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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의 ‘저주토끼’ 번역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안톤 허(44·한국명 허정범)가 첫 소설 ‘영원을 향하여’(반타)를 출간했다. 이번에는 그의 영문 소설을 정보라 작가가 한국어로 번역해 화제다. 정반대의 입장이 된 것이다.
안톤 허는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원을 향하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을 쓰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안톤 작가는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태어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홍콩·에티오피아·태국 등 전 세계를 무대로 성장했다.
한국에 정착한 뒤에도 고려대학교에서 법학과 심리학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다양한 학교에서 다양한 학문을 전공했다.
오랫동안 통역가로 활동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번역가의 길로 들어선 게 2017년이다.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나를 말하려면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나부터 설명해야 한다. 먼저 통역은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서른 넘으면 힘에 부쳐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에 비해 번역은 쉼이 있다. 그러나 통역이든 번역이든 소설이든 모든 언어는 근육처럼 단련되야 하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통역에서 시작된 일이 번역을 거쳐 소설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우연은 없었다. 모든 게 문학으로 향하는 길이었고 단련의 시간이었다.
영문으로 소설을 쓰는 일은 그의 오래된 꿈이었다.
“사람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인간은 명사가 아니다. 인간은 혼자 존재할 수 없다.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 인간이다. 결국 인간성이란 것도 타인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
그만의 소설쓰기 루틴은 지하철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며 노트와 펜을 이용해 영문으로 쓰는 것이다.
“지하철에는 소리와 동작과 리듬이 있다. 리듬에 맞춰 단어가 튀어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쓴 게 아니라 리듬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쓴 것이다. 늘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지하철 작업은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번역이든 소설이든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번역과 소설은 비슷한 작업이지만 번역은 수입이 생기는 것과 동시에 일이 시작된다면 소설은 수입이 생기는 것과 동시에 일이 끝난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영원을 향하여’는 세포를 나노봇으로 대체해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근미래부터 수천 년 뒤 핵전쟁으로 지구가 황폐해진 먼 미래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SF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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