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9º
습도 70%
전주 28º
습도 70%
)
아랍권 국가들이 다음주 유엔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규탄할 예정이라고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이 공표했다. 그가 27일(현지시간) 발행된 프랑스 매체 라트리뷴디망슈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아랍국들이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한) 하마스를 규탄하고 무장해제를 요구할 것”이라며 이를 “하마스의 최종적 고립 확정”으로 전망했다고 dpa통신 등이 전했다. 이집트·카타르 등 아랍권 상당수가 하마스·이스라엘 간 전쟁 국면에서 중재자 입장이거나 이스라엘 비난으로 일관했기에 놀라운 소식으로 받아들여진다.
바로 장관에 따르면 아랍권의 하마스 규탄 선언은 프랑스와 (이슬람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장기간 추진한 계획의 일환이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월21일 유엔총회때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먼저 28∼2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논의하는 장관급 회의가 열린다. 당초 6월 개최 예정이었으나 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으로 미뤄졌다. 유엔 193개 회원국 중 147개국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동참한 상태다. 바로 장관은 “유럽 국가 절반이 이미 동참했으며 나머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작년 스페인·아일랜드·슬로베니아·노르웨이 등이 합류했으나 독일과 이탈리아가 유보적 자세를 드러냈다. 마크롱의 이번 발언에 이탈리아의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는 “아직 존재하기 전인 팔레스타인 국가의 서류상 인정”을 “비생산적인 일”로 표현하며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는 환상만 조성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드시 팔레스타인 측의 이스라엘 인정과 동시 수행돼야 한다”는 안토니오 타자니 외무장관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지워버리기’ 목표가 공식 폐기됐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단기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계획이 없으며 ‘두 국가 해법’의 실질적 진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홀로코스트의 부채감으로 독일은 ‘이스라엘 안보’를 자국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간주해 왔다. 이스라엘 건국과 안보 옹호에 독일 내 초당적 합의가 확고한 편이다. 2008년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는 이스라엘 안보를 “독일의 국가이성(raison d’état)”으로 표현했고 후임자인 올라프 숄츠 또한 반복해서 언급한 바 있다. 전범국가로서 국제사회 신뢰를 얻기 위한 생존 방식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역시 유대인 박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으나 독일에 비해선 부담이 덜하다. 현 이탈리아 정부의 친이스라엘 태도는 집권 세력 성향과 전략적 판단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팔레스타인 주권을 위한 마크롱의 선제적 선언이란 유엔총회 주도권을 잡고 동맹국에게 압박을 가할 외교적 전략일 수 있다. 프랑스 역사 기술에선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지배 당한 시기를 ‘비시 프랑스’로 별도 취급한다. 대다수가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한 유대인 78만 명 강제이송과 프랑스 내 임시수용소 운영의 역사를 치명적 과오로 여기면서도 전후 샤를 드골 정부는 이를 철저히 “독일 탓”으로 돌리려 했다. 프랑수와 미테랑·쟈크 시라크 대통령 이후엔 ‘공범 책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으나 마크롱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향한 적극적 행보엔 과거사에 얽힌 프랑스 지식인들의 복합심리가 엿보인다.
한편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헤브론 족장들로부터 “이스라엘과 상생하겠다”는 제한이 나왔다고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해 귀추가 주목된다. 해당 제안을 주도한 알 자아바리 부족 등의 족장 5명은 그 지역 수십만 명을 대표한다고 알려졌다. 서안지구 전체(330만 명)의 25%를 차지한 헤브론 아랍계 주민을 말한다. 토후국(emirate) 연합체인 아랍에미리트(UAE)를 모델 삼아 ‘헤브론 에미리트’를 건설하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이스라엘을 인정하며 자신들을 해당 지역 아랍 주민들 대표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한 이들은 아울러 ‘아브라함 협정’ 참여와 경제적 통합 추진을 다짐하면서 테러 거부, 선동 금지, 이스라엘 내 취업 허용, 공동 경제지대 건설 등 구체적 실행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둘러싼 의견은 분분하다. 팔레스타인 정체성과 독립 의지를 훼손한 “배신”으로 규정하며 무엇보다 자아바리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한 목소리가 있다. 세계적 토론 게시판인 레딧이나 유튜브 등에선 헤브론 족장들의 제안을 “PA의 무능과 권위주의에 대한 본격 도전” “팔레스타인 정체성 자체의 재정의 시도” 등으로 분석한 의견들이 보인다. 주도자 암살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여러 현실적 난관이 지적되던 ‘두 국가 해법’이 결정적으로 좌절한 것은 1995년 11월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의 암살이었다. 극렬 시온주의자에게 “유대교 성지를 이슬람에게 넘긴 배신자”로 몰렸던 것이다.
이스라엘의 니르 바르카트 경제장관이 헤브론 족장들과 수차례 회동을 진행하며 조심스럽게 지지를 표했다고 전해진다. 유대인 정착촌 리더 등 일부 보수층 평가도 긍정적이라는 소식이 현지 매체들과 주요 외신들에 실렸다. ‘분열 전략’ ‘선전 도구’ ‘효과 없이 끝날 실험적 제안’으로 해석한 일부 언론 및 전문가도 있다. 무장 테러에 집중하던 PLO는 1974년 아랍권에서 ‘팔레스타인 유일 합법대표기구’로 공인받자 협상 및 외교를 병행하게 됐으나 내부 분열이 심해져 영향력을 잃어 갔다. 1993년 오슬로협정을 통해 PLO가 PA로 거듭나 이스라엘을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운영 미숙과 부패 등으로 내부 권위를 상실했다. 2006년 가자지구 선거에서 승리한 하마스의 현지 통치 이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다 현재에 이르렀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