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대박을 터뜨리며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로 인한 이익은 온전히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글로벌 OTT의 망 사용료 논란까지 겹치면서 K-콘텐츠와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이득만 챙기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징어 게임 전 세계 히트해도 한국 제작사 추가 수익은 제작비의 10~20% 수준
순위 집계 차트인 플릭스 페트롤 순위에 의하면 오징어 게임은 2일 기준 작품이 서비스 되는 83개국 중 덴마크와 터키를 제외한 81개국에서 넷플릭스 T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덴마크와 터키에서도 1위를 유지하다 내려온 것을 생각하면 모든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해 본 셈이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오징어게임은 디스토피아적 히트작이다”며 “넷플릭스 경영진조차 예상치 못한 결과로 넷플릭스의 사상 최대 히트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오징어게임이 개봉한 17일 2600억 달러에서 지난달 30일 2701억 달러로 증가했다. 2주만에 101억 달러가 증가한 것으로 한국 돈으로 12조의 시가총액이 불어난 셈이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이득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제작사에 분배되는 금액은 턱없이 적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제작을 위해 200억원을 투입했다. 이렇게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유통했을 때 제작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제작비의 10~20% 정도로 알려졌다. 오징어게임처럼 전 세계적 히트작을 만들어도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얻을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더해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도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계약 상의 내용이라 함부로 누설할 수 없지만 제작비와 추가적인 10~20%의 수익 외에 나머지는 다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게 맞다”며 “지적재산권의 경우에도 온전히 넷플릭스가 가져간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등 4개 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오징어 게임으로 넷플릭스는 제작비의 110% 정도만 지급한다”며 “20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는데 수익 배분은 240억원 정도인게 합리적 배분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한국국제문확교류진흥원이 8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콘텐츠 주 시청 채널 중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영화와 드라마 장르가 각각 64.3%, 63.2%를 차지했다. 예능과 애니메이션 또한 50% 이상을 기록하며 한국 콘텐츠의 해외 수출에 넷플릭스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주요 창구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로 인해 발생한 수익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와 IP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국내 제작사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콘텐츠의 저작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넷플릭스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에 대해 지급하는 제작비도 외국 콘텐츠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영화 전문 매체가 밝힌 유명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프렌즈’가 1000만달러, ‘왕좌의 게임’이 600~700만 달러, ‘로스트’가 약 400만 달러 수준이다. 오징어게임 8부작에 200억원이 투입된 것을 감안하면 회당 제작비는 25억원으로 약 210만 달러 수준이다.
이로 인해 최근 ‘D.P’와 오징어게임이 흥행하며 한국 콘텐츠의 가치가 입증된 상황에서 콘텐츠에 대한 대가도 올라간 위상에 맞게 재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망 사용료 지급 의무는 국내 사업자만…넷플릭스 “망 사용료 못낸다”
넷플릭스의 수익 분배 문제가 떠오르면서 꾸준히 제기됐던 망 사용료 문제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등을 이유로 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컴캐스트와 같은 인터넷제공사업자에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6월 패소했다.
법원은 1심에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 망 연결이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이에 대한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고 형평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SK 브로드밴드는 후속 조치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반소를 제기해 망 이용료를 요구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망은 초기 구축 및 매년 유지관리에 상당한 투자가 수단돼 당연히 유상으로 제공되는 것임에도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없이 회사의 망을 이용하고 있다”며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은 채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이행하지 않아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반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K 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콘텐츠를 일반 망을 사용해서 전송하면 화질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인터넷제공사업자들이 이용하는 기업 전용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넷플릭스도 전용 회선을 사용해서 전송하고 있는데 전용 회선 이용에 대한 대가를 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국내 사업자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인터넷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하기 위해 기간통신사업자의 시설을 이용하거나 임대에서 사용하도록 정해져 있다. 그러나 해외 사업자의 경우 관련 법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상황이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78.5%가 해외 콘텐츠 제공업자에 의해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업자가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연간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고 국내 사업자만 의무를 진다는 점에서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넷플릭스법)을 발표해 국내 일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직전 3개월간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트래픽이 몰리는 것을 막고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술 오류를 방지할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 법은 서비스 안정 의무를 부여할 뿐 망 이용료 부담과 관련해 직접적인 조항이 없다. 망 품질 유지를 근거로 해외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법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회원과 가까운 곳에 저장해둔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트래픽을 크게 낮추는 OCA(오픈 커넥트)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트래픽으로 인한 부담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가적인 망 사용료는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고 버티는 경우 망 사용료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만 차지하면 해당 법의 대상이기 때문에 해외 사업자에 비해 적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 또한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도로로 비교하면 10차선 중에 2차선만 쓰고 있는데 요금은 국내 사업자가 다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해외 기업 중 망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으면서 트래픽을 대량 발생시키면서도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떤 제도나 규제가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에게 다르게 적용된다면 당연히 국내 사업자에게 불공정하고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사업자를 차별하는 현재의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망 사용료에 대해서는 글로벌 기준도 찾아볼 필요가 있고 많은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결국에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본다”며 “넷플릭스가 인터넷 망으로 콘텐츠를 서비스함에 있어서 망을 구축하는 망 사업자의 노고가 들어간 것인데 거기에 넷플릭스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탑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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