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각종 현안들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학문의 전당에서 오늘날 ‘학위장사’의 장으로 전락한 대학이다. 지식을 갈고 닦는 상아탑이 졸업장만을 얻기 위한 출구로 전락한 현실 타개를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이 소위 부실 대학들에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카이데일리가 시민단체 ‘함께 내일 연대(이하·함께련)’와 함께 ‘국민이 바라는 100대 공약’이라는 주제로 관련 내용을 취재·종합한 결과, 다수의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이 경쟁력을 올리고 전문성을 강화해 인재 양성이라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부실대학 구조조정을 꼽았다.
전국 대학 미충원 규모 2019년 7000명→2024년 10만명 전망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 내용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올해 지방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충격적인 충원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체 대학의 평균 충원율은 91.4%를 기록했는데 미충원(미달) 4만명의 약 75%가 비수도권 대학들로 채워졌다.
대학 미충원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19년 7392명에서 2020년 1만4046명으로 약 2배 가량 늘었다가 올해 4만1577명으로 급증했다. 내년에는 6만2146명까지 증가한 뒤 2023년에는 7만3267명, 2024년에는 10만710명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교육당국은 전망했다.
교육부는 미달 사태의 원인으로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를 꼽았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수도권 쏠림이 심해지면서 지방대 기피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수도권 대학들도 사정도 곧 지방대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는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권역별로 30~50% 가량의 대학들이 정원 감축을 해야 할 판이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해결을 위해 지방대, 수도권 대학 모두 정원을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 감축 권고 비율, 총 감축 규모 등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5~6월 발표될 예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내년 5월9일 자정까지다.
교육부는 이후 내년 7~12월 사이에 각 대학, 권역의 충원율을 평가하고 기준에 못 미치면 감축을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권역별로 약 30~50%의 대학들이 정원 감축을 해야 할 것이다”며 “강제되는 건 아니지만 그럴 경우 정부 재정 지원 중단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대학 정원 감축을 두고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국비 지원이 끊길 경우 그만큼 부실 대학들의 ‘학위장사’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실제로 대학 구조조정 및 정원 감축 등 제재는 1980년대부터 시작돼 노무현정부의 국립대 통·폐합 및 정원 감축, 이명박정부의 부실 사립대 퇴출 등이 추진됐지만 학위장사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줄어든 등록금 메우기 위한 학위장사 기승…“경쟁력 떨어지는 부실대학 과감한 정리 필요”
학위장사 정황은 지방대, 수도권 대학을 가리지 않고 적발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광주의 모 종합대는 돈을 받고 졸업장을 판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광산경찰서는 “수업에 출석하지 않아도 성적을 취득해 졸업할 수 있다고 학생을 모집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해당 대학 교무처, 교수 연구실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대학 관계자 일부는 성적 조작 등 학사행정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및 사문서 변조 등)로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다.
올해 3월에는 경희대가 정원 외 석사과정, 학점은행제 학생 모집 등을 불법으로 외부업체들에 맡기고 약 30억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 18~29일 감사인력 23명을 투입해 진행한 경희학원, 경희대 종합감사 결과에서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히고 관계자 일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경희대 경영대학원은 2015~2019년 사이 3개 업체와 학생 모집 위탁용역 계약을 맺고 계약학과 석사과정 신입생 1000명을 모집하는 대가로 약 14억원을 지불했다. 인원수로 나누면 1인당 약 140만원 가량이다. 경희대는 또 위탁업체 대표 2명을 학위장사 ‘공로’가 크다는 이유로 비전임 교수로 채용하고 6억6000여만원을 지급했다.
2018년에는 경북의 모 대학에서 학위장사 실태를 폭로했던 교수가 역으로 대학에 의해 금품수수 등 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했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당시 해당 교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알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위장사 혐의를 조사한 칠곡경찰서는 “수업을 받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교수 3명, 강사 11명 등 총 15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 제재와 이에 따른 학위장사 기승이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더욱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 정원 미달은 인구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대학 자체의 경쟁력 강화 노력을 촉구하는 한편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에 대해서는 강력한 구조조정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조조정을 위한 평가는 단순 재정 뿐 아니라 대학의 경쟁력, 논문실적 등 다양한 평가기준을 적립해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도권 대학 정원이 줄어든다 해도 학생들이 순순히 지방대에 가는 게 아니다. 목표는 여전히 수도권 대학일 것이다”며 “지방대들이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를 만드는 등 확실한 메리트를 갖지 않으면 수도권 대학 정원을 줄인다 해도 결국엔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홍규 한국대학교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한계대학에게 (폐교 등) 퇴로를 열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효성 있는 지방대 육성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혁신도시 개발처럼 지방대 경쟁력을 키워 학생이 오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재정 투입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모 대학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학생 수에 비해 대학 수가 과도하게 많다는 것이다”며 “대학을 평가함에 있어 단순히 재정만 볼게 아니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평가해야 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실 대학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적자기업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학 간에 경쟁을 유도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게끔 만들고 만약 경쟁에 도태된다면 강력한 구조조정을 펼쳐 사회적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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