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매김했던 고위공직자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야당의 거부권 삭제 등의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된 데 이어 판사 출신의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가 최종 지명,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청문 요청안 재가 등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180석에 달하는 의석수를 앞세운 여당의 독주가 만들어 낸 결과였다. 정부·여당은 주변의 반발을 무력화시키면서까지 공수처 설치를 강행하면서 국민의 염원, 검찰개혁의 완수 등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를 지켜보는 국민 시선은 싸늘했다. 공수처가 지닌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견제 장치 없는 초권력 기관의 탄생에 “국민 투표를 했다면 출범하지 못했을 것이다”며 “지금이라도 국민투표로 설치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3권 분립 무력화 시키는 초헌법 괴물권력 공수처, 법까지 바꿔 막무가내로 설치 강행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하는 독립적 수사기관이다. 수사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관,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중앙행정기관 정무직, 판검사 등으로 공수처는 민주주의 기본인 3권 분립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공수처는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 중인 1996년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안 입법을 청원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공약으로 공수처 설치를 내세우면서 재조명됐으나 설치가 무산되면서 한동안 잊혀 졌다. 그러던 중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또 다시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다. 공수처 설치의 명분으로는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공수처 설치가 추진됐으나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한 야당과 여론의 거센 반대로 현실화되진 않았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과 추미애 장관이 이끌던 법무부와의 갈등이 본격화 된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정부·여당은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여당은 당초 야당의 반대가 있을 경우 처장 후보를 선정하기 어려운 구조를 깨기 위해 법 개정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최초 공수처법 원안에는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려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했다. 이 중 야당 추천 몫이 2명이라 야당이 거부하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 자체가 불가능했다. 여당은 3분의 2, 즉 5명만 동의하면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야당이 반대해도 여당 단독으로 공수처장 추천이 가능해진 것이다.
당초 해당 개정안 처리를 강하게 반대했던 야당은 여당의 입법독주에 거세게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안 처리 직후 “참담하고 분노가 치솟는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이런 막무가내 권력을 국민이 용서할 것 같은가”라며 “언론이 이 사건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균형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공수처 설치 잘못된 일’ 54.2%…“대한민국 속부터 썩게 해 치료불능 상태 만들 것”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출범시키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도 모자라 결국엔 권력을 앞세워 공수처 설치를 강행 중인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일반 국민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당초 약속을 깨고 권력의 독주로 빚어진 초권력 기관이 앞으로 중립적 행보를 걷겠다는 약속을 누가 믿겠느냐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서울 강남에서 만난 신현준(51) 씨는 “일반인은 평생 검찰도 한번 안보고 사는데 ‘국민열망’이란 단어까지 앞세워 공수처 설치를 강행하는 것은 노골적으로 권력을 비호하는 호위무사를 세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공수처가 권력 입맛대로 좌지우지되는 ‘꼼수처’가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고 성토했다.
신 씨와 같은 공수처 설치에 대한 우려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구랍 14일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2%가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반면 ‘잘된 일이다’는 응답은 39.6%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잘된 일 20.8% vs. 잘못된 일 69.8%) △부산·울산·경남(32.0% vs. 63.7%) △대전·세종·충청(35.6% vs. 61.5%) △인천·경기(38.4% vs. 56.2%) △서울(43.1% vs 49.0%) 등은 부정적 여론이 많은 반면 호남권(광주·전라)에서만 ‘잘된 일’ 75.2% vs. ‘잘못된 일’ 19.5% 등으로 긍정 여론이 많았다. 공수처 설치가 ‘국민열망’이라는 여당을 두고 ‘국민이 호남사람 뿐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 발표 다음날인 구랍 15일 ‘정권의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야당의 우려에 대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독재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이 돼 왔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공수처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만난 김난회(60) 씨는 “공수처는 권력이 법과 국민 위에 군림하겠다고 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는 추악한 기관일 뿐이다”며 “정부·여당 단독으로 급조된 정권 비호처인 공수처는 국민 투표를 통해 만들 것인지 물었다면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대다수 국민은 공수처가 뭔지도 모르는데 국민을 앞세워 공수처 출범을 강행하는 것은 권모술수나 다름없다”며 “현재 국민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악화로 생계위기에 내몰려 공수처니 검찰개혁이니 관심조차 없다. 도대체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전직 공무원인 권영배(52·가명) 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공수처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 가능하다는 공수처는 결국 자기편에게는 수사 의지가 없는 시체 기관이 되고 반대편에게는 제어장치 없는 최악의 조직이 될 것이다”며 “공수처가 존재한다면 국민통합은 커녕 국론, 아니 나라 전체가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이낙연 민주당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과 같은 사람이 공수처 출범이 국민열망이라고 하는데 적어도 나는 그런 열망을 가져본 적 없다”며 “오히려 작년 한 해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갖은 방법을 동원해 탄압하려다 끝내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법원의 문턱에서 가로 막힌 정권의 무능함을 심판했으면 하는 열망은 가져본 적 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역시 공수처 설치 강행에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김태훈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공수처가 출범했다고 국민의 삶에 직접적 연관은 없다”며 “문재인정부가 공수처에 집착하는 것은 그들의 비리와 부패가 드러나는 것을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공수처의 출범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다. 판사들이 공정하게 재판을 해야 하는데 공수처로 인해 판사들이 위축돼 제대로 판결을 하기 어려워진다”며 “이런 상황은 부작용이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국가를 속에서부터 썩게 만들어 종국엔 치료불능 상태로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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