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여 성향의 방송인에서 비롯된 무분별한 편파보도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여권 지지자들은 해당 보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야권 지지자들은 근거 없는 편파보도라며 언론의 중립성을 훼손시키는 행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 여론도 두 갈래로 나뉘는 국론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보도의 사실 유무와 상관없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해 건전한 사회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방송이 오히려 사회 분열을 부추긴 것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논란의 발단이 된 해당 방송인과 해당 프로그램의 자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영방송 진행자의 발언에서 비롯된 사회분열…정당한 방송활동 vs 권력형 편파보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서울시장 보선 과정에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셀프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서울시장으로 재임 중이던 2009년 8월 처가가 소유한 1344평 규모의 땅이 포함된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여론 일각에서 제기됐다.
당시 해당 사안을 두고 정치권에선 치열한 공방이 오고갔다. 이런 상황에서 내곡동의 한 생태탕집 주인 아들 A씨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 시장이 하얀 면바지를 입고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자신의 식당을 찾은 바 있다고 주장해 이목이 끌었다.
개인의 기억력에 의존한 의혹 제기였지만 당시 진행자였던 김 씨는 그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오 시장의) 그 동안의 해명은 거짓이 아닌가. 셀프보상 아닌가”라며 “이 정도면 오 후보가 당시 측량현장에 갔다는 건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 생태탕집 아들과 김 씨의 발언이 개인의 불확실한 기억력에 의존한 주장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여당에 역풍으로 작용했다. A씨가 앞서 다른 언론 인터뷰에선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여론 일각에서는 “십수년 전 기억도 되살려 주는 기적의 생태탕” 등과 같은 조롱이 쏟아졌다.
사태는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직선거법 250조 2항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방송, 신문, 기타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게 허위사실을 공표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아니면 말고 식 생태탕집 인터뷰를 한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선거법 위반 여부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오 시장은 득표율 57.50%로 박 후보(39.18%)를 누르고 압승했다.
김 씨의 라디오 방송은 오 시장의 당선이 기정사실화 된 이후에도 한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방송에서 오 시장에 대해 “10년 동안 무직으로 고생하다가 10년 만에 돌아오셨네”, “만약 2번 후보(오 시장)가 당선되면 우리는 프로그램 색깔도 코너도 바꿔야 한다. 제작진이 벌써 나를 버리려고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김 씨 등은 편파방송 지적을 부정했지만 당시 발언을 두고 ‘오 시장이 되면 더 이상 친정부 방송을 할 수 없다. TBS가 친정부 방송을 하는 나를 내보낼 것이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철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여당이 불리한 이슈에는 여당 해명방송으로, 야당을 공격하는 이슈에는 네거티브(흑색선전) 특집방송으로 쓰이는 방송이다”며 “이게 방송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어준 행태 용납된다면 너도나도 편향보도 남발…대한민국 언론의 신뢰 걸린 문제”
김 씨의 방송은 이른바 ‘좌표 찍기(다수가 특정인을 목표로 삼아 문자·댓글 폭탄 등을 가하는 행위)’와 관련해서도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는 지난해 10월 “기자들을 향한 과도한 인신공격, 성희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여성기자들은 성적 모욕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김 씨는 자신의 방송에서 해당 기사 제목을 언급하면서 “기성언론이 신뢰를 잃을 때 개인 SNS는 때로 기성언론의 영향력, 파급력을 넘어서는 지경까지 간다”며 “기자만 좌표를 찍을 수 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언론 자신이 신뢰를 상실한 덕분이다. 그런데 누구를 탓하나”고 발언했다. 이는 좌표찍기를 정당화하는 의도로 해석돼 논란을 샀다.
현재 김 씨 논란을 둘러싸고 감사원이 “TBS는 직무감찰 대상이다”고 밝힌 가운데 언론계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존폐를 두고 두 쪽으로 나뉘는 분위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달 22일 성명에서 “이틀 동안 벌어진 TBS 감사의 근거는 무엇인가.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감사를 촉구한 것 때문인가”라며 옹호했다. 한국PD연합회 고위관계자도 “프로그램 존폐, 진행자 문제 등이 정치적 목적으로 공론장에서 논의되는 건 용납하기 힘들다”고 거들었다.
반면 일선 기자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대다수 기자들이 김 씨 방송이 노골적인 편향성을 띠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일간지에서 정치사회부 기자로 근무하는 경력 10년차의 최모 기자는 “만약 김 씨가 용납된다면 너도 나도 편향보도를 남발해 언론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월간지에서 근무하는 윤모 기자는 “김 씨 한 사람 때문에 친정부 성향 언론인들과 양심적 언론인들로 편이 갈리어 언론중립성이 위협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방송인의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사태가 주는 파급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해 건전한 사회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방송이 오히려 사회분열을 부추긴 것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해당 방송인과 방송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은 “우리 사회에서 군중검열(인민재판)과 언론비평은 자주 혼동된다.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조차 감정적 단어들을 쏟아내는 것을 언론비평으로 여긴다”며 “김 씨 방송은 언론계 성찰 요구 측면도 있겠으나 좌표찍기라는 이름의 군중검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심 있는 시민들은 진영을 막론하고 군중검열이라는 폭력을 동원해 언론을 침묵케 하는 행위를 사회적 해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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