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독립운동가 이범석 장군의 이름을 알고 있거나 그 분의 공적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시간의 풍파 속에 이범석 장군은 잊혀가고 있는 영웅이죠. 언젠가 영웅의 이름은 완전히 잊힐 거예요. 다만 우리 세대에 그러한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이범석 장군은 우리 독립운동사에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고 국군의 기틀을 잡은 인물이지요. 이 분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 되도록 많은 후손에게 이범석 장군의 이름을 알리는 걸 ‘철기 이범석 장군 기념사업회’의 당면 과제로 삼고 있어요.”
철기 이범석 장군 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는 1979년 준비위원회 발족을 통해 탄생했다. 청년운동단체 ‘조선민족청년단’의 단원과 그 후예들이 단체의 큰 줄기를 이룬다. 조선민족청년단은 이범석 장군을 중심으로 창립된 단체다. 이범석 장군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과 그 유지를 잇는 후손들이 이범석 장군의 공적을 널리 알리고 기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얘기다.
비 오는 8월 어느 날 오후, 모처에서 장세현 부회장(29) 등 철기 이범석 장군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기념사업회 발전과 이범석 장군 선양을 위해 매일 동분서주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 중 장 부회장은 지난 7여년간 기념사업회에 몸담아 오다 지난해 여름 부회장에 추대됐다.
“잊힌 독립영웅 이범석 장군 선양 위해 기념사업회 발전 꿈꾸죠”
이범석 장군은 대한민국 독립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후손들에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 무장독립운동사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독립운동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승리로 꼽히는 청산리 대첩도 이범석 장군의 공적 중 하나다. 이범석 장군은 김좌진 장군과 함께 독립군을 지휘하며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 장군은 일제강점기 말기 창설된 한국광복군에선 참모장과 제2지대장직 등을 수행했다. 국내 진공작전 계획 중 조국이 해방됐다. 귀국 후 초대 국무총리 겸 국방부장관으로 활약하며 국가의 기틀을 다지고 우리나라 국군의 정통성을 계승했다. 독립운동에 이어 대한민국 국방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활약을 수행한 인물이 이범석 장군이다.
장 부회장은 이 장군이 세운 일련의 공적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잊혀가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게다가 영웅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어도 어려움에 처한 기념사업회 상황으로 인해 마음껏 뜻을 펼치지 못하는 현실에도 아쉬움을 전했다.
“기념사업회는 위인, 독립운동가 등을 선양하며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특정 인물의 이름을 널리 인식시키는 걸 목표로 해요. 철기 이범석 장군 기념사업회도 마찬가지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이를 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죠.”
“지난해부터 부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는데 당시 기념사업회 사정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기본적인 운영자금도 마련하기 힘들어 사무실조차 유지하기 힘들었죠. 적어도 제가 부회장을 맡은 이상 기념사업회가 문을 닫는 건 막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국회의원, 전현직 장군 등 사회 각계각층 인사를 찾아다니며저희 사정을 설명했죠. 다행히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어요.”
“사회주의자 서훈 강조한 대통령 인식 안타까워… 국가 역사관 바로잡아야”
한 시름 덜게 된 기념사업회였지만 언제까지고 주위의 도움으로만 단체를 운영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장 부회장이 다방면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이유다. 장 부회장은 기념사업회 발전을 위해 인재영입에도 힘쓰고 있다 설명했다. 기념사업회 이사진 한 축을 맡고 있는 김영주 이사(29), 강은석 이사(30) 등은 기념사업회에 젊은 피를 수혈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저희 상황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 계시지만 언제까지고 도움에만 의지해 기념사업회를 꾸릴 순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 스스로 자생이 가능하도록 신규 사업을 구상·논의 중에 있어요. 이 과정에서 인재도 물색하고 있죠.”
“지난해 개봉했던 ‘봉오동 전투’로 홍범도 장군의 이름이 보다 널리 알려지게 됐죠. 욕심 같아서는 이범석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기념관을 짓고 그의 행적을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알리는 것도 기념사업회의 당면 과제 중 하나죠.”
인터뷰 도중 장 부회장은 기념사업회 부회장 이전에 장세현 개인으로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련의 내용이 기념사업회 입장과는 무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전했다. 그는 이범석 장군이 널리 알려지지 못하는 배경에 엇갈린 역사해석, 좌우 분열 등이 자리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회장은 현 정부의 입맛에 따라 해방 전후 과정에서 사회주의 운동에 나섰던 독립운동가들이 서훈되는 점에 우려의 뜻을 전했다. 서훈은 나라를 위해 세운 공로의 등급에 따라 훈장이나 포장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그는 이러한 행위가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학자마다 다르고 역사를 해석하는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러나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의 자유, 법치와 관련된 역사관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라고 생각해요. 지켜지지 않을 경우 해방 전후사를 해석하는 역사적 시각이 크게 꼬여버릴 수 있다고 봐요. 약산(김원봉 장군)을 필두로 한 왜곡과 과장이 우리 역사관에 반영해선 안된다는 얘기죠.”
“대통령은 현충일 기념사에서 약산을 언급했죠. 대통령의 이념 성향이 어떤지는 알고 있었지만 약산에 ‘국군 뿌리’라는 공적까지 얹어 주려고까지 했어요. 약산을 통해 6·25 남침의 역사마저 거꾸로 바꾸려 한 셈이죠. 그것도 약산 같은 이들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이 잠든 장소에서 말이에요.”
장 부회장은 그러면서 정치적 논리를 떠나 최소한의 ‘상식적인 선’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방 전후 과정에서 좌익과 우익의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영웅이 목숨을 잃어야 했죠.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서훈이 가능하다면 김좌진 장군을 저격한 사회주의자 박상실 등도 서훈해야 한다는 궤변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정치적 논리를 떠나 최소한 상식적인 선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약산은 북한 정권 수립, 6·25 남침 등에 참여해 우리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과(過)가 있어요. 항일독립운동이라는 공(功)이 있다는 이유로 그를 서훈하는 건 위험하다는 얘기죠. 또 약산의 공이 강조되는 반면 이범석 장군이나 백선엽 장군 등 영웅들의 이야기와 업적은 평가절하 되고 잊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강주현 기자/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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