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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지금 재벌 고향은[上-삼성·효성]
기막힌 ‘솥바위’ 전설, 삼성·LG·효성 창업주 냈다
솥 삼각다리에 이병철·구인회·조홍제 탄생…관광객 몰리고 주민들 ‘존경심’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09-19 00:07:27
경상남도 의령군과 함안군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남강에는 ‘솥바위’로 불리는 바위가 하나 있다. 그 모습이 가마솥과 흡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바위에는 잘 알려진 전설이 하나 있다. 솥바위 인근 마을 중 솥뚜껑을 받치고 있는 3개 다리의 방향으로 반경 20리(8km) 이내에 큰 부자 3명이 태어난다는 예언이 그것이다. 이 예언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현실화 됐다. 인근 마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을 일군 창업주가 3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령군 정곡면 중교리, 솥바위 북쪽),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솥바위 남쪽),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함안군 군북면 동촌리, 솥바위 동남쪽) 등이다. 이들 외에도 솥바위 인근 지역에는 이종환 삼영그룹 회장과 허만정 GS그룹회장의 생가도 위치해 있다. 이런 이유로 ‘솥바위’는 ‘부자바위’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게 됐다. 이에 솥바위는 지금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부자의 기운을 받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바위가 있는 의령군에는 관광코스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지역 내 주민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인 것으로 나타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자신의 고향과 같은 지역에서 재벌그룹을 일군 창업주가 탄생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후손들에 대해서는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의 이슈포커스 시리즈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일군 창업주들의 고향을 직접 찾아 그곳의 현재 분위기와 지역 주민들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국내 대표적인 재벌기업으로 꼽히는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과 효성그룹 창업주 고 조홍제 회장은 자신들의 고향에 남다른 애정을 쏟던 총수들이다. 이들 두 사람의 생가가 위치해 있는 고향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인접해 있다. 사진은 호암 이병철 생가(위)와 만우 조홍제 생가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 취재팀=경남 의령·함안|김신·임현범·유은주 기자] 누구든 명절 때면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고향에 대한 향수다. 국내 굴지의 재벌총수들 역시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에 달하는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부담감을 잠시나마 잊고자 하는 마음이 평범한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주변의 시선이다.
 
명실공이 국내 1위의 재벌기업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을 비롯해 효성그룹의 창업주 고 조홍제 회장도 살아생전 자신들의 고향에 상당한 애정을 보였던 재벌총수들이다. 공교롭게도 두 창업주의 고향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인호] ⓒ스카이데일리
 
두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2세 혹은 3세 등의 자손들이 대를 이어 창업주들의 고향에 적지 않은 애정을 쏟아 붓고 있다. 창업주의 고향에 대한 후손들의 애정이 곧 창업주에 대한 존경심의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주의 고향은 곧 그룹의 뿌리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정통성을 잇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이병철·조홍제 두 창업주의 고향인 경상남도 의령·함안 지역 주민들은 적지 않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창업주의 후손이 이끄는 기업들의 기부나 후원 등 직접적인 혜택뿐 만 아니라 부자의 기운을 받고자 그곳을 찾은 관광객들로 인한 관광수입 등의 간접적인 혜택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창업주 부(富)의 기운 받으러 전국 각지서 인파 몰려…관광수익 ‘쏠쏠’
 
 ▲ 호암 이병철 생가는 의령 부잣길 관광코스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다. 의령군이 호암이병철생가를 의령9경에 포함시킨 뒤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에 부자의 기를 받기 위해 생가를 찾는 이들은 늘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잣길코스 안내판, 고 이병철 창업주 별장, 생가를 둘러보고 있는 관광객들 모습 ⓒ스카이데일리

고 이병철 회장의 생가는 경상남도 의령군은 물론 국내에서 손꼽히는 유명 관광지로 떠오른지 오래됐다. 의령군은 지난 2007년 의령9경에 호암 이병철 생가를 포함시킨 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07년 1월 고 이 회장의 아들이자 삼성그룹의 2대경영인 이건희 회장은 생가가 들어선 부동산을 8억9000만원에 매입한 뒤 호암재단에 증여했다. 고 이 회장의 생가는 ‘이병철 회장 20주기 추도식’이 열린 같은 해 11월부터 완전 개방됐다. 호암생가로 불리는 이곳의 관리는 호암재단 측에서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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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형 호암생가 관리소장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이름난 부자의 기를 받기 위해 매일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평일에는 하루 평균 200~300명, 주말에는 800~1000명 정도가 이곳을 찾고 있다. 특히 한 해 소망을 비는 시기인 연초에는 약 2000~2500명 정도의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자가 호암생가를 찾았을 때도 제법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와서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다수 목격됐다. 개장하기까지 약 1시간 정도 남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아들·남편과 함께 왔다는 김도은(55)씨는 “여길 오면 왠지 좋은 기운을 받고 가는 기분이 든다”며 “아들을 데리고 와본 적이 없어 근처를 지나가는 길에 함께 왔다”고 말했다.
 
개장 직후에는 더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비교적 이른 오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생가 곳곳에서 적지 않은 수의 관광객을 볼 수 있었다. 대다수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대한민국 대표 재벌그룹을 일군 창업주의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서였다.
 
호암생가가 위치한 장내마을은 이미 ‘부자마을’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해져 있는 듯 했다. 마을에 위치한 상점 이름조차 부자매점, 부자수퍼 등으로 이름 지어져 있다. 의령군 역시 이 일대를 부잣길로 조성했다.
 
 ▲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 위치한 장내마을에 있는 가게들은 상호에 ‘부자’를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장내마을의 또 다른 별칭 역시 부자마을이다. 사진은 장내마을의 ‘부자’ 상호를 가진 가게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경남 의령군 정곡면 일대를 걷는 둘레길인 ‘부잣길’은 호암 이병철 생가(공영주차장)가 출발점이자 종점이다. 풍수를 공부하는 이들과 창업·취업 등 부(富)를 기원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동네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곳 주민들은 고 이병철 회장을 부를 때 이름 보다 ‘부자’라는 단어를 더 사용하고 있었다. 삼성그룹이라는 막대한 부(富)를 일군 주인공을 칭송하는 태도로 해석됐다. 생가 인근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던 어르신들에게 다가가 이병철 회장과 삼성그룹에 대한 주민들의 평판을 물었다.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허정순(80)씨는 “옛날부터 어려운 사람한테 쌀도 주고, 애 낳은 집에는 미역도 주고 잘 베풀었다”며 “(이병철 회장이)사망한 뒤로부터는 그런 세세한 지원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생가를 짓고 나서 동네에 관광수입이 생기니 다들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생가 골목 어귀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주민 안수양(48) 씨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안 씨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주말에만 나와서 장사를 한다”며 “생가를 바라보고 절을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소문 때문인지 가게 바로 앞에서 절을 하는 이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가를 개방한 이후로 주민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한 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차량혼잡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 부족 문제가 있었지만 현재는 다 해결이 된 상태다”고 설명했다.
 
안 씨 뿐만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부자매점, 부자슈퍼 등도 호암생가로 인해 덕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다른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조차 관광객들을 상대로 나물, 채소 등을 판매하기 위해 인근 주차장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노점을 펼쳐 놓고 나물을 파는 한 주민은 “2년 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소문을 듣고 주말이면 나온다”며 “봄·가을 날씨가 좋을 때 사람이 많이 다녀가기 때문에 그 때는 장사가 잘 되는 편이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창업주 생가 마을, 매년 효성직원들 찾아 일손 돕고 쌀도 주고 ‘호평’
  
 ▲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고향은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에 위치해 있다. 이 곳 역시 부의 명당으로 입소문이 나며 지질학자들이나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효성그룹은 1사1촌 자매결연을 통해 신창마을에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창마을 입구, 군북초등학교 강당 전경, 군북초등학교 어린이 헌장 비석, 군북초 강당 건물에 새겨진 기념글, 신창마을회관 전경 ⓒ스카이데일리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생가는 호암생가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사실상 한 지역 내에 있다고 봐도 될 정도의 거리다. 경남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에 위치한 조홍제 생가는 이병철 생가에 버금가는 부의 명당으로 평가받고 있다. 덕분에 지질학 혹은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생가가 들어선 부지는 조석래(16분의 6), 조양래(16분의 4), 조욱래(16분의 4), 조명숙(16분의 1), 조명률(16분의 1)씨가 1984년 재산상속을 통해 소유권을 공유하고 있다. 건물의 소유주는 장남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다.
 
이곳은 이병철 생가와 함께 대기업 창업주 생가 방문 관광코스로 개발될 수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효성그룹 측에서 별 다른 관심을 표하지 않자 함암군 측이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령군 문화관광 해설자에 따르면 최근 조홍제 생가도 뒤늦게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생가에서 상주하던 관리인이 세상을 떠난 후 조홍제 생가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공간이 돼버렸다. 자물쇠로 굳게 잠긴 문은 이병철 생가와는 사뭇 다른 폐쇄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현재는 함안조씨 가문의 종친으로 알려진 인물이 생가와 인근 제실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행히도 기자가 찾아간 날에는 관리인이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이에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멀리서 단체로 찾아오거나 요청이 있을 때는 관리인이 문을 열어줘서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 조홍제 창업주의 고향이자 생가가 위치한 신창마을은 효성그룹과 지난 2007년부터 ‘1사1촌’ 자매결연을 통해 끈끈한 연을 이어오고 있다. ‘1사1촌’ 운동은 2003년부터 농촌과 도시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기업 한 곳과 시골마을 한 곳이 자매결연을 맺은 후 일손돕기, 마을 가꾸기 등의 다양한 교류활동을 펼친다.
 
동네 주민들은 활발히 교류중인 효성그룹에 대해 묻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택근(72) 신창마을 이장은 “1사1촌 파트너인 효성그룹과의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일손 이 부족할 때 자원봉사를 와주고, 추수가 끝난 11월 쯤에는 야유회도 보내준다. 마을 체육대회 때는 금전적 지원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에서 이만큼 (결연이)잘 돼있는 데도 없을 것이다”며 “조홍제 회장이 돌아가신 뒤에도 마을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마을지도자인 이완실(62) 씨는 “별점을 주자면 아마 동네 주민 모두 5점 만점에 4.8점 정도를 줄 것이다”며 “신창마을로 귀촌한 지 1년 반 정도가 지났는데, 마을과 효성그룹이 융합이 잘 돼서 한 번도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 만우 조홍제 생가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는 조홍제 창업주의 제실(사진)도 있다. 제실은 생가와 함꼐 함안조씨 가문의 종친이 관리를 맡고 있다. 효성그룹 측에서 정기적으로 예초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효성그룹과 신창마을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해 이웃 마을인 덕촌마을 주민들은 내심 부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덕촌마을 주민 이영자(74)씨는 “거긴(신창마을은) 명절만 되면 선물도 주고 주민들한테 잘 한다”며 “관광도 데리고 가고 기부도 많이 해서 그 동네는 부자동네라고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홍제 회장이 살아있을 적에는 비단 공장이 있어서 (동네사람들에게)옷감도 주고 그랬다”며 “심지어 생가 인근 동네 주민들의 땅값도 많이 올랐다는 소문도 들은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신창마을에 위치한 군북초등학교에도 어김없이 효성그룹의 자취가 남아있었다. 강당 겸 실내체육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 한 구석에는 ‘만우 조홍제 선생께서 신축한 이 강당을 현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께서 현대식 체육관으로 개축해 주신 감사의 뜻을 기리어 여기에 새깁니다’라고 적힌 기념글이 있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화단에 세워진 어린이 헌장 비석 뒤편에 ‘1984년 조만제 기증, 조양래 쓰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효성그룹과 신창마을의 연결고리는 마을 곳곳에서 발견됐다. 생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고 조홍제 회장의 제실(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이 위치해 있다. 제실이 위치한 동촌리 961-2,4,5, 962-2,3번지는 조씨 일가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조강래씨 소유다. 963번지는 장남인 조석래 회장 소유다. 건물이 들어선 961-3번지의 경우 차남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소유(건물 등기)로 돼 있다.
 
고즈넉한 한옥의 풍채가 잘 살아있는 제실은 추석을 앞두고 예초작업이 한창이었다. 덕분에 평소에는 문을 굳게 닫아 볼 수 없었던 제실 내부에 진입할 수 있었다. 제실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효성그룹 측이 모니터링을 통해 잡초가 많이 자랐다 싶으면 그 때마다 예초작업을 주문한다는 게 작업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예초작업에 참가한 작업자들은 하나 같이 ‘효성’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노란색 조끼를 입고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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