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통일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구호만 배웠을 뿐 통일은 우리들의 문제가 아닌 정치의 문제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통일을 이유로 시민의 여러 권리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문제의식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통일을 위한 과정에서도 시민의 권리가 무시당하는데 만약 통일이 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활동을 시작한 것이죠.”
남북분단 75주년이 됐지만 여전히 통일은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정부는 ‘굴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다양한 통일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의 과정 속에서 다양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정책에 대한 불만뿐만 아니라 시민으로서 당연하게 누려야 될 권리마저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다만 통일 때문에 시민들이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오종택 씨(26), 한대의 씨(31), 장한용 씨(25)는 ‘시민권리퍼스트’라는 단체를 결성해 이러한 문제 해결을 하려 나섰다.
서울 소재 같은 대학 다니는 친구들… 사회 문제 논의하다 크루 형성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발령된 9월 초 한산한 신촌거리에 자리잡은 은밀한 아지트 같은 공간에서 시민권리퍼스트 크루들과 만났다. 환하게 웃어보이며 자리를 안내하는 이들은 영락 없는 대학생 느낌이었다. 마치 대학교 동아리 방에서 선후배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실제로 세 사람은 서울 소재의 같은 사립대 동문들이기도 하다.
오종택 씨는 본인을 공학도라고 소개했다.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어 비영리단체(NGO)에서 활동을 하며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달에 전역을 하고 복학을 앞두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이에요. 대학교를 다니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했죠. 다만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사회 곳곳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NGO에서 활동하기도 했죠.”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한대의 씨는 고향이 북한이다. 우리나라로 내려온 후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며 사업가의 길을 꿈꾸기도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한 뒤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2009년에 우리나라로 내려오게 됐어요. 그리고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면서 남한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대외활동 등을 통해 많은 사람과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 됐죠. 당초 사업가의 길을 고려했었는데 졸업 이후에는 프린랜서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했죠. 3년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 중이에요.”
“사회문제와 관련된 많은 대외활동을 하던 중 한 모임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곳에서 많은 친구를 만났고 종택이도 만나게 됐죠. 거기서부터 인연이 돼 지금까지 연대를 하고 같이 활동하고 있죠.”
앳된 웃음을 보인 장한용 씨도 막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장한용 씨는 형들과 다르게 사회문제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고 학교생활만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는데 오종택 씨를 만나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제 막 전역을 해서 기분이 좋아요. 저는 정말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던 학생이었어요. 동아리 활동도 하고 공부도 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생이었죠.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어느날 동아리 방을 갔는데 종택이 형이 누워있더라고요.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이런 문제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통일 과정의 부작용 본 청년들… 인식개선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처음엔 통일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일은 막연한 국가적 목표이고 정치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종택 씨는 정치가 주도하는 통일이 될 경우 시민의 권리가 많이 훼손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껴 시민권리퍼스트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이야기만 들으면서 자랐을 뿐 정작 통일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우리들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통일을 위한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시민의 권리가 무시되는 상황을 목격을 하게 됐죠. 만약 이런 식으로 통일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북한 주민도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리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통일 과정에서 시민 권리 등이 무시된 대표적인 사례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국가대표들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죠. 하지만 결국 올림픽을 얼마 안 남겨둔 시점에 단일팀이 급조됐어요. 우리나라 선수들의 권리와 꿈이 남북 평화, 통일이라는 명분하에 무시된 거죠. 이러한 상황은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어요. 지금 이러한 현상을 바로잡지 않으면 통일 직후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시민 권리는 더욱 무시당할 것 같아요.”
한대의 씨 역시 통일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종택 씨를 비롯한 많은 사람을 만나며 통일 한국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학교를 다닐때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통일에 대한 문제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을 했죠. 통일이라는 단어를 마음 속에서 지워두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통일을 명분으로 시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미래 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느낌도 받았고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통일 한국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장한용 씨는 통일의 과정에서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도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로 개성공단을 들었다.
“우리나라와 북한이 통일의 한 과정으로 개성공단을 운영했어요. 그곳에서 북한 주민들이 임금을 받고 일했어요. 하지만 그 임금 중 일부를 북한이 갈취를 한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알려졌는데도 그들도 우리도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죠. 이런 현상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민권리퍼스트는 통일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민권리의 무시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고 일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 인식 개선 활동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안에 5개의 시민단체를 모시고 통일과 그 과정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도출할 생각이에요. 통일 한국의 주인공인 청년들에게 통일에 대한 생각을 묻고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도 전개할 계획이죠. 이제 시작하는 단계지만 잘못된 통일 과정을 바로 잡는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할 예정이에요.”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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