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제대로 얼어붙었다. 윤석열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인 8.16 대책 이후 규제 완화 기조의 후속조치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좀처럼 시장의 반전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
실수요자에게 우려로 작용하는 기록들이 연일 경신되는 가운데, 부동산시장에 불어닥친 빙하기는 언제쯤, 어떻게 해야 끝나는 것일까.
‘역대급’ 거래절벽, 정부 잇따라 규제 풀었지만…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8월 누적 기준 올해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총 38만539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73만7317건)의 47.7%에 불과하다. 부동산시장 불패로 여겨졌던 서울도 4만3818건으로 53.8% 줄었다.
8월 한 달간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 역시 3만5531건으로 작년 8월 대비 60.1% 감소, 월별 기준으로는 2009년 1월(3만4149건)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고, 이 중에서도 8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07건으로 집계돼 관련 통계 집계 시작(2006년) 이래 처음으로 1000건을 밑돌았다.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드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다만 현재 직면한 거래량 감소는 금리인상 쇼크로 인한, 소위 ‘사는 사람 없고 파는 사람(매매)만 있는’ 시장 거래절벽에 가까워 청약 외 실수요자에게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임기 시작 이후 줄곧 하락장이었던 부동산 시황에 윤석열정부는 단순히 가격하락이 아닌 안정화되는 것을 목표로, 재건축 등 공급을 중심으로 한 규제 완화 정책을 연이어 내보였다.
재건축 사업 활성화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여겨졌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는 초과이익 면제금액을 기존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고, 부과율 결정의 기준이 되는 부과구간을 기존 2000만 원 단위에서 7000만 원 단위로 늘렸다. 이로써 50%의 재건축부담금이 부과되는 초과이익 기준은 최대 1억1000만 원에서 3억8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부과 개시 시점 역시 기존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부터 조합설립 인가일로 한 단계 늦춰졌고, 공공기여 감면 인센티브 확대 및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 확대 등 전반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달에는 수도권과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이에 따라 9억 원 이하 50%, 9억 원 초과 30%에 불과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로 확대되고, 2년 거주 의무도 사라졌다.
다주택자 취득세 역시 2주택 8%에서 1~3%로 낮췄고, 3주택은 12%에서 8%로 완화되는 등 특히 미분양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지방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이밖에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라면 지역과 주택 가격에 관계 없이 LTV를 80%로 상향하는 등 실수요자를 위한 규제도 풀었다.
금리인상 쇼크 장기화… 전문가 “내년까진 불투명, 지켜봐야”
통상 부동산시장은 규제를 조정하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연이은 규제 완화 정책에도 당초 목적인 시장 거래 활성화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마지막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4.8로, 2019년 10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인터넷 조사 등을 통해 수요·공급을 지수화 한 지표로, 기준선 100보다 낮으면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주택시장 현장에선 매물은 많은데 거래는 없으니 급하게 시장에 나오는 전·월세 매물만 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에서는 2년 전 시세보다 낮은 전세 물건이 등장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최근 주택 시장 한파를 불러온 가장 큰 요인으로 금리인상 여파를 꼽고 있다. 소위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매수자들이 고금리에 따른 대출이자와 세금 부담으로 매물을 상대적으로 저가에 내놓아도, 이를 소화할 신규 수요자들 역시 같은 상황에 부담을 느껴 대출을 실행하지 않고 동향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가 있으면 금리가 어느 정도 인상되더라도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을 텐데, 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손해라는 판단이 되는 순간 집을 사지 않게 된다”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의 효과와 방향성에 대해 김 위원은 “각종 규제 완화가 시장에서 기대한 ‘대폭 완화’보다 약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이고, 정부도 한 번에 확 풀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장 반응이 나타나길 바랐지만 서로 괴리가 있었다”며 “다만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곳을 중심으로 어떤 형태의 거래가 나타나는지, 정부에서 주시하고 힌트를 얻어 LTV 완화나 수도권 조정대상지역 조정 등 방안이 뒤따르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넘어 내년 시장까지 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하반기 6월·7월과 9월 연이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0.75%p 인상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 상단은 지난달 말 기준 연 7%를 넘겼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Fed가 연말까지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는 등 연말 연 8%대 대출금리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게다가 대폭 인상된 금리를 즉각 내리는 것도 아니기에 당분간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수요자 측면에선 아무래도 금리 자체가 워낙 올라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섣불리 진입하기엔 어려운 시장으로 보이고, 금융 동향에 따라 향후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며 “보유자 측면에선 일단 내년 상반기 전까지 약보합 상태를 띠다가, 재산세·종부세 정도에 따라 매도하거나 보유하는 형태의 변화가 하반기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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