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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 신공항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앞서 두 차례나 백지화됐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이 또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3년 간 동·남권 신공항 건립에 미적지근하게 대응해 오던 정부·여당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 달여 앞둔 현 시점에서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꺼내든 결과다.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환경영향평가를 간소화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도 건너뛰도록 한 데 이어 해당 법안에 첨부해야 할 비용 추계서도 생략하는 등 신공항 건설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야당도 특별법 우선 처리에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하면서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 공약의 현실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렇듯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각종 건설 공약으로 마구잡이 개발이 성행하고 있다. 경제성은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다. 그러나 제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곳들도 허다하고 설령 완공됐다 하더라도 적자에 허덕이거나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방치되고 있다. 혈세가 직·간접적으로 투입된 만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포퓰리즘 개발 공약에 멍드는 국가재정’을 선정하고 퍼주기에 가까운 개발 계획으로 인한 혈세낭비 사례를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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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 기자]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여전히 해당 공약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 공항이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덕도 또한 경제성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가덕도 공항 역시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 개발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빗발친다. 면밀한 경제성 검토 없이 퍼주기식으로 공항을 건설하면 실익은커녕 막대한 세금만 낭비해 결국 국민 피해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앞서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건설로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공항이 다수 존재해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선심성 공약으로 건설된 공항은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활성화란 이름 아래 예산이 꾸준히 투입돼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곳도 적지 않았다.
황량한 유령공항 전락한 무안공항 지척에 새로운 혈세공항 추진 중인 문재인정부
“이용객이요. 요즘 노선이 싹 다 없어져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아예 없는데 이용객이 있을 리 있나요. 예전에야 간혹 관광객들이 보이긴 했지만 운항하는 노선이 없어지고 난 뒤에는 사람 코빼기도 찾아보기 힘들어요.”
무안국제공항(무안공항) 1층 입국장을 청소 중이던 직원의 목소리에는 허무함이 묻어났다. 텅 빈 공항을 청소하는 것조차 의미 없어 하는 속내가 표정에서 묻어났다. 무안공항은 현재 국제선은 물론 국내선까지 모든 항공 노선이 없어지면서 하루아침에 유령공항으로 전락했다.
목포역에서 택시를 타고 40분 넘게 달려 도착한 무안공항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당초 비행기를 타고 무안공항을 방문하려 했으나 항공편이 없어 다른 교통편으로 공항을 찾는 웃지 못할 일을 겪었다. 심지어 목포역에서도 무안공항까지 갈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목포를 기준으로 현재 무안공항을 향하는 어떠한 대중교통도 운행되고 있지 않아서다. 공항 리무진도 없었다. 무안공항 홈페이지에 설명된 것과 달리 1000번(목포 시내버스) 버스는 지난해 3월 이후 운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목포에서 영업 중인 택시기사 한모 씨는 “7~8년 전만 해도 무안공항 가는 손님들을 종종 태우곤 했는데 최근 몇 년 간 한 사람도 태우지 못했다”며 “지난해부터 국내·외 노선이 모두 없어져 멀쩡한 공항이 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씨는 “호남에서 제일 큰 도시인 광주시민들이 무안공항을 자주 이용할 수 있게끔 고속도로까지 새로 놨다”며 “그런데 이미 광주공항이 있는데 누가 1시간 거리에 있는 무안공항을 이용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제주도를 간다고 가정했을 때 광주시민들은 광주공항을 이용할 것이고 목포시민들은 훨씬 저렴한 배를 타고 갈 것이다”며 “처음 공항을 지을 때 무슨 생각으로 지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다를 메워 활주로와 공항, 도로 등을 짓느라 엄청난 세금이 들어갔는데 정작 이용객이 적어 만년 적자 신세인 것으로 안다”며 “호남지역에 인프라가 확충된 것은 반길 일이지만 정치적인 논리가 지나치게 앞서는 바람에 애꿎은 국민 혈세만 낭비한다”고 덧붙였다.
2007년 문을 연 무안공항은 혈세 3000여억원이 투입돼 건립됐다. 그러나 이용객은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안공항 연간 이용객 수는 △2015년 31여만명 △2016년 32여만명 △2017년 29여만명 △2018년 54여만명 △2019년 89여만명 △2020년 8월 기준 10만여명 등이었다.
무안공항 건설 추진 전인 1999년 실시된 연간 수요 예측치 992만명에 어림도 없는 수준이다. 완공을 앞두고 시행된 2006년 수요 예측치 연간 206만명보다도 턱없이 모자르다. 지난해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이용객 수가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최근 6년간 무안공항 연간 이용객은 100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연간 이용객이 100만명에도 못 미치면서 무안공항의 적자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무안공항의 적자 규모를 살펴보면 △2016년 127여억원 △2017년 약 139억원 △2018년 약 137억원 △2019년 약 118억원 △지난해 8월 기준 약 97억원 등이었다.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만 약 618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각종 활성화 예산을 편성하며 세금투입을 멈추지 않고 있다. 무안 항공정비 MIRO산업과 연계한 특성화고 설립이 추진이 대표적이다. 소요예산은 약 300억원으로 집계돼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문재인정부는 호남에 또 다른 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바로 새만금국제공항이다. 국토교통부는 총 사업비로 7800억원을 산정했다. 공공·민자 등 투입 예산 현황을 묻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국토교통부는 “올 6월 마무리되는 기본 계획 수립용역 및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검토될 예정이다”고 답했다.
새만금공항은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이다. 현 정부는 국책 사업인 새만금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앞세워 새만금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경제성을 따졌을 때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무안공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대규모 공항이 또 들어설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무안공항은 매년 큰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무안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새만금공항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의문이다”며 “경제성이 고려되지 않은 정치공항 건설은 재앙을 초래하게 될 뿐이다”고 꼬집었다.
선거 때만 등장하는 공항건설 이슈에 줄줄 새는 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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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전국 각지에 지어진 공항들의 적자 실태는 비단 무안공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 15개 공항 중 10곳은 2016년 이후 해마다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1~8월 기준 이들 공항의 적자 규모는 12억~98억원에 이른다.
특히 이들 공항 중 최근에 건립된 공항들은 유독 적자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후에 이후 건립된 공항 중 양양국제공항은 2016년 이후 누적 적자가 약 572억원에 달한다. 해마다 100억원을 상회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무안공항도 2000년 이후 건립됐다.
이들 공항의 공통점은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이 지역 개발 활성화를 앞세워 탄생한 정치적 산물이라는 점이다. 양양공항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영동국제공항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추진됐다.
결항률이 30%에 이르는 속초공항과 착륙 시설이 빈약한 강릉공항을 대체할 동해권 통합공항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총 3567억원의 국비가 투입돼 2002년 4월에 문을 연 양양공항은 연간 항공기 이착륙 4만3000회, 연간 31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됐다.
당시 정부는 동해안 관광 자원을 활용한 중장기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및 지역 균형 개발, 금강산 관광·남북 교류 등 통일 대비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중국·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양양공항의 개항 초기 운영 실태는 전국 공항 중 최하위권에 자리했다. 개항 첫해 양양공항의 연간 이용객 수는 21만7115명이었으나 이후 계속 줄어 2003년 19만4539명, 2004년 11만7342명으로 급감했다.
2009년 이용객은 고작 3066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동안 하루 평균 8.4명만이 이용한 것이다. 이른바 ‘김영삼공항’으로 불린 양양공항은 몇 달간 항공기가 단 한 편도 못 뜨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2019년에도 이용객이 5만4283명 수준으로 집계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비행훈련원으로 전환됐으나 1300억원을 들여 지은 울진공항도 대표적인 정치공항이다. 1997년 대선 공약에 포함됐던 울진공항은 김대중정부의 초대 비서실장 김중권 전 의원이 적극 추진했다. 막대한 국비가 투입됐으나 감사원 감사 결과 과도한 수요 예측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2003년 개항 직전 비행훈련원으로 전락했다. 울진공항은 이후 2007년 AFP통신이 꼽은 ‘세계 10대 황당 뉴스’에 선정돼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울진공항은 애당초 지어선 안 될 공항이라는 오명이 따라 붙었다. 수요 조사를 해보니 이용객이 하루 50명뿐일 것이란 예상치가 나왔다. 그러나 정치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됐고 결국 세금만 날린 채 문을 닫고 말았다.
‘정동영공항’으로 불리는 김제공항의 경우 건립을 위해 국비 480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했으나 2003년 감사원 감사에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고 전면 백지화됐다. 현재 해당 부지는 배추밭으로 변했다.
이처럼 면밀한 수요 예측 없이 지어진 공항들이 방치되거나 돈만 쓴 채 원점으로 돌아간 사례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또다시 정치공항 건설이 우후죽순 추진돼 여론의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당 국회의원은 “전국 각지에 공항을 마구 건설하기만 하고는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며 “경제성과 활용 방안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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