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을 정조준한 규제일변도의 정부 부동산 정책이 연이어 시행되면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분류되는 꼬마빌딩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제로금리 등으로 늘어난 시중 유동자금의 주택시장 유입을 인위적으로 막은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주택에 비해 규제를 덜 받는 꼬마빌딩의 몸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정부 부동산 정책에서 비롯된 꼬마빌딩 시세 상승이 애꿎은 소상공인 피해만 낳고 있다는 점이다. 꼬마빌딩 시세가 오르면서 자연스레 임대료도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빌딩의 경우 매수자가 대출이자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민의 목을 옥죄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택시장 자금유입 틀어막은 정부, 넘치는 유동성 규제 덜한 꼬마빌딩에 몰려
집값 안정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삼은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줄기차게 내놓았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투기세력에 있다고 못 박고 오로지 수요를 차단하는 데 열을 올렸다. 공급확대 대신 수요억제를 택하는 방식은 시장원리에 어긋나 결국 부작용만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에도 정부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당초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집을 사기 어려워지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왔다. 시장 유동자금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수익형 부동산에 몰리는 풍선효과도 그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수익형 부동산으로 분류되는 꼬마빌딩은 시세의 60∼70%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법인을 통해 매입할 경우 매입가의 80%까지도 대출받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 한 유동자금이 몰리면서 꼬마빌딩의 거래량은 급격하게 늘었고 시세 또한 가파르게 상승했다. 토지건물 정보 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2015년 399건에 달했던 서울 지역의 꼬마빌딩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701건으로 4년 새 1.8배(302건) 늘었다. 올해 거래량은 5월 말 신고분 기준으로 291건에 달했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의 경우 2015년 189건에서 지난해 306건으로 꼬마빌딩 거래량이 1.6배(117건) 증가했다.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서울 지역 꼬마빌딩 매매가는 2015년 대지면적 3.3㎡당 평균 3242만원이었으나 지난달 기준 평균 5549만원에 달했다. 5년 새 무려 71.1% 나 오른 셈이다.
일례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 꼬마빌딩의 3.3㎡당 토지시세는 지난해 4월 6014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4월 1억915만원으로 무려 81%나 급등했다. 비강남권에서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일대의 한 꼬마빌딩이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3.3㎡당 토지시세가 1억원 미만이었으나 지난 4월 기준 1억1525만원으로 올랐다.
갈수록 오르는 꼬마빌딩 몸값에 임대료도 껑충…“文 부동산 정책에 애꿎은 서민만 피해”
정부 규제로 꼬마빌딩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또 다른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기존에 비해 높은 가격에 빌딩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임대료를 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정부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풍선효과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마포구 상수동 와우산로에 위치한 T꼬마빌딩은 2016년 6월 리모델링이 된 이후 올해 4월 19억원에 매각 됐다. 매수자는 빌딩 매입 시 14억원 가량 대출을 받았다. 새로운 건물주는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기존 610만원이던 1층 임대료를 25만원 더 올렸다. 임대료가 오르며 임차인들의 부담이 늘었지만 건물주 입장에서도 임대료 인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우람 원빌딩 팀장은 “정부가 12·16부동산 대책을 통해 고가주택에 관한 대출을 전면적으로 막아 놓은 탓에 조금 더 돈을 보태 꼬마빌딩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다만 이자, 양도세 등도 적지 않기 때문에 매입 후 임대료를 올리는 경우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애꿎은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 논현동 소재 A한식점 점주 강윤태 씨는 “지난 2018년 말 건물주가 바뀌고 난 다음 임대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알려왔다”며 “처음에는 안 그래도 불경기로 어려워지는 와중에 추가적인 임대료 상승이 부담스럽다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건물주도 이자 비용 등 때문에 올리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재차 양해를 구해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주택시장을 옥죄니 결국 다른 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 신태산 씨는 “자영업자를 살리겠다며 ‘착한 임대인 운동’ 등을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정부 정책 때문에 더욱 어렵다”며 “주택시장 규제로 꼬마빌딩 거래가 늘면서 임대료를 올리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현재 주택시장 규제가 수익형부동산 시장의 풍선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하며 주택시장을 옥죄면 옥죌수록 다른 곳에서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꼬마빌딩 거래가 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꾸준히 시세가 오르는데도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주택시장 수요 억제에만 포커스를 맞출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안도 함께 내놨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정책 기조에 변화를 줘 수요 억제가 아닌 공급을 늘리는 식의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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