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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배터리 등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 강화 정책은 단기적으로 시장확보, 중국과 격차 확대 측면에서 우리 산업에 긍정적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백악관이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및 희토류에 대한 자국 내 공급망(Supply Chain) 분석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제언을 담은 보고서를 4일 발표했다. 이번 공급망 분석 보고서가 4대 품목별로 공급망 식별, 위험요인 진단, 글로별 현황, 미국에 대한 기회 및 위기요인, 그리고 미국의 공급망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제언을 수록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먼저 반도체를 국가 안보에 반드시 필요한 전략품목이자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결정하는 핵심 물리적 기반으로 평가했다. 제조 섹터의 전반적인 열세가 ATP(조립·테스트·패키징) 및 소재 등 공급망의 전반적인 약화를 초래했다고 평가하면서,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선 첨단 제조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반도체지원법’ 신속 집행, 및 반도체 제조시설 유치를 위한 인프라 확충, VISA 개혁을 통한 해외인재 유치, 동맹국과 협력을 통한 기술보호 등을 제안했다.
또한 배터리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유망산업이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식했다. 미국은 배터리 공급망 전반에 걸쳐 자체 생산기반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으며 특히 원료 채굴 및 정제·가공 부문이 가장 취약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반면, 보고서는 단시일 내 상당 규모의 첨단 반도체 제조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우리 입장에서 이번에 제안된 정책과제는 시장확보, 기술력 증진, 중국과 격차 확대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내 투자기업에 대한 연방 및 주 정부의 인센티브 강화는 우리 투자기업의 비즈니스 여건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의 첨단 반도체에 대한 기술보호 조치가 강화될 경우, 중국과 기술 격차를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부정적인 요인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한 미국이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보할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내 우리의 위상 약화는 불가피하며, 미국의 공격적인 해외 우수인력 유치가 효과를 발휘할 경우, 우리 반도체 산업 생태계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배터리의 경우, 강력한 수요 촉진책에 따른 정책성과의 상당 부분을 우리 배터리 산업이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내 수요의 상당 부분을 우리 기업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배터리 소부장 기업의 대(對)미국 투자 및 수출 확대는 글로벌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에 중국 배터리기업에 대한 미국 시장진입 규제로 우리 배터리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미국의 배터리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자국 배터리 산업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자국 기업에 지원을 집중할 경우, 미국 시장 내 우리 기업의 위상 약화를 우려했다.
한편,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첨단기술 및 산업의 공급망에 대한 인식 수준과 향후 정책 기조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첨단산업에 대한 미국의 행보가 우리 전략산업의 성장 경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우리도 긴 호흡을 가지고 공급망 재편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보고서에 제안된 각 정책에 대해 ‘경쟁’과 ‘협력’의 전략적 병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미국의 진단과 정책과제에는 우리 산업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와 위기요인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협력·연계할 수 있는 과제 도출 및 상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현 공급망 구조에 대한 정밀진단을 토대로 우리 공급망 전략 역시 재정립해야 한다. 미·중 간 갈등 장기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기술동맹에 기초한 공급망 재구조화가 현실화될 경우,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의 수급경로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 중국, 일본, 대만 등 주변국과 분업구조 상에 나타나는 리스크 수준과 요인을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공급망을 강건화하기 위한 산업별 공급망 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경제·안보의 통합적 관점에서 공급망 의제를 다룰 수 있는 거버넌스와 법령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가 첨단기술 및 산업 공급망 의제가 경제·산업 영역을 넘어 외교·안보적 차원으로 격상되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대외 리스크에 노출된 강도가 큰 우리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안보적 이슈와 결합된 첨단기술 및 공급망 의제가 상시 대두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산업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공급망 현안 대응 거버넌스를 안보와 결합된 이슈를 처리할 수 있도록 격상시키고, 현안 발생 시 국가 역량을 집결할 수 있도록 제반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핵심 전략품목의 공급망을 자국을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표출했다”며 “현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긴 호흡을 가지고 공급망 재편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첨단산업 공급망 이슈를 다루는 미국 등 주요국의 기조를 고려할 때, 현재 기술-산업-안보가 별도의 테이블에서 논의되고 있는 우리 현 구조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경제·안보의 통합적 시각에서 첨단산업의 공급망 의제를 다룰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갖춰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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