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학생들이 한국에 유학을 오면, 여학생들은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화장하는 법이다. 처음에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타나 아이처럼 귀여운데, 한 학기 정도 지나다 보면 이미 우리 학생들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곱게 화장을 하고 나타난다.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본능인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이른바 떡칠(풀, 페인트, 화장품, 물감 따위를 필요 이상으로 가득 묻힘)을 하고 오는 것을 본다.
화장독(?)이 올라서 얼굴에 뭐가 자꾸 난다는 것이다. 여드름 같기도 하고, 종기와도 같은 것들이 얼굴에 조금씩 돋아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것을 우리말로 ‘분가시’라고 한다. ‘분(粉) + 가시’의 형태로 이루어진 말이다. 즉 화장(粉)으로 인해 얼굴에 가시가 돋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자로 분자(粉刺), 혹은 곡취창(穀觜瘡 : 분으로 인한 중독으로 얼굴에 생기는 여드름과 같은 부스럼)이라고 한다.
예문을 보자.
“첩은 담약한 사람이라 이 말을 듣더니 목굼기가 가닐가닐하여 노래를 못 부를까 싶고, 낯갗이 따끈따끈하니 분가시조차 돋으려 하나이다(‘구운몽’ 중에서)”와 같이 썼다.
예쁘게 보이려고 바르는 분(粉)이 오히려 얼굴에 독이 되는 것이니, 예나 지금이나 지나친 것은 독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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