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 안팎에선 ‘임대주택 회의론’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현 정부는 물론 차기 대권주자까지 임대주택을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지만 정작 기대효과는 예상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특히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면 기존 민간 분양주택의 희소성이 커져 결국 현금이 없는 서민들만 공공임대주택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임대주택이 한국형 부동산 계급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 대선주자 이재명, 부동산 공약으로 ‘공공임대 250만호 도입’ 발표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 하락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부동산 정책이 가장 우선적으로 꼽힌다. 임기 초 4억원에 불과하던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5년도 채 되지 않아 9억원까지 치솟은 배경에 부동산 정책 실패가 꼽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경선 레이스 시작부터 부동산 정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경선 최종 승리자인 이재명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 8월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며 자신이 집권할 경우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부동산 공약 중 핵심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였다.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가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 살 수 있는 공공주택을 대거 공급해 시장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취지였다.
세부 실행방안으론 임기 내 250만호 이상 주택 공급하고 이 중 100만호 이상으로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토지임대부 분양을 포함한 장기 임대 공공주택 비율을 현재 8%에서 10%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공공임대주택 집값 안정 효과 미미…도입 시엔 한국형 부동산 계급사회 도래”
그러나 정작 임대주택에 대한 부동산업계와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집값 안정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기존에 없던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례로 문재인정부가 2019년 공급한 화성동탄 A4-1블록의 경우 입주가 시작됐지만 주변 집값은 내리지 않고 오히려 올랐다. 공공임대 주택의 호실의 수가 1640호에 달했지만 매수수요를 전혀 흡수하지 못한 탓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화성동탄 A4-1블록 공공임대 도보 10분 거리에 자리한 ‘동탄역 센트럴상록’ 전용면적 59.98㎡(12층)의 경우 입주 전달인 7월 4억79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입주 이후부터는 오히려 호가가 치솟아 10월엔 같은 층수 동일 면적은 5억1900만원에 손바뀜됐다. 올해 내내 가격이 치솟아 지난달엔 6억74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의 G부동산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을 아무도 원하지 않고 있는데 1600호의 대규모 공급을 하니 오히려 기존 민간주택의 희소성이 더욱 커졌다”며 “심지어 해당 임대주택은 현재까지도 입주자를 다 찾지 못한 상태다. 기존 임대주택 입주자들도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에 입주한 서울 강동구 소재 장기전세 공공임대주택인 ‘고덕강일공공주택7단지’ 일대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고덕강일공공주택7단지 바로 옆에 있는 ‘강일리버파크2단지’의 84㎡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이 입주하기 바로 전달인 지난해 8월 8억 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입주 후인 11월 9억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5월에는 10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공 임대주택은 국민 정서와 동 떨어져 있어 인기를 얻기 힘들뿐 아니라 기존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왔는데 수도권 집값에 영향을 전혀 주지 못했었다”며 “그동안 많은 부동산학자들이 임대주택과 기존 시장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를 해왔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대주택 공급은 기존 주택의 집값 하락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역시 문재인정부의 공공임대사업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며 “30년 이상 오랜 기간 거주를 할 수 있다는 ‘기본주택’ 역시 우리나라 국민의 주택에 대한 인식과 괴리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주택은 안전자산이자 투자처이기 때문에 한 곳에 20~30년 동안 사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공 임대주택 정책을 여러 방면으로 검토했을 때 시장 안정화와는 괴리가 있다”며 “수도권에 공공임대주택을 200만호를 공급한다고 해도 집값이 내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경우 기존 민간 분양주택의 희소성만 키워 기존에 없던 부동산 계급사회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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