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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 등으로 증시가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상장사들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자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자기자본으로 매입해 확보하는 것으로, 사들인 주식만큼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식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낸다. 다만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일정 기간 경과 후 시장에 처분할 경우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30일까지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2조213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1조1108억원)과 비교해 두 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자사주 취득 공시 건수도 117건에서 185건으로 58.1% 증가했다.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자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LG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를 제고를 위해 2024년 말까지 총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2005년 이후 17년만이다. 당시 LG는 임직원의 주식매수선택권과 관련해 203억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사들인 바 있다.
LG는 주주환원 정책의 하나로 배당정책 개선안도 공개했다. 2020년 초 지주회사로서의 특성을 반영해 ‘배당금 수익을 한도로 해서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 이익 제외)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배당정책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에 ‘배당금 수익을 한도로’라는 제한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일시적으로 자회사의 이익 변동이 발생해도 배당 재원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업계도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입 후 소각 등 세부 계획은 아직 검토된 바 없으나 단기 내 매각, 지분교환 등도 없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이라며 “자회사 지분 매각 등으로 발생하는 투자 이익에 대한 주주 환원을 강화한 만큼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등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자사주 취득에 따라 최소한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한 것”이라며 “LX와의 계열분리 이후 처음 발표된 현금활용(순현금 1조8000억원) 방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어 향후 인수합병(M&A)이나 기업형벤처캐피탈(CVC) 설립 등 사업포트폴리오 강화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18일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50만주(약 712억5000만원)를 매입하기로 했다. 8월18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진행된다. 셀트리온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다. 이번 건까지 합치면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는 155만5883주(약 2500억원)에 달한다. 직원의 200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던 오스템임플란트도 4월27일 거래재개 결정을 받은 뒤 긴급 이사회를 열어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임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주가 방어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5월 한 달간(2~30일) 삼성전자 보통주 또는 우선주를 장내 매수한 삼성전자 임원은 모두 2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사들인 자사주는 총 6억3882주(약 42억5000만원)에 달했다. 오종훈 부사장 5140주(3억5003만원), 김홍경 부사장 5000주(3억3700만원), 김연성 부사장 4500주(3억375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서도 자사주 매입이 잇따랐다. 20일 DGB대구은행은 임성훈 은행장이 DGB금융지주 보통주 6500주를 장내 매수하는 등 자사주를 매입했다 취임 후 매입한 자사주 5000주에 이은 것으로 임 은행장의 보유 주식은 약 1만7000주로 늘었다. 23일에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입했다. 손 회장의 보유 자사주는 총 11만3127주로 늘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 잔여지분 블록세일(Block Sale·시간외 대량 매도) 등 일시적 요인으로 주가가 하락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목적의 자사주 취득 결정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호재로 인식되지만 모든 자사주 취득이 동일한 효과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에 시장에 처분할 경우 일시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 취득 방법과 주주가치 제고 효과에 대한 소고’라는 보고서에서 “자사주를 직접 매수하는 방식과 달리 신탁계약을 통한 간접취득은 사실상 취득기한에 제한이 없고 공시한 신탁금액을 전액 취득하지 않아도 되며 취득한 자사주를 계약기간 내에 매도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실질적인 자사주 취득 여부나 취득기간이 불확실하고 주가 부양효과가 기대와 상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투자자는 자사주 취득 제도를 명확히 이해하고 자사주 취득 과정과 취득 후 처리 방법, 실제 체결 현황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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