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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의 음양오행 경제
처연한 가을 끝자락이 불러낸 시인 ‘도연명’
복잡한 인간사 뒤로 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지은 ‘귀거래사’
김태규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1-09 12:38:15
 
▲ 김태규 명리학자·칼럼니스트
 끝자락의 가을이 아침녘 내린 비에 젖어 凄然(처연)하다. 남쪽 창 맞은 편 산은 옅은 운무에 가려 푸르스름한 잿빛이고 그 위의 하늘 역시 구름에 가려 쥐색의 잿빛이다. 하늘과 산 사이의 먼 공간만 그나마 밝은 잿빛으로 빛나고 있어 때가 한낮임을 알리고 있다.
 
처연하다는 표현을 쓰고 나니 문득 입에 달라붙는 구절이 하나 있다.
 
도연명의 시 한 구절
 
秋日凄且厉(추일처차려),百卉具已腓(백훼구이비).
옮기면 “가을날 처량하고 매서우니 풀들은 이미 시들고 있구나” 정도가 된다.
 
이 구절은 도연명의 시 맨 앞부분 구절이다. 오래 전 시의 結句(결구)가 마음에 남아서 전체를 암기했었는데 이젠 잊은 지 오래이다. 구글에 가서 앞부분 구절을 가지고 검색해보니 나온다. 고맙네,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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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내용은 늦은 가을날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멀리 떠나는 친구를 위한 송별의 자리에서 가진 아쉬움이다. 이런 스타일은 漢詩(한시)에 흔히 보인다. 다만 표현이 절묘해서 한때 기억하게 되었었다.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눈은 떠나가는 배를 저 멀리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하지만 결국 지금의 이 아쉬움은 세월 따라 변해가다가 이윽고 사라지겠지” 하는 표현이다.
 
그렇다, 당장이야 아쉬움이 크겠지만 그 또한 시간이 가면 어떤 형태로든 변하고 옅어져서 나중에 잊히게 된다는 표현이 당시 내겐 꽤나 인상 깊게 남았던 모양이다. 원문은 目送回舟遠(목송회주원) 情随萬化遺(정수만화유).
 
불행을 통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시인
 
도연명은 그 증조부가 陶侃(도간)이라고 하는 일대의 영웅이었다. 이 사람은 중국 삼국시대 이후 생겨난 사마 일족의 晋(진)나라가 내부 분열과 이민족의 침입으로 망하게 되자 그 일부가 양자강 남쪽으로 도망가서 세운 망명 왕조인 東晋(동진)을 건립할 당시 혁혁한 공을 세운 장군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망명왕조 동진은 명맥을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훌륭한 인물의 증손자이니 도연명 역시 귀족 중심의 동진 왕조에서 한 자리 떵떵거리며 해먹을 것 같은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증조부 도간 자체가 출신이 한미해서 크게 공을 세웠어도 사후 그 후손들은 별로 대접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귀족문벌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
 
게다가 증조부 도간이 비록 상당한 유산을 남겼어도 아들이 무려 열여섯, 게다가 으레 큰 아들이나 적자에게 몫이 가는 법이니 도연명 쪽은 거기에 속하질 못해서 전혀 물려받은 것도 없었다.
 
돈도 없고 지위도 없었지만 그래도 도간의 후손이란 점에서 그나마 조정에서 나름 보살펴준 것이 후미진 시골의 縣令(현령) 자리였다. 젊어서 나름 큰 포부를 가졌던 도연명은 급여가 적은 마당에 거들먹거리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고 사는 것이 싫어서 자리를 때려치우고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시를 지으며 살다간 사람이다.
 
이때 지은 시가 저 유명한 歸去來辭(귀거래사)이다. 나 돌아갈래, 하는 시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철길 위에서 “나 돌아갈래” 하고 외치는 그 장면과 대사 역시 결국 오리지널은 도연명인 셈이다. (명작을 만들려면 앞의 명작을 잘 살펴서 변용해야 하는 법이다. 인간은 변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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