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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문재인정부 들어 25번째 부동산 대책인 ‘2·4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앞서 발표된 24차례의 부동산 대책은 주로 수요를 억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번 대책은 사실상 처음으로 규제완화와 동시에 공급을 위주로 한 내용을 담았다. 수요 억제만으로는 치솟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비판을 수긍한 결과로 분석됐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공급대책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대부분의 공급이 공공 위주로 진행되는 탓이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공공 위주의 개발 계획은 사유재산 침해, 사업성 결여 등의 이유로 사실상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공공개발의 허와 실’을 선정하고 문재인정부 부동산 공급대책에 대한 현장의 반응과 거론되는 문제점, 대안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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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한원석 차장·배태용·한대의·정동현 기자] ‘집값 안정화’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문재인정부 출범 후 오히려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장원리에 어긋난 정책 방향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자 정부는 임기 막바지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일관되게 유지해오던 정책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정비사업에 제동을 걸었던 과거와 달리 공공이 주도해 정비사업을 진행할 경우 절차와 과정 등을 크게 생략하고 이점을 주는 당근책을 내놨다. 정부는 공공개발을 할 경우 사업성도 높이고 단기간에 공급도 확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정부 의도와 달리 일선 현장의 반응은 냉담한 모습이다. 정부의 공공개발은 얼핏 보면 사업성이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정비사업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된 문재인정부의 기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선 규제가 대폭 강화된 현 상황에서 공공개발에 나설 경우 사업성 저하로 인한 사유재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개발이 집값 상승 원인이라던 文정부, 규제 일변도에서 공공주도 개발로 ‘급선회’
반드시 집값만큼은 잡겠다고 자신하며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집값 안정화 정책 방점을 규제에 뒀다. 그동안 서울 집값이 오른 것은 무분별한 개발이 진행되면서 주변 집값이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기준 강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내놨다.
당시 부동산업계에서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 공급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정비사업 규제를 강화하는 처사는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관되게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했고 결국 우려대로 집값은 계속해서 상승했다.
집값이 안정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해 8·4 대책을 통해 처음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유지해오던 정비사업 규제 강화 기조를 작게나마 전환한 것이다. 8·4 대책에 담긴 정비사업 규제안은 사업시행 요건을 완화하고 용적률을 올려주는 것이 골자다. 먼저 공공 재건축은 용적률을 300~500%까지 부여하고 최고 층수 제한을 35층에서 50층으로 상향했다. 다만 늘어나는 용적률의 절반은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을 해야 하는 조건을 걸었다.
공공재개발은 용적률을 법정 한도의 120%까지 늘려줬다. 다만 공공재개발 역시 더 받는 용적률의 20~50%는 국민주택 규모 주택을 지어 기부채납 하도록 했다. 용적률을 법정 상한의 1.2배까지 올려주면서도 기부채납 비율은 일반 재개발(50~75%)보다 낮게 책정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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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공공재개발·재건축에 대해서는 사업 절차도 완화해줬다.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경우 토지 등 소유자 66.7%(3분의 2) 이상만 동의하면 공공사업시행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이 있는 경우라면 조합원 50%의 동의를 얻는다면 SH·LH 등 공공사업시행자를 사업에 공동 참여시킬 수 있게끔 했다.
정부는 용적률 완화와 더불어 사업을 보다 빨리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공공재건축·재개발에 참여하는 단지도 많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정부의 예상과 달리 참여 단지는 현저히 적었다. 공공개발 시 다양한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체를 파악해보면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공공 재건축의 경우 층수와 용적률을 높여도 증가한 용적률로 인한 수익의 90% 이상이 환수당한다. 서울 시내에서 일반적인 재건축 사업을 하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통해서 수익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는데 공공 재건축은 무려 90%까지 올라간다.
또한 기존의 기부채납은 공원 조성, 유치원 설립 등으로 사실상 입주민에게 이득이 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공공재건축·재개발의 경우에는 초과물량의 50% 이상을 임대아파트의 형태로 기부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 때문에 층수를 대폭 완화해주더라도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일선 현장에서는 정부의 공공주도 개발에 시큰둥한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안전진단 강화 등 문재인정부 들어서 생긴 규제만 하더라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며 “규제를 대폭 늘려 놓고 공공개발 시에 사업성을 보장해준다고 해봤자 기존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공공재개발·재건축 저조, 집값 폭등 계속되자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내놔
공공재개발·재건축의 참여가 저조한 데다 집값이 계속해서 상승하자 정부는 올해 2·4 대책으로 추가 공공개발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공공개발은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이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역시 기존의 공공 재건축·재개발과 같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만 차이점은 공공이 재건축·재개발을 직접 시행할 뿐 아니라 사업·분양계획 등도 주도하는 것이다. 이번에 내놓은 공공개발은 공공이 직접 시행부터 분양까지 주도하는 만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하지 않고 조합원 2년 거주 의무도 적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사업부지를 공기업이 소유하고 공급하는 공공분양 방식이라 조합도 필요 없다.
재건축 조합 대신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해 시공사 선정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 LH가 아닌 브랜드 아파트로 시공도 가능하다. 조합총회나 관리처분인가 등 절차를 생략하고 통합심의 등을 적용해 기존 13년 이상 걸리던 사업 기간을 5년 이내로 대폭 단축된다. 기존 공공재건축·재개발과 마찬가지로 1단계 종상향 또는 법적 상한 용적률의 120% 상향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정부는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은 민간 정비사업보다 수익률이 10~30%p 높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이번 공공주도 개발 정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추가적으로 만들어 낸 규제를 완화하는 것 외에는 큰 이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현 정부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굳이 급할 것 없다는 반응이 팽배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세난이 심각해 현재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그만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업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신반포1차(현 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 사업을 주도했던 한형기 전 조합장은 “노무현정부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정비사업 규제안이 대폭 완화 됐었다”며 “안전진단을 축소하고 조합원 지위양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이 모두 완화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재인정부는 기존 규제를 다시 부활시키거나 새롭게 규제를 만들었다”며 “지금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더불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비사업장 입장에서는 공공개발까지 하면서 서둘러 정비사업을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공공개발의 사업성 개선은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값 상승으로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이 돌아서자 서둘러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공개발안을 내놓았다”며 “용적률 개선 등 얼핏 봐서는 기존 민간정비사업보다 나아 보일 수 있지만 기부채납, 임대아파트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전 정부와 비교하면 사업성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시장 상황상 참여 단지가 많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주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공공에서 개발 이익을 가져가고 토지소유자는 토지소유권과 개발 이익의 절반 이상을 잃게 되는 만큼 선호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사업성이 훨씬 좋았던 데다 사업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지는 공공개발을 선택하지 않고 향후 규제 완화 이후에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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