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20·30세대(영끌족)의 성지로 불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주택시장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장기화 되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젊은 층의 진입이 많았던 ‘노도강’이 더욱 혹독한 조정세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가격에 주택을 구할 수 있어 사회 초년생 등의 유입이 많았지만, 최근 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향 등으로 인해 대출 이자 부담으로 유지가 어렵게 되자 집을 내놓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이에 더해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서 매수세가 뚝 끊겼고,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을 구하는 것 또한 어려워지면서 영끌족의 한숨만 늘어나고 있다.
반짝 수요 몰렸던 ‘노도강’… 빠르게 빠지는 거품
노원구와 도봉구는 서울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2021년 한 해 동안 ‘영끌족’뿐 아니라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대감에 ‘패닉바잉(공황구매)’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지역이다.
9월 기준 작성된 한국부동산원의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노원구와 도봉구는 2021년 10월 기준 서울지역 평균 지수인 102.7보다 높은 104.7과 103.6의 매매가격 지수를 기록했다. 변동률 또한 서울지역 평균인 0.71%보다 높은 0.88%와 0.74%를 나타내며 해당 지역의 높은 관심이 집중됐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1년 만에 상황이 역전됐다. 노원구는 1월부터 변동률이 하락세로 전환됐다. 한번 하락세로 전환된 이후 꾸준히 내려간 매매가격지수는 9월 기준 102.4로 서울지역 평균인 102.8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의 매매가격 지수에 따르면 강북구와 도봉구 또한 노원구와 마찬가지로 1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보합과 약간의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7월 이후 하락폭이 증가하며 9월 기준 각각 102와 102.3의 매매가격지수를 보이며 지난해 동월에 비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서 20·30세대의 ‘노도강’ 지역 내 매매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비중을 확인해보면 20·30세대의 ‘노도강’ 지역 거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등) 기준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30대 이하 매도인의 비중을 보면 노원구는 9월 기준 21.74%(161건 중 35건)로 올해 처음 20%를 넘겼다. 1~3월 9~11%대를 유지하던 매도인 비중은 4월 12.02%(208건 중 25건)로 증가하더니 6월(14.02%)부터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해 9월 21.74%까지 상승했다.
도봉구의 경우 9월 기준 11.86%(236건 중 28건)를 기록하고 있다. 1~3월 8~10%를 기록하던 매도인의 비중은 이례적으로 20대의 거래량이 많았던 4월 43.23%(266건 중 115건)를 제외하고 5월 13.08%(214건 중 28건)를 기록 후 7월 17.88%(274건 중 49건)까지 상승했다. 이후 11.86%까지 하락했으나 전체 거래량이 비슷했던 1~3월에 비해 상승한 것을 보여주며 300건에 가까운 거래량을 보여줬던 6, 7월에 비해 비중이 줄어든 것은 전체적인 거래량의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높은 금리 인상에 손해 감수하고 빠르게 ‘손 털고’ 탈출 러쉬
높은 관심을 받으며 ‘영끌족의 성지’로 불렸던 ‘노도강’ 지역의 몰락 원인으로는 높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꼽히고 있다. 계속해서 금리가 올라가지만, 집값은 계속 내려가기 때문에 기존에 대출받아 집을 샀던 젊은 층은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한 10월 24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을 살펴보면 강북 지역은 지난주(-0.34%)와 동일한 하락세(-0.34%)를 보였고 도봉구와 노원구 또한 지난주 올해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각각 –0.40%(전주 –0.42%)와 –0.36%(전주 –0.41%)의 하락세를 보였다.
부동산 전문 플랫폼인 리치고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주공7단지 전용면적 41㎡ 호실이 지난해 동월과 비교했을 때 7억3000만 원이던 호가가 10월 31일 기준 5억9000만 원까지 내려왔으며 이 또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계속해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노원구 내에서 학원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비교적 안정적인 집값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을 받던 중계동 인근의 시세 또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리치고에 따르면 중계동 그린아파트 전용면적 50㎡ 호실은 지난해 7억1000만 원의 최고 호가를 형성했으나 10월 31일 기준 5억4000만 원으로 2억 원에 가까운 하락을 보였다.
도봉구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창동의 주공19단지는 중형 평수가 많아 젊은 층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 플랫폼 리치고에 따르면 도봉구 창동의 주공19단지 전용면적 69㎡ 호실은 최근 12주 기준 17.3%의 가격 하락을 보였다. 2021년 11월 기준 11억 원부터 시작했던 매매가격은 10월 31일 기준 8억1000만 원으로 약 3억 원 하락했다. 주공19단지 맞은편 고가 아파트인 삼성래미안 또한 전용면적 85㎡ 호실이 11억3000만 원의 최고 호가를 기록했던 1년 전에 비해 10월 31일 기준 9억3000만 원의 호가를 형성하며 2억 원의 하락을 보였다.
강북 지역 대단지로 꼽히는 강북구 미아동 삼성래미안트리베라2차 아파트는 인근의 재건축 촉진 구역 등으로 인해 단지의 기대치가 높은 곳이다. 노도강 내에서는 비교적 집값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주변에 개발 호재가 많아 추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입주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주변 환경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집값 하락을 피해가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리치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전용면적 59㎡ 호실의 기준 호가는 7억3000만 원으로 최고 호가인 9억2000만 원에 비하면 약 2억 원 하락했으며 최근 12주 기준 8.8%의 가격 하락을 보였다.
낮은 가격에 들어왔지만 무리한 대출이 ‘목줄’ 죄어
창동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부동산 관계자는 “‘노·도·강’이라는 이름 아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됐었지만, 대부분 ‘영끌족’이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의 하락이 이어지면 버티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가격에 팔고 나가도 손해라는 것을 알지만 더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팔 수 있을 때 팔고 동네를 떠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2030세대는 지금 ‘영끌 푸어’라고 불리며 고통받고 있다”라며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돈을 모아 집을 샀지만 무리한 대출 등에 금리 인상이 겹치며 이자 부담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끌족의 소비 패턴은 과거와 달리 무리해서라도 새집을 추구하는 새로운 패턴으로 금리 인상 등의 변수에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상 사태가 먼저 해결된 후 지금의 2030세대의 고통도 해결될 것”이라며 “그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결 이후에도 즉각적인 V자 형태의 반등이 아닌 U자 형태의 반등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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