향한 절대적인 어떤 복종처럼 잘못 받아들이고 사회 지도층이 된 이후에도 실수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폭력이라 해도 위력에 의한 성관계는 분명 잘못된 행동임에도 잘못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성범죄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가해자를 옹호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순신 장군도 관노(官奴·관아 소유 노예)와 성관계를 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며 피해자를 노예에 빗대는 듯한 목소리도 있었다. 그릇된 팬덤과 이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선민사상에 경도된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성범죄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게 장 시사평론가의 주장이다.
보수진영에서는 운동권 세력의 모두의 잘못이라 규정짓긴 어렵지만 분명히 잘못된 부분이 있다며 운동권 문화를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운동권 내 정파인 민중민주파(PD)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한 인사는 “그 시절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점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이들도 분명 있다”며 “무차별 마녀사냥은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잘못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가져온 운동권 문화를 (정치권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며 “미투 운동을 계기로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사회적으로 구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