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융당국이 금융플랫폼의 영업 형태를 ‘광고’가 아닌 ‘중개’로 판단했다. 이러한 규제를 두고 자칫 핀테크 기업의 혁신까지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주목된다. 주요 먹거리를 잃은 핀테크 업계는 당장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출구 전략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다른 분야 플랫폼의 비슷한 영업 방식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가 ‘광고’로 판단하고 서비스를 허용해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 안팎에선 겉으로는 혁신을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보수적 태도만 유지하는 금융당국의 행태를 두고 ‘표리부동의 끝판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 ‘광고’ 아닌 ‘중개’ 판단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달 7일 보험·카드·펀드 등 금융상품 정보제공·비교추천 서비스에 대해 광고가 아닌 중개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금소법상 중개를 하려면 금융위원회에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다만 현행법상 핀테크 플랫폼이 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할 수 있는 상품은 대출상품 뿐이다.
금융 플랫폼 기업들은 금소법 계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24일까지 금소법 위반 소지를 해소해야 한다. 플랫폼 업체들은 금융당국에 시정 기간 유예를 요청했으나 당국은 추가로 유예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금융당국은 금융상품 판매에 자격 또는 책임이 없는 자로 인한 불완전판매나 중개수수료 상승, 온라인 알고리즘 편향성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권익보호 및 건전한 시장질서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금소법 취지를 우선해 판단했다”며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의 목적이 정보제공 자체가 아니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중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뜬금 규제에 핀테크 업계 서비스 중단·개편…“황금알 사업 한 순간에 접을 판”
금융당국의 규제 방침에 따라 주요 핀테크 기업들은 지난달 25일을 전후로 금소법에 맞춰 서비스를 개편하거나 잠정 중단했다. 카카오페이는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와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투자 서비스 등을 중단했다. 토스는 신용카드 비교 서비스 등을 전면 개편했다. 금융상품 추천부터 계약까지 한 번에 이뤄지던 과정은 해당 금융사 홈페이지로 연결해 계약하는 방식으로 대체됐다.
서비스 개편으로 핀테크 기업들은 주요 수익원을 잃을 취기에 처했다. 주요 핀테크 기업은 그동안 획기적이거나 남다른 금융서비스로 회원을 모은 뒤 이들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고객을 흡수하는 한편 간편결제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토스는 기본 정보가 필요 없는 간편송금 서비스로 시작해 지금 수준으로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단순 상품 추천이 광고에서 중개로 인식되면 중개업 등록을 하지 않는 한 불법영업으로 간주된다. 그나마 대출 플랫폼은 중개업으로 등록할 길이 열려 있으나 그 밖에 성격의 플랫폼은 법적 근거가 없어 당장의 영업 허가조차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업을 중단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셈이다.
당장 보험 관련 플랫폼만 보더라도 보험업법 시행령 상 금융감독원 검사대상기관(전자금융업자 포함)은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할 수 없다. 금소법에서도 중개업자의 재위탁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식으로 플랫폼이 보험대리점으로부터 위탁받는 형태의 영업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금소법 시행 전부터 미등록 중개 행위라며 시정을 요구했다지만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관련 서비스를 지속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갑자기 위법(소지가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없지 않다고 보지만 하루 빨리 서비스를 재개해서 더욱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 (금융위 방침을) 수용하기로 했다”면서도 “(이번에 금융당국이) 핀테크 업계와 금융 혁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인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금소법상 중개가 아닌 광고로 이해해 금소법상 중개업자로서 등록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며 “대체로 플랫폼 기업들이 금소법상 모집인 등록규제에 대한 대비가 원활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에만 냉혹한 플랫폼 규제…강남언니·로톡 등에 복지·법무부 ‘합법’ 판단
주목되는 사실은 금융 외 타 분야의 경우 같은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과 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의 플랫폼 관련 정책 방향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의료·법조 분야 플랫폼과 이익단체 사이 충돌에 대해 관련 당국은 플랫폼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는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의 의료광고 및 후기에 대해 합법이라는 의견을 냈다. 지역이나 분야(이혼·상속·성범죄 등)별로 변호사를 찾을 수 있는 법률 플랫폼 ‘로톡(LawTalk)’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행 변호사법은 대가를 받고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근거로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는 로톡의 서비스가 변호사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위법 영업이라고 주장한다. 변협은 로톡에 등록한 변호사를 징계할 예정이며 로톡에 대응할 자체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로톡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올해 8월 법무부는 “로톡 서비스는 이용자가 플랫폼에 게재된 변호사의 광고를 확인하고 상담 여부를 자유롭게 판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로톡의 현행 운영방식은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까지 로톡에 힘을 실어줬다. 13일 열린 혁신 스타트업 활성화 간담회에서 박 장관은 “변협은 징계권을 가진 센 곳이지만 로톡은 합법이다”라며 “(변협이) 실제로 징계 절차를 시작하면 그 부분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권도 적절한 시점에 행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국경 없는 인터넷 산업 특성상 국내 기업, 일부 온라인 플랫폼에만 규제를 가할 경우 더 거대한 플랫폼, 외국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오히려 더 많은 플랫폼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입점 업체와 소비자를 보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