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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멋진 한양도성 낙산구간을 이어주는 맛집은

동대문 창신시장 ‘나주홍어집’‧혜화문 성북천변 ‘소문난순대국’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10-19 19:52:38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가을이 절정이다. 주야로 모두 사람 살기 좋을 때다. 오곡백과가 풍성한 때라 입이 즐겁고 산을 물들인 자연의 역작 단풍이 눈을 즐겁게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안방 ‘랜선여행’ 보다는 움직여야 한다. 움직임 중에 가장 좋은 것은 역시 걷는 것이다. 자가운전이나 대중교통과는 달리 도보여행은 운동이 되고 탄소발생이 없기 때문에 건강과 환경 친화적이다.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란 광고 카피가 직관적으로 가슴에 와 닿았던 ‘코로나19 시대’. 여전히 심리적, 환경적, 예방의학적 차원에서 장거리 여행을 결행하기 쉽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여행에 대한 발상을 조금만 바꿔도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여행은 보고 체험하기 위해 움직이고 먹고 잠자기 위해 머무는 것이기 때문에 집 가까이서도 할 수 있다. 멀리 떠나야 여행이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때가 코로나19 시대의 미덕인 것이다.     
 
서울만 해도 문밖으로 나서면 죄다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서울은 그만큼 역사문화 이야기가 차고 넘치는 역사도시이기 때문이다. 재밌고 유익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사전 지식을 얻으면 된다. 지식이 별건가. 정보가 지식이고 지식이 정보인 세상이다. 요즘은 모바일 폰을 통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여행에 큰 준비도 필요 없다.     
 
맛집 정보만 있어도 여행은 즐겁다. 미쉐린가이드의 탄생 이면이 결국은 여행과 맛집, 그리고 숙박시설의 조합이다. 여기에 지역이 지닌 역사적 사실을 조금만 안다면 여행지는 먼 곳이 아닌 현관문 밖이 될 수도 있다. 필자의 칼럼 ‘유성호의 맛있는 동네산책’의 탄생도 바로 독자의 현관문 밖 지역이 가진 역사성과 맛있고 가성비 좋은 대중음식점의 조합이다.     
 
‘떠났던 여행’이 서서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되고 가을 단풍 행락철이 맞물리면서 감염확산이 우려되지만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여행’을 이젠 더 이상 막긴 힘들지 싶다. 그러나 언제 또다시 폭발적 유행으로 팬데믹으로 몰고 갈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모두가 여전히 근신하고 조심해야 할 때다. 그래서 아직은 국지적 여행, 자신의 현관 밖을 여행지로 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역사도시 서울의 한양도성은 큰 관광자원
 
▲ 낙산 정상에서 본 한양도성 낙산구간의 아름다운 야경. [사진=필자제공]
    
역사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여행지로는 ‘한양도성’이 있다. 조선의 수도 한성을 에워싼 18.6km에 이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도시 방어시설이자 경계다. 남산, 인왕산, 낙산, 백악을 잇는 원형에 가까운 석성이기 때문에 서울 전역에서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4개 산 사이에는 4대문과 4소문 등 8개 성문을 있다.       
 
한양도성 길은 편의상 산을 중심으로 6개 구간으로 나눠 놨다. 필자는 최근 걷기 좋은 가을밤 감흥에 젖어 낙산구간을 걸었다. 흥인지문(동대문)과 혜화문을 잇는 구간이다. 낙산은 산세가 야트막한 데다 구간 거리가 2.1km라 걷기에 적당하다. 낙산정상에 있는 낙산공원은 낙조와 서울시내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해질녘이면 수많은 연인들이 모여 아름다운 해넘이를 보고선 이화마을을 통해 대학로로 내려가거나 한성대입구역 성북천변, 동대문 쪽으로 내려가 맛집으로 스며드는 데이트 코스다. 낙산구간의 시작점인 창신골목시장은 동대문역 3번출구 우리은행 옆 골목으로 접어들어 북쪽인 창신동 방향으로 이어진 골목시장이다.     
 
수많은 봉제공장과 도시민들이 밀집해 살던 창신동을 배후로 갖고 있는 오밀조밀한 시장으로 불족발, 곱창 등 소와 돼지 부속물 요리가 발달한 곳이다. 시장은 옛 모습 그대로 물길 모양으로 휘어져 형성돼 있고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서 찾는 손님이 많은 곳이다.     
 
나주서 올리는 씹을수록 쫄깃한 홍어 ‘나주홍어집’
 
▲ 동대문 창신골목시장 나주홍어집의 홍어삼합. [사진=필자제공]
 
시장 안으로 접어들어 중간쯤 가다 보면 둥근 홍어 간판이 보인다. 나주가 고향인 양정숙 사장이 운영하는 홍어집인데, 원래 주꾸미 요리를 전문으로 팔던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신용카드 영수증을 보면 상호가 ‘쭈꾸미전문점’으로 찍혀 나온다.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해 위치를 검색하려면 ‘쭈꾸미전문점’(창신동)으로 찾아야 하지만 필자는 편의상 ‘나주홍어집’이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주꾸미를 팔긴 팔지만 홍어가 주력이기 때문이다.(쭈꾸미의 표준어는 주꾸미지만 짜장면이 자장면과 함께 복수표준어로 인정받았듯이 그런 날이 오리라 전망된다.)      
 
메뉴판의 가장 앞은 홍어사시미를 시작으로 홍어무침, 홍어찜, 홍어내장탕이 차지하는 명실공히 홍어전문점이다. 이밖에 닭볶음탕, 갈치조림, 대구탕, 주꾸미, 골뱅이무침, 육회, 삼겹살까지 전방위적 메뉴로 주객을 맞는다. 그만큼 다양한 요리에 자신 있다는 의미다.               
 
이곳의 주력인 홍어사시미는 일단 빛깔이 먹음직스럽다. 홍어 마니아인 필자는 목포 활홍어, 영산포 삭힌 홍어, 경동시장표 수입산 홍어 등 다양한 홍어를 어지간히도 좋아한다. 며칠 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네 끼를 매식으로 홍어를 먹은 적이 있다.     
 
아침으로 홍어회, 점심은 홍어 애를 넣은 홍어내장탕과 홍어찜, 저녁 1차에는 홍어무침, 2차는 홍어삼합으로 하루를 홍어로 꽉 채운 특별한 경험을 했다. 물론 식당 네 곳을 전전하면서 말이다. 그만큼 홍어를 좋아도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다음날 뱃속이 편안한 홍어의 매력도 큰 몫을 했다. 한때는 전국 홍어전문점을 투어 하면서 나름대로 순위를 매겨보기도 할 정도로 홍어 맛을 구별하는데 나름의 기준이 있다.         
 
그런 면에서 나주홍어집의 홍어는 상당히 수준급 숙성을 자랑한다. 너무 싸하지도 않고 밋밋하지도 않은 찰진 맛을 자랑한다. 적당함이 남다르다. 나름의 숙성 방법이 있겠으나 물어보지 않았다. 영업비밀이라고 답을 주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홍어사시미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삼합을 권한다. 냉장 통삼겹을 푹 삶아낸 수육 솜씨에 한번 더 감탄한다. 거기에 화룡점정 묵은 김치가 등장하면 상차림이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다.         
 
농후한 육수 육향 가득한 곳 ‘소문난순대국’ 삼선본점
 
▲ 소문난순대국의 소머리수육과 모둠안주. 순대국과 소머리국밥의 육수가 진득하고 농후하다. [사진=필자제공]
 
홍어삼합 한 접시 먹고 소화를 시킬 겸 낙산을 넘는다. 흥인지문서 혜화문까지 낙산구간을 걷는 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낙산은 높이 124m, 서울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산이다. 생긴 게 낙타 등처럼 생겨 낙타산, 타락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낙산 구간은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듯 걷기에 적당하다. 특히 가톨릭대학 뒤편 길을 걷다 보면 축조 시기별로 성돌의 모양이 어떻게 다른지를 볼 수 있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한성대입구역 쪽에 이른다.     
 
한성대입구역은 복개된 성북천의 시발점이다. 성북천변으로 음식점이 즐비하지만 그중에서 으뜸은 ‘소문난순대국’의 소머리국밥이다. 푹 고아 농후한 육향 가득한 소머리 육수에 적당한 조미로 걸쭉한 국물을 만들고 소 머릿살을 아낌없이 넣어주는 인심이 좋은 곳이다.    
 
소머리국밥은 이 식당 메뉴판의 1번 타자, 즉 시그니처다. 간판은 비록 순댓국이 소문난 집이지만 선호도는 소머리국밥이 높고 주력 메뉴로 민다는 의미다. 뒤를 이어 돼지국밥, 순대국밥, 뼈다귀해장국, 선지해장국 등 국물요리와 함께 찹쌀순대가 식사류로 손님들에게 주로 호명된다. 국물요리는 식사도 되지만 애주가들에겐 술안주 역할도 한다. 안주류로는 홍어삼합, 소머리수육, 머리고기 등이 가성비 좋은 가격표를 달고 즐비하다.     
 
동대문 창신골목시장 나주홍어집에서 홍어삼합을 먹고 낙산을 넘어 혜화문 근처 한성대입구역 성북천변 소문난순대국에서 입가심까지 하자니 가을밤이 무르익는다. 박인환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이란 시에 붙인 곡이 입안에서 맴도는 밤이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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