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생 절차 개시 전에 새 주인을 찾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온 쌍용자동차가 매각 협상 결렬로 인해 사실상 신규 투자자 확보에 실패했다. 더구나 최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마저 쌍용차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어 쌍용차의 앞날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유통회사 HAAH오토모티브는 최근 쌍용차의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와 채권단에 매각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그간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를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져 왔다.
앞서 KDB산업은행(산은)과 쌍용차, 마힌드라, HAAH오토모티브 등은 투자유치협의회(4자 협의체)를 구성해 수차례에 걸쳐 매각 협상을 벌여 왔다. 그러나 4자 협의체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계속 지체돼 왔다.
특히 이달 22일을 기한으로 진행된 매각 협상에서 마힌드라와 HAAH오토모티브 간 갈등이 심화됐다. HAAH오토모티브는 책임 분담 차원에서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경영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지분 20%를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힌드라는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쌍용차에서 손을 떼겠다고 완강히 맞섰다.
이에 HAAH오토모티브는 마힌드라를 제외한 채 KDB산업은행(산은), 쌍용차 등과 매각 관련 협상을 29일까지 연장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장 기한이 미처 도래하기도 전에 HAAH오토모티브가 협상 중단 의사를 밝히며 쌍용차의 새 투자자 찾기는 물거품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대출금 300억원을 대신 상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2주 전쯤 쌍용차가 BoA에 진 빚을 상환했다”며 “채무가 없어졌기 때문에 BoA는 쌍용차 채권자협의회에도 앞으로 참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15일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빌린 600억원 상당의 차입금을 연체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BoA에서 빌린 대출금이 3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JP모건 200억원, BNP파리바 100억원 등이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차입금 600억원은 마힌드라가 지급 보증을 선 자금이었다. 이에 마힌드라 역시 연체 직후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마힌드라는 쌍용차 매각 의지를 더욱 강하게 피력하기 시작했다.
인도 매체에 따르면 코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이달 1일 현지 언론과의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쌍용차 지분을 두고 잠재적 투자자와 협상 중이다”며 “새 투자자가 대주주가 될 것이고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을 30% 이하로 낮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또 인도중앙은행 규정에 따라 허용된 25%의 감자를 시행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마힌드라는 최대한 빠르게 지분을 매각하고 쌍용차 최대주주에서 내려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4자 협의체 간 협상에서 원하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지체되고 있다. 이에 더 이상 지급 보증을 연장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마힌드라는 쌍용차 채무를 대신 상환하고 쌍용차 철수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 협상 결렬로 쌍용차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됐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쌍용차가 지난해 11월 부품 협력사들에 지급한 어음 만기도 이달 29일 도래한다. 쌍용차는 하루라도 더 공장을 가동해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나 만기까지 대금을 갚지 못하면 다시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1일 쌍용차가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하자 일부 대기업 부품업체들은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부품 공급을 거부했다. 이에 평택공장은 이틀 간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현금 지급을 조건으로 부품을 공급받기 시작한 쌍용차는 더 이상의 공장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이번 달과 다음 달 임직원 임금의 50%를 지급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또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생산기지 설립을 위해 진출했던 현지 법인도 정리했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판매 법인 형태로 남아있던 중국 법인 ‘쌍용기차유한공사’의 적자 지속으로 매각을 결정하고 관련 서류를 회생법원에 제출했다. 중국에 남아있는 주요 사무실의 임대계약도 연장하지 않았으며 자산에 대한 매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매각 협상 중단이 되면서 쌍용차는 ‘사전 회생 계획(P플랜)’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가 부도 처리되는 최악의 결과를 막아보자는 목표에서다.
P플랜은 법원이 기존의 빚을 신속히 줄여 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이는 기업 회생 절차의 채무 조정과 원활한 신규 자금 지원이 가능한 워크아웃을 혼합한 구조조정 방법으로 대주주의 책임을 강제하기 위해 지분 감자 등 대주주 지위 박탈도 가능하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쌍용차는 결국 다음달 28일 이후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쌍용차는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와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를 받아들인 법원은 쌍용차의 회생 절차 개시를 다음달 28일까지 보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신규 투자 없이는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채권 상환을 위해 자산 매각, 나아가 희망퇴직 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보여 고용 불안이 현실화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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