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와 후신인 문재인정부는 ‘국토 균형발전’이란 미명 하에 수도권에 몰려 있던 각종 행정 인프라의 지방 이전을 추진했다. 그 결과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들이 세종을 비롯한 지방 도시로 옮겨갔다.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들 역시 국회, 청와대 등의 지방 이전 공약을 내세우는 등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 안팎에선 수도권 분산화 전략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뒤따르고 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각종 특혜 부작용만 낳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여전히 늘고 있고 ‘혁신도시’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신도시들이 ‘유령도시’로 전락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토균형 발전을 위한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존 전략을 180도 뒤집어 ‘쪼개기’가 아닌 ‘집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을 더욱 더 넓히고 지방 광역시나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소도시를 흡수해 그 권역을 넓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균형발전 내걸고 쪼개기 급급한 노무현·문재인정부…수도권 인구집중 심화 부작용
지역 균형발전이 화두로 떠오른 시기는 노무현정부 시절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후보시절 공약인 충청권 내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했다. 동시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기본구상도 발표(2003년)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당시 정부 주도 하에 수도권 소재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노무현정부는 특히 중앙정부에서 지역 간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별도로 지원하는 예산인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도 만들었다. 해당 항목엔 매 년 수조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후신을 자처한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균특회계는 10.3조원에 달한다. 균특회계를 통해 지역맞춤형 교육과정 확대관련 일자리가 창출됐고 지역기술개발을 통한 매출증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수도권 기능을 분산시켜 지방도시 인구유입을 늘리려는 시도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줄긴 커녕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 인구이동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는 모두 8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2006년(11만1700명)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또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현황 월간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50.17%이던 수도권 인구 비중은 지난해 12월 50.24%, 올해 6월엔 50.32%로 증가했다. 대한민국 인구가 올해 6월 기준 5167만2400명인데 2600만3045명이 수도권에 거주한다.
분산 대신 집중 택하는 선진국들…“지방 대도시 중심 특화된 광역경제권 육성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론 안팎에선 국토균형 발전을 위한 전략 수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수도권의 경쟁력을 의도적으로 약화시켜 지방도시를 육성할 게 아니라 기존 지방도시들을 통·폐합 하는 방식, 즉 쪼개기가 아닌 집중의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찌감치 학계에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통 이후엔 서울과 경기, 인천을 하나의 대도시권으로 보고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관리하는 대도시권 정책이 필요하단 논의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울을 국제도시로 발돋움시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수도권에 정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건설·부동산 전문가, 해외 현장을 누비며 지방의 소멸과 그들 국가의 정책 방향을 지켜 본 현장 전문가들 역시 수도권의 기능을 쪼개 지방에 줄 것이 아니라 지방도시들을 통·폐합해 지역 곳곳에 수도권 같은 지역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지방이 살아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 “꾸역꾸역 보내 형태는 갖췄지만 사회적 비효율성만 커지고 문제가 많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혁신도시는 주변 지역 원도심을 더욱 낙후시켰다”면서 “원도심은 도시재생이란 이름으로 비용이 또 투입됐으니 혈세가 크게 낭비된 셈이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국가가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면 사회적 합의도 필요할 것이고 비용도 문제지만 일단 정책적으론 지역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규모에서 몇 개의 거점을 만들어야 하는 지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모가 있는 지자체는 지원도 지원이지만 자체적으로 먹고 살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코트라 관장을 지낸 김상철 G&C Factory 대표는 “표를 의식한 형식적인 혁신도시 개발이나 행정기관의 지방이전 등의 방식으로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지금의 국가균형발전 형태를 지속하면 언젠가 수도권과 지방이 동시에 무너져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정책 방향을 수정해 현재 유럽을 비롯해 미국, 일본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압축도시’라는 개념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도시를 압축해 고밀·집적 개발함으로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집중시키고 많은 사람들이 그 지역으로 모여들게 하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보면 선진국의 추세에 따라 국가행정체계를 종전의 47개 ‘도도부현’에서 8대 대도시(중핵 도시)를 거점으로 하는 8대 광역권으로 구분해 자족·자력 성장 경제권으로 육성해 나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지방 대도시를 중심축으로 하는 특화된 광역경제권을 개발해 광역권 중심의 인구감소 억제와 일자리 창출 확대가 가능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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