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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신 고위관료...'))
금융권 협회장 인사의 막이 올랐다. 5일 임기가 만료되는 손해보험협회(손보협회)를 시작으로 30일 은행연합회, 다음달 8일 생명보험협회(생보협회)의 협회장 임기가 잇달아 끝난다.
이들 협회장 물망에 ‘모피아(Mofia)’ 출신 고위관료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면서 모피아의 ‘싹쓸이’ 우려가 나온다. ‘모피아’는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무부의 영문 약자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금융계의 재무부 출신 공무원을 지칭한다. 이들은 퇴직 후에도 금융관련 기관장을 지내며 현직에 있는 후배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어린 시선을 받아왔다.
정지원 손보협회장 선임에 공직자윤리법 위반 논란
이러한 우려는 정지원(58)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차기 손보협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되며 사실상 임명이 확실시 돼 현실이 됐다. 2일 손보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3차 회의를 열고 정 이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다음주 중 회원사의 찬반투표를 거쳐 공식적으로 회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회추위는 정 이사장을 비롯해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금감원)장, 강영구 메리츠화재 사장, 유관우 전 금감원 부원장보, 김성진 전 조달청장 등 5인의 회장 후보자를 선정했다. 그러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진 전 금감원장이 후보직을 고사하면서 정 이사장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지원 손보협회장 내정자는 전형적인 ‘모피아’ 인사다. 그는 1983년 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감독정책과장을 거쳐 금융위원회(금융위) 기업재무개선지원단 단장과 기획조정관, 금융서비스국 국장·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이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거쳐 한국거래소 이사장 임기 3년을 모두 채웠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2일 성명을 내고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정 내정자의 선임을 반대했다. 금소연은 “공직자윤리법에는 공직자가 퇴직한 지 3년 안에 기존 자리와 관련이 있는 업무를 맡을 수 없음에도, 회추위원들이 이러한 점을 확인도 하지 않고 단독 후보로 추천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보협회의 회원사는 거의 전부 상장된 기업인데, 이러한 상장사를 회원으로 하고 있는 이상 한국거래소와 보험업계의 밀접관련성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은행연합회, 모피아 vs 정치인 경쟁
이 밖에도 김태영(67) 현 은행연합회장의 임기가 이달 30일 만료되면서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대해서도 하마평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최종구(63) 전 금융위원장과 민병두(62)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양강구도에 임종룡(61) 전 금융위원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최 전 위원장은 1982년 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국제금융과장을 거쳐 국제금융국장과 국제경제관리관을 지냈다. 이후 금감원 수석부행장,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을 역임한 뒤 문재인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에 임명됐다.
임 전 위원장도 1981년 24회 행정고시로 관료로 들어와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과 금융정책심의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기획조정실장을 거쳐 기재부 제1차관과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을 역임했다. 이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다 박근혜 정부 두 번째 금융위원장에 임명됐다.
앞의 두 사람은 전형적인 모피아로 분류된다. 이와 달리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민병두 전 의원은 금융 관료 출신은 아니다. 다만 17·19·20대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특히 20대 국회에서는 정무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하지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김태영 현 회장과 하영구 전 회장이 민간 출신임을 들어 다시 민간 출신 회장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성명을 통해 “차기 은행연합회장의 인선 과정에서 그간의 관치금융, 밀실·낙하산 인선이라는 불명예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며 관료 출신 인사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은행연합회장은 시중 10개 은행장과 현직 은행연합회장 등이 각각 후보를 추천한 뒤 논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금융노조의 반대 의견이 반영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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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생보협회도 모피아 낙하산 오나
한편 신용길(68) 생보협회장의 임기도 다음달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여기서도 모피아와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후보로는 손보협회장 후보로 유력했던 진웅섭(61) 전 금감원장의 이름이 다시 거론된다. 이 밖에도 진동수(71) 전 금융위원장, 정희수(67) 보험연수원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먼저 진 전 금감원장은 1984년 행정고시 28회로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 사무국장을 거쳐 금융정보분석원장을 맡았다. 이후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거쳐 3년 가까이 금감원장을 지냈다. 진 전 위원장도 1975년 17회 행정고시 합격 후 금융감독위 상임위원,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 조달청장, 재경부 제2차관,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을 지낸 뒤 금융위원장이 됐다. 반면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은 3선 국회의원으로 19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정치인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손보협회장에 모피아 출신 정지원 이사장이 내정되고, 다른 협회에서도 모피아가 유력해지면서 생보협회장도 관료 출신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특히 2023년 도입이 예정된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등의 현안 해결을 위해 관료출신 협회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수창 전 회장과 신용길 현 회장 모두 업계출신이라는 점을 들며 차남규 전 한화생명 부회장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협회장의 모피아 독식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금소연은 “금융협회장은 대정부 로비활동이나 방패막이 역할이 아닌, 금융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전문성을 갖추고 소비자 중심의 마인드를 가진 인사를 선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협회장 자리에 대해 낙하산 관피아와 모피아를 선임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나라다운 나라, 정의와 공정을 주창하는 것과 정면 배치되는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한원석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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