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화, 가계대출 총량 관리라는 미명 아래 대출 조이기에 들어간 정부가 이번에는 전세대출 규제 강화까지 시사했다. 그동안 집값을 잡기 위해 세부담 강화 등 각종 부동산 정책을 펼쳐왔는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결국 돈줄을 통째로 막아버린 것이다.
문제는 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신고제) 도입으로 지난해와 올해 전셋값이 너무 크게 올랐다는 사실이다. 서울 수도권의 전세시세가 대출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한 상황에서 전세대출까지 막힐 경우 결국 수많은 무주택자들은 월세나 임대주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론 안팎에선 정부가 가계대출관리, 집값 안정화 명분을 내세워 전세대출을 옥죄는 이면에 정책 호응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매매, 전세 등을 시도하지 못하는 주거약자들은 부담이 큰 월세 외엔 대안이 없다는 점을 이용, 임대주택으로 수요가 쏠리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임대차3법 맞물린 지난해 가계부채 폭증…정부, 전세대출 옥죄기 시사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7년 2분기 10.4%에서 2019년 3분기 3.9%로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에 확산세와 더불어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임대차3법 등으로 전국 집값이 폭등하면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7.9%까지 상승했다.
가계부채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증가하자 정부는 올해 4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 내외로, 내년에는 4%대로 관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로 유지하라는 내용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대출상품 판매를 줄이거나 없앴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위가 기존 신용대출·주담대 외에 전세대출까지 옥죄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달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인 6%대를 달성하려면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가계부채 대책 발표를 통해 전세대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부동산 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새로 도입될 전세대출 규제는 정책금융기관의 은행 전세대출 보증 비율 조정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금융공사·SGI서울보증·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기관들은 현재 금융사의 전세대출에 대해 80~100% 비율로 보증을 서주고 있는데 이를 50~80%까지 낮추는 것이다. 전세대출의 보증액이 감소하면 은행은 전세대출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 차주를 선별하기 위해 금리 올리거나 대출 상한액을 낮추는 등의 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전세대출을 포함시키는 방안 역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DSR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개인이 받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현재 은행권에서 DSR 산정 시 전세대출을 제외하고 있다. 만일 DSR 산정에 전세대출이 포함시킬 경우 부채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자는 전세대출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수요 전세대출 막히면 ‘울며 겨자 먹기’식 임대주택 수요 증가…“결국 이거였나”
주목되는 사실은 현재 은행권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만으로도 주택 월세가 폭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이 강화되기 시작한 7월부터 서울 월세 가격이 크게 올랐다. 서울의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해 7월(96만5000원)부터 올해 6월(97만7000원)으로 1.3% 오르는 것에 불과했지만 7월 105만2000원으로 전달 대비 7.2%나 오른 뒤 8월 105만5000원을 기록했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현 시점에서 전세대출까지 막히게 되면 월세 가격이 더욱 오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될 경우 지금까지 찬밥 신세였던 정부 정책에 대한 호응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월세 가격이 지금보다 오를 경우 무주택자들의 선택은 막대한 월세 부담을 감당하거나 주거비 부담이 적은 임대주택 외엔 마땅한 선택지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공공 임대주택 7만2349가구 중 16.6%인 1만2029가구가 올해 5월까지도 임차인을 못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주택이 시세보다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공실로 방치 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집값·전셋값이 급등하고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임차인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은 임대주택이 기피대상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도 부동산 업계와 같은 반응이다. 전세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에서 대출규제가 강화될 경우 무주택자들은 월세, 임대주택 등으로 강제로 떠밀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주택이란 자산을 증식할 기회이자, 자산, 노후대비책, 대출 방도인데 임대주택은 이러한 인식에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다만 전제대출이 막힐 경우 어쩔 수 없이 임대주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