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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옥의 열사일침(烈士一鍼)] 화가 난 청년들에게 고함
정창옥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16 00:02:50
 
▲ 정창옥 길위의학교 긍정의힘 단장
10년 전인 2014년 12월4일,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회관 벽에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 편지’라는 3장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최씨 아저씨는 박근혜정부 시절 최경환 경제부총리였다. 협박 편지는 20대 대안미디어 ‘미스핏츠(misfits)’가 붙인 것이다.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 편지. 최경환 아저씨, 저는 화가 났습니다. 우리 계급장 떼고 포장마차에서 만나 소주 한잔 따르신다면 저는 냅다 소주병 뺏어 제 잔부터 채우렵니다. 저는 경제는 잘 모르지만 작년 서울시 통계를 보면 40대는 암으로 죽고, 20대는 자살로 죽었답니다. 그리고 제 친구들은 1300만 원씩 빚을 지고 대학을 졸업합니다. 친구들 2명이 야근하는 분량을 합치면 일자리 한 개는 거뜬히 나오는데 왜 채용 인원은 적습니까?
 
또 하나의 부모 최경환 씨? 우리가 취업 못 하고 창업 망하면 부모님 받으실 연금은 누가 내요? 그리고 20만 원 지원해 주고 다자녀 낳으라고요? 택도 없네요. 우리는 순순히 애를 낳아 주지 않을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맞습니다. 협박입니다. 아저씨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은 일자리를 인질로 잡고 있으니 “정규직 이놈들, 순순히 권리를 내놓아라”라고 들렸거든요. 저희는 정규직이 과보호돼서 불만인 게 아니라 비정규직이 너무 보호 안 돼서 불만인 겁니다.
 
경제부총리 취임사에서 최저임금 인상·비정규직 보호는 허울 좋은 선물이었나요? 아저씨, 우리 일자리가 ‘저질’이면 누가 제일 힘들까요. 엄마아빠한테 용돈 못 드리고 내복 한 벌 못 사드릴 거라고요. 애 기를 돈도 시간도 공간도 없으니 손자 볼 생각은 꿈에도 마시고요.
 
정말 이러면 곤란합니다. 정규직 갉아 먹고 노동자는 얼마나 행복할 수 있습니까? 아저씨 다 같이 망하자는 거 아니면 우리 같이 좀 삽시다. 이건 권유나 애걸이 아니라 협박입니다. (MISFITS.kr 연대 대자보)”
 
박근혜정부를 순진한 척 할퀴어 버린 2년 뒤 대통령 박근혜는 세월호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다. 일주일 후인 12월11일, 필자는 협박 편지 대자보 밑에 ‘화가 난 젊은이들에게 고함’이란 대자보를 붙였다. 그것도 부족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에 붙이고 각 대학 앞에는 같은 내용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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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2월4일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회관 벽에 게시된 대자보(위)와 필자가 같은 해 12월11일 각 대학에 내건 ‘화가 난 젊은이들에게 고함’이란 제목의 대형 현수막. 필자 제공
 
 
“화가 난 젊은이들에게 고함!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경제는 잘 모른다면서 계급장 떼고 소주병 빼앗아 제 잔부터 채우겠단다. 그리고 친구 2명이 야근한 정도면 1명을 채용할 수 있는데 왜 채용 인원이 적냐며 국가에 삿대질이다. 우리는 대학생 1명당 1300만 원의 빚을 진다는 현실을 통감한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행히 이 사회는 일자리가 많으며 눈높이만 낮추면 1년이면 빚을 갚을 수 있다. 과연 여러분은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2012년 외국인노동자는 160만 명이다. 이들은 우리 청년들이 놀면 놀았지 죽어도 안 한다는 3D 업종에서 일한다. 근로자 월 평균급여는 332만 원인데 외노자들은 월 150만 원에 죽기 살기로 근무한다. 그리고 불법체류 외노자들은 평균 118만 원의 헐값에 노동 착취를 당한다. 100년 전처럼 나라의 빗장을 걸어 잠그면 모를까 중국산 저가 상품의 홍수 속에 고임금·고물가는 3D 업종의 숨통을 조일 뿐이다.
 
청년들이여! 700만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살아남을 중소기업이 몇 개나 될지 아는가? 웬만한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과 동남아로 탈출할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불이익도 따져야 하지만 정규직 과보호는 반드시 조정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합리적 사회의 실현 아닐까?
 
측은한 마음이 들다가 정신이 번쩍 든다. 취업 못 하고 창업 망한 이유가 모두 “남 탓, 정부 탓”이란다. 그리고 “헛소리를 한다면 순순히 애를 낳아 주지 않겠다”고 하는 청년들이여! 제발 답변을 바라지도 마라.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얼마나 많은 공교육의 손발을 잘랐던가. 학생 인권에 무너진 교단, 비뚤어진 학부모들의 교권 침해, 학교 폭력에 지쳐 버린 선생님들, 게임·SNS에 중독된 청소년들, 이기주의에 무너진 인성 교육, 주입식교육에 말살된 창의성. 이런 교육을 받고 대학에 진학한 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자녀를 대여섯 명씩 낳아 기르던 시절이 있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6·25전쟁을 겪으며 우유 한 컵을 얻기 위해 떼거지로 몰려들던 시절이며, 숱한 엄마와 아빠들이 서울로 도시로 떠나와 닭장 같은 자취방에서 고독과 절망과 싸우며 젊음을 불태우던 시절이다.
 
이들이 저질 일자리를 구할까 봐 두려워하는 청년에게 무슨 볼일이 있겠는가? 고급 일자리가 아니면 엄마 아빠에게 용돈 못 드리고, 애 기를 돈도 시간도 공간도 없어 행여 손자 볼 생각도 말라며 협박을 하는 청년에게 과연 미래를 맡길 수 있을까? 그 누구도 미래를 맡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본다. 중·고등학교만 나오고도 기술을 연마해 중소기업에서 안정된 삶을 사는 청년들의 얼굴에서, 끊임없는 연구와 창의력으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젊은 창업가의 땀방울에서. 세상은 분명 자기하기에 달려 있다. 남을 탓하지 않는 것, 그것이 출발이다. 그대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는 여러분을 너무도 사랑한다. 2014년 12월 추운 겨울날. 긍정의힘을 믿는 아버지가”
 
#계엄령     # 중앙선관위     # 부정선거     #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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