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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는 재테크<36>] 6000억원대 웹소설의 성장
B급 문학 옛말… 웹소설, 출판문학 생태지형까지 바꾸다
‘전독시’ 작품 수익 100억 훌쩍… 웹툰·영화 확장 땐 ‘황금알’
정산 내역 공개·교육기관 커리큘럼 설립 등 생태계 진화 중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4-16 00:07:35
▲ ‘웹 소설’이 높은 인기에 힘입어 웹툰, 드라마, 영화 등 2차 창작물로 연결되고 있다.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왼쪽)는 웹소설이 원작이다.
 
‘웹 소설’이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사람과 돈이 모여 들고 있다. 조만간 단행본(종이책 소설 기준) 시장 규모를 넘어설 기세다. 대학은 발빠르게 관련 전공을 개설했고, 직장인은 부업 또는 꿈을 위해 글쓰기에 나섰으며, 기업은 플랫폼 경쟁에 돌입했다(이하 ‘웹소설’). 
 
웹소설은 온라인 웹(web)에 발표하고 소비하는 소설 작품을 일컫는다. 1990년대 ‘퇴마록’, ‘드래곤 라자’ 등 ‘PC 통신 문학’과 2000년대 ‘그놈은 멋있었다’ 등 인터넷 소설이 효시다. 2010년대 스마트폰 탄생 이후 빠르게 성장했고, 2013년 네이버가 네이버웹툰을 내놓자 웹소설로 통칭하기 시작했다.
 
1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소설 시장은 지난해 6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이는 2013년 규모인 100억원의 60배이자 일반 단행본 시장 7132억원 규모를 위협하는 수치다. ‘2020년 웹소설 이용자 실태조사’에서 평소 이용하는 디지털 콘텐츠 중 웹소설이 73.6%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중 35.2%가 매일 웹소설을 즐긴다고 답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웹소설 산업현황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소설은 2019년 월평균 1만45건 등록됐고, 일평균 201만2200회 조회됐다. 업계에서는 현재 이 모든 수치가 훨씬 더 커졌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웹소설의 성장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플랫폼의 성장과 궤를 함께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고, 100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한 편을 감상할 수 있어 부담이 적은 콘텐츠로 각광 받는다”며 “이를 스낵 컬쳐(Snack Culture)라고 하는데, 많은 이용자가 3~5분 남짓하는 짧은 출퇴근 시간 동안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2차 창작물 등 지적재산권(IP) 활용도도 높다. 인기가 높은 웹소설은 전자책 또는 종이책으로 출간거나, 웹툰·TV드라마·영화로 제작된다. ‘대박’으로 꼽히는 ‘전지적 독자시점’은 2018년 1월 문피아에서 연재를 시작해 그해 2월 유료로 전환한 뒤 2020년 2월 완결됐다. 카카오페이지, 조아라 등에서도 유료 연재됐으며, 네이버시리즈에서만 누적 다운로드 1억5400만회, 누적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2020년 5월부터 네이버웹툰에서 동명의 웹툰이 연재를 시작했다. 영화도 찍는다. ‘신과 함께’ 제작사 리얼라이즈 픽처스가 제작하며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이 연출한다. 
 
이수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페이지컴퍼니 노블사업그룹 일반도서팀장은 “(웹콘텐츠업계는) 글로벌 진출에 대해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며 “또 다들 영화나 드라마 등의 또다른 매체를 통해서 웹툰이나 웹소설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낮은 진입 장벽은 웹소설 작가 지망생에게 희망적이다. 순수·장르 문학과 달리 전문적 교육이나 오랜 훈련이 크게 필요하지 않고, 웹툰처럼 별도의 전문 장비가 없어도 된다. 
 
실제로 ‘김 비서가 왜 이럴까’ 작가는 정경윤 약사이고,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작가는 이낙준 이비인후과 의사, ‘왕세자의 살인법’ 작가는 서아람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다. 거꾸로 ‘재능을 삼킨 마법사’을 쓴 박태석 작가는 올 초 출시된 동명의 모바일 게임 개발했다. 
 
한편 법무부는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서아람 검사에게 14일 감봉 1개월 징계 결정을 내렸다. 서 검사는 사직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전지적 독자 시점’ ‘화산귀환’ 등 대작은 100억원씩을 벌어들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웹소설 작가는 보통 조회수에 따라 수익을 배분 받는다. 플랫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독자가 지불하는 유료 구독료의 40~70%가 작가 몫이다. 
 
인기도에 따라 계약 내용이 달라지는게 관례다. 이에 웹소설 작가도 여타 창작 분야 처럼 소수 인기작가에게만 돈이 몰린다는 공식이 통하기도 한다. 인기작가에게 우려와 질시는 돈과 함께 덤으로 따라 붙는 세트상품이나 마찬가지다. 
 
열악함을 지적받던 웹소설 작가에 대한 처우는 서서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달 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는 웹툰·웹소설 작가의 권리 향상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는 상생안을 내놨다. 현재 파트너사(CP)에만 공개하는 카카오페이지 정산 세부 내역을 앞으로 작가가 열람토록 할 방침이다. 상반기 안에 작가용 정산 사이트를 구축해 하반기부터 파트너사와 협의한 작가가 세부 정산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는 작년 말 작가에게 선투자 작품의 실질 정산율 60%를 보장하기로 한 데 이어 작품 하단부 광고 수익도 나누기로 했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연내 정산을 목표로 한다. 작가와 카카오엔터 CP 자회사간 공정한 계약을 위해 계약서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또한 향후 5년간 최소 1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첫 ‘웹툰·웹소설 작가 창작 지원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창작 지원, 심리 치료, 법률 지원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산학 협력 등을 통한 문화 창작 교육 진행, 예비 창작자 육성 등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K-콘텐츠 작가 발굴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카카오엔터는 연내 재단 설립을 목표로 이사회 구성을 진행 중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이처럼 웹소설의 뜨거운 바람은 고등 교육기관 커리큘럼까지 바꿨다. 청강문화산업대(청강대)가 ‘웹소설창작전공’을 개설했고, 수성대가 ‘웹툰(웹소설)스토리과’를, KAC한국예술원(학점은행제 교육기관) 문예창작예술계열에 ‘웹소설·웹시나리오 과정’ 등을 만들었다.
 
2019년 전국 대학 가운데 최초로 웹소설창작전공(3년제)을 개설한 청강대는 올 2월 1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재학 중 ‘중대장은 너희에게 회귀했다’로 데뷔한 송진열(필명 퀸즈) 작가는 “현역 웹소설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배우고, 그렇게 배운 내용으로 직접 제목, 시놉시스, 기획서, 원고 등등 직접 쓴다”며 “그 과정에서 교수와 동기들의 피드백을 받아 함께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혜정 청강대 교수는 “최근 웹소설 산업이 성장하면서 만화·애니메이션·드라마·영화·게임 등 선순환하고 있던 (콘텐츠) 생태계에 웹소설이 편입됐다”며 “앞으로는 영상화나 게임화에 원천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웹소설이 더욱 많이 등장해 산업적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에도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이 대중의 기호에 영합해 너무 가벼워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웹소설은 그냥 모바일로 읽는 가벼운 소설만을 뜻하는 것도, 종이책으로 읽던 문학의 시대가 끝날 거라는 부정적인 신호도 아니다”라며 “대중문학이 인터넷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있다는 변화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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