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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로 불...'))
“저는 자유주의자예요. 리버럴리스트. 다른 말로 표현하면 조선식 선비입니다. 제가 모시던 사람에게도 잘못되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사람이에요. 그렇기에 수십 년 동안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김대중 선생하고도 결별했죠.”
김경재 회장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로 불린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베스트드레서로 선정될 만큼 옷 잘 입는 의원으로도 알려졌었다. 직접 만나 보니 ‘시니어 모델’처럼 멋쟁이였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자 겸양쩍어 하며 손사래를 친다. 그는 어머니에게 공을 돌렸다.
“어머니가 177cm 80kg으로 알맞게 낳아주셔서 외국에 가서도 기성복 40R 사이즈만 입으면 완벽하게 맞아요. 그 덕이죠.”
김 회장은 1971년 김대중 신민당 대선후보 선전기획위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건 5·16이 일어난 직후였던 대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DJ는 초선 국회의원이었다. 이후 그는 유신 체제하에서 재야운동을 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16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1987년 6·29선언 이후 DJ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귀국한 김 회장은 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97년 대선 때는 새정치국민회의 홍보위원장을 맡아 DJ의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하지만 이후 대북정책에서 DJ와 견해가 달라 사이가 멀어진다.
김 회장은 “1999년 국회의원 시절 DJ의 지시로 평양에 다녀온 뒤 ‘북한의 요구를 받아 주면 안 된다. 노벨평화상 받으려고 서두르시느냐’고 했더니 화를 내시더라”고 회고했다.
유튜버로의 변신
정치인에겐 정년이 없나 보다. 80이 넘은 나이에도 김 회장은 집이 있는 마포에서 여의도 사무실로 거의 매일 출근한다. 더욱 놀라운 건 그가 뉴미디어 시대에 적응해 유튜버로 활동한다는 사실이다.
김경재 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 아예 방송용 스튜디오를 사무실에 차렸다. 이곳에서 사회 현안을 주제로 자유롭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간 촬영된 영상이 무려 1600개가 넘어섰다.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출연 요청이 많았어요. 하지만 겹치기 출연의 부담을 피하고 싶었고 제 스스로 대화채널을 만들어 국민 여러분과 직접 편안하게 소통하고 싶었죠.”
다가오는 내년 총선을 맞아 정치인으로서 국민이 평안한 100%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그는 올 5월 중순 4·19 민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기리기 위해 1991년 창립된 단체인 4월회(April Society) 회장에 취임하며 시동을 걸었다.
“오랜 망명 생활에서 돌아와 포상도 유공자도 사양한 4·19 동지들과 모임을 창설한 게 4월회예요. 1991년에 설립된 단체입니다. 당시 창립선언문까지 몸소 기초하며 지원했죠. 회장직을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번에 떠맡게 됐어요. 이왕 맡았으니 제2의 4월 혁명으로 이 나라에 자유민주주의 기틀을 확립하고 싶습니다.”
김 회장은 1942년 전남 여수의 바닷가 조그만 섬 경도(京島)에서 태어났다. 그는 2남4녀의 막내였고 아버지 나이 50세에 얻은 늦둥이였다. 아버지는 한학을 가르치는 선비였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한문과 정치인의 덕목을 배웠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에게 말과 글의 중요성을 항시 강조했다.
“수많은 스승과 선배를 모셨으나 절대적인 스승은 아버지였어요. ‘쉰둥이’로 얻은 막둥이인 저에게 네 살 무렵부터 한학과 서예를 가르쳤고 심지어 관상 보는 상학(相學)까지 일러 주었죠. 아버지는 저에게 붓글씨를 가르치며 명필의 솜씨를 지니고 태어났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어요. 그러면서 요즘은 글씨보다 글을 잘 써야 명필이라는 말을 하실 만큼 현실감각도 뛰어나셨죠. 또 글만 가지고는 안 된다, 말도 잘해야 된다며 ‘글 쓰듯이 말하고 말하듯이 글을 쓰라’고 항상 강조하셨어요.”
초등학교 4학년까지 여수 서초등학교를 다니다 순천으로 이사, 순천남초·순천중·순천고를 졸업했다. 고등학생 땐 선풍을 일으켰던 박태선 장로의 부흥설교에 몰입해 종교적 열광에 빠지기도 했다는 그는 웅변을 잘하기 위해 산을 뛰어 오르며 원고를 외웠다고 한다. 1960년 당시 혜화동에 있었던 서울 문리대 정치학과에 입학해 4·19혁명 대열에 합류, 평생 잊지 못할 일을 겪는다.
“경무대 앞에서 데모하다가 옆에 있던 여학생이 총탄에 맞아 숨지는 걸 지켜봤죠. 그 여학생이 아니었으면 제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현장을 지켜보면서 ‘혁명아적 삶’의 길에 들어섰죠.”
대학 2, 3학년 땐 학과 교수 추천으로 ‘대통령상’이 주어지는 토론대회에 나가 수상해 대학 캠퍼스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이때부터 글과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가치를 세상에서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후 서울대 학생데모의 주역으로 활동하며 고달픈 도망자의 삶을 살아야 했다. “동대문 경찰서는 물론 중앙정보부를 수십 차례 들락거렸죠.”
그에게 대학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묻자 “가정교사 하는 가난한 학생이 아니라 마음껏 놀고 싶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비교적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여전히 분열과 반목으로 사회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회가 진영 논리와 그룹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질서가 요동치고 있어요. 강대국 간 패권경쟁이 격화하고 있으며 국가 간 전운까지 감돌고 있죠.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작은 불씨가 전 세계를 뒤덮을 수 있는 상황이에요.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난 정치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런 시국에 반목하며 싸우는 건 어리석은 일이죠. 정치는 관용과 포용입니다. 특정 이데올로기에 함몰 돼 균형을 잃어버리면 안 돼요. 합리적인 제도의 틀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정치판을 만들어야죠.”
‘자유’야말로 핵심 가치
그는 저술가이기도 하다. 16년간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면서 ‘박사월’이라는 필명으로 ‘김형욱 회고록’을 출간했다. 이 책은 1982년부터 1984년까지 미국 뉴욕의 한인을 상대로 한 언론에 연재됐고, 1960~70년대 정치 다큐멘터리·각종 회고록·현대사 평론 등에 귀중한 자료로 쓰였다. 한국에서는 금서(禁書)였다가 민주화를 맞은 1987년 말 3권으로 출간돼 300만 부가 팔렸다.
그에게 인생 버킷리스트를 묻자 한 100년 쯤 애독되는 명저를 세 권쯤 쓰고 싶다고 말했다. “출판 희망사는 이미 예약돼 있어요.(웃음)”
2016년 ‘박정희와 김대중이 꿈꾸던 나라’라는 책을 출간한 그는 한국 정치가 아직도 박정희의 산업화를 지지하는 세력과 김대중의 민주화를 선호하는 세력들이 이념과 지역과 계층과 세대를 넘나들며 서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제국주의로 상징되는 친일, 해방 전후와 6·25전쟁을 통해 드러난 이념, 대통령 선거를 통한 지역감정과 독재·민주주의 등이 난마와 같이 얽혀 있어요. 이 나라가 과연 어디로 갈 것인지 심각한 의문이 들어요. 토마스 홉스의 이른바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는 갈가리 찢겨진 이 사회를 통합하고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코드,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와 교훈을 창조적으로 융합시키는 이른바 산민통합(産民統合)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은 ‘자유’야말로 박정희와 김대중이 지키고자 했던 핵심 가치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는 근대화와 산업화로 국가가 부강해져야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고 자유를 지켜낼 수 있다는 데 주안점을 뒀고, 김대중은 인권과 민주주의 구현으로 우리 국민이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는 것이다.
“박정희와 김대중의 공동코드를 발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산민통합이죠. 박정희는 유신을 통해 근대국가의 능률과 효율성을 추구했고, 김대중은 햇볕정책을 통해 민주국가의 개방성과 통일성을 추구했어요. 그들은 경제개발과 민권수호에서 양보할 수 없는 정치적 대결을 했지만 결국 현대국가가 지향해야 할 핵심코드를 제시한 거예요. 이 두 가지를 통합해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민족의 좌표가 아닐까요.”
프로필= △1942년 전남 여수 출생 △순천고 졸업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월간 사상계 정치담당 편집자 △미국 버지니아신학대 정치학 석사 졸업 △미국 펜실베니아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수료 △제15, 16대 국회의원 △새정치국민회의 홍보위원장 △노무현 후보 캠프 홍보 본부장 △박근혜 후보 캠프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자유총연맹 회장 △4월회 회장
저서= △자정을 사는 사람들 △DJ의 독서일기 △김형욱 회고록 5부작 △박정희와 김대중이 꿈꾸던 나라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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