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5박7일 동안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튿날인 17일 수해 현장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비상체제에 돌입한 국민의힘은 의원·당직자 언행을 단속하는 동시에 시·도당별 ‘재해대책 및 복구지원 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유럽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마친 뒤 헬기를 타고 경북 예천군 감천면 산사태 피해 현장을 찾았다.
김 대표는 이날 정례적으로 여는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고 오전 수해 피해가 컸던 충남 공주시 금강빌라와 만수리 침수 지역, 청양군 인양리 침수 지역을 방문했다. 오후엔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을 점검한 후 지하차도 침수 참사 희생자를 조문했다.
김 대표는 오송 지하차도 현장을 점검한 후 취재진을 만나 “여러 차례 걸쳐 미호강이 범람할 것 같다는 긴급 안내가 있었는데도 왜 교통통제를 안 했는지 정밀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며 “현재 단계에선 남은 수색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한 후 진상 규명과 원인 분석, 그에 따른 책임 여부까지 가려 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사태가 생긴 데 대해 대단히 송구하고 근본적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유명을 달리한 분에게 명복을 빌고 유족에겐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구조활동으로 수고하는 많은 소방대원과 군경, 의용소방,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알렸다.
이와 함께 당 지도부가 현장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포스트(post)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이 재차 강조됐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침수 지역 점검에 동행하며 “그나마 4대강 사업으로 물그릇을 크게 만들어 금강 범람을 막았다”며 “윤석열 정부가 포스트 4대강 사업인 지류·지천 사업을 4개년 계획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류·지천 정비를 포함한 하천 안전관리 판단 아래 근본 대책을 수립해 보고해달라고 관계부처에 요청했다”며 “지금 환경부 관리만으론 충분치 않고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등 유관부처와 종합해 치수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새벽(오전 5시) 유럽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용산 청사로 이동해 참모들과 회의(오전 6시)를 한 후, 이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호우로 다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산사태 취약지역 등 위험 지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사태를 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험 지역 진입 통제와 선제적 대피를 작년부터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재난 대응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지금 상황을 모두 엄중하게 인식하고 군경을 포함한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특히 구조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복구 작업과 재난 피해 지원 역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라”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회의에서도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인명 피해를 막고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국민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집중호우가 올 때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둘러보고 미리미리 대처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기상청 및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피해 현황과 대처 상황을 보고받고 추가적인 인명피해 방지와 이재민 지원을 거듭 당부했다.
이어 이날 오전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감천면 일대를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이재민을 위로했다. 이날 방문에는 이진복 정무수석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진과 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대규모 산사태로 마을이 송두리째 휩쓸린 지역 현장을 살펴보고 김학동 예천군수 등으로부터 피해 상황 등을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후 이재민 임시거주시설로 쓰고 있는 벌방리 노인회관 임시주거시설을 찾아 수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80~90대 할머니 20여명이 모여있는 곳에서 “저도 어이가 없다. 몇백 톤 바위가 산에서 굴러내려 올 정도로 이런 것(산사태)은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봤다”며 한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윤 대통령은 “얼마나 놀라셨겠느냐. 여기서 좁고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고 계셔달라. 정부에서 다 복구해 드리고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달라”라며 “복구할 수 있게 다 조치를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한편으로 장마 기간 최대 400㎜가 넘는 비가 쏟아진 경북 예천군에선 산사태로 인해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40명(경북 19명, 충북 16명, 충남 4명, 세종 1명)이다. 실종자는 9명(경북 8명, 부산 1명), 부상자는 34명이다. 이중 경북 지역 실종자 8명은 예천군 감천면 진평 등 5개 지역 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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