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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지금 재벌 고향은[中-포스코]
철강왕 고향 주민들 내쫓고 ‘박태준 기념관’ 논란
‘임랑마을’ 사람들 눈물 호소…땅 강제수용에 “제철보국 유지 외면한 망조”
임현범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09-19 00:05:03
 ▲ 포스코의 설립자이자 ‘철강왕’으로 불리는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고향인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임랑마을에는 박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마을 주민들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와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부산 기장 임랑마을 박태준 기념관 건설 현장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 취재팀=경남 기장|김신·임현범·유은주 기자]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임랑마을은 포스코의 설립자이자 ‘철강왕’으로 불리는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고향이다. 일광해수욕장과 함께 기장군의 양대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임랑해수욕장이 위치한 마을로 유명세를 탄 곳이기도 하다.
 
재계 및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박 명예회장은 6살까지 이 마을에서 지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명절 때 찾아가 성묘를 하기도 하고, 휴가철에는 고향집을 찾아 며칠씩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국내 ‘철강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박 명예회장에겐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곳인 셈이다.
 
기장군과 포스코는 박 명예회장이 작고한 지난 2011년 12월 이곳에 기념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중공업 발전의 초석을 닦은 ‘철강왕’의 삶을 조망하기위해 다양한 사진과 자료 등을 전시하고 관광인프라 확충 및 문화 공간 창출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박 명예회장 기념관 건립 사업을 두고 마을주민들 사이에서 불만 여론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기념관 건립사업 예상부지는 2831㎡(약 856평)였지만 1년 8개월여 사이 그 규모가 5214㎡(약 1577평)로 약 2배 가까이 커졌는데, 늘어난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을 강제로 내쫒다 시피 하는 광경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철강왕 고향 ‘기장군 임랑마을’…고인 기리는 1500평 규모 기념관 건립공사 한창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인호] ⓒ스카이데일리
 
유난히 심했던 한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던 추석연후 직전에 스카이데일리는 고 박 명예회장의 고향인 기장군 임랑마을을 찾았다. ‘철강왕’으로 불리는 고 박 명예회장의 생가가 위치한 이곳은 부산광역시의 북동쪽에 위치해있다.
 
‘임랑삼거리’에서 일광로를 따라 남쪽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임랑마을을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마을입구 초입에서는 분주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사현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명절 연휴 직전이었지만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공사현장 벽면에 ‘임랑문화공원 (박태준 기념관) 조성사업’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제대로 찾아왔구나’라는 생각이 기자의 머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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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부지는 마을입구 사거리에서 ‘임랑해안길’ 좌측으로 약 100m 가량 이어졌다. 임랑해안길을 사이에 두고 공사현장 맞은편에는 대나무와 각종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숲이 조성돼 있다. 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서면 단층으로 이뤄진 민박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마을 동쪽으로는 1km 이상의 긴 백사장을 갖춘 임랑해수욕장이 펼쳐져있다. 물놀이 시즌이 지난 탓에 해수욕장은 한산한 모습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임랑해수욕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 마을 건물들은 대체로 지어진 지 오래된 듯 했다. 하지만 담벼락 곳곳에 그려진 벽화 덕분인지 촌스럽기 보다는 오히려 고향마을에 온 것 같은 정겨운 느낌을 줬다.
 
임랑 해수욕장을 찾은 이은혜(34·여)씨는 “임랑해수욕장은 부산에 있는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편이다”며 “웬만한 해돋이 명소보다 장관인 풍경을 볼 수 있어 연초마다 일출 장면을 보기위해 자주 찾는 편이다”고 말했다.
 
임랑마을 주민들 “동향사람 고 박태준, 포항제철 설립해 국가 발전 초석 일궜다”
 
 ▲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은 살아생전 자신으로 하여금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무던히도 강조하는 삶을 살았다. 이에 따라 포스코가 박 명예회장의 이 같은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국립현충원에 위치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 ⓒ스카이데일리
 
임랑마을 주민들은 자신들과 동향인 고 박태준 명예회장에 대해 하나같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가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포항제철(현·포스코)로부터 나왔고, 포항제철을 탄생시킨 고 박 명예회장은 국가 발전의 주역과도 같은 인물이라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임랑마을 주민 김흥수(77) 범죄예방기장지구협의회장은 “포항제철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조선과 가전, 자동차산업 발전이 가능했다”며 “이런 포항제철은 박 명예회장의 원칙과 소신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명예회장은 국가 경제사의 한 획을 긋는 큰일을 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고향인 이곳에 철길을 만들고, 인근 산업단지 조성에도 기여를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마을 주민 박찬영(가명, 86)씨는 “과거 박 명예회장에게 친척 중 서울대 출신 조카의 고용을 부탁한 적 있었는데 ‘시험을 쳐서 들어와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적이 있다”며 “당시 너무 원리원칙을 강조한 박 명예회장에게 섭섭한 감정이 들긴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러한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공을 세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기념관 건립 두고 주민과 갈등…“포스코·유족, 고 박태준의 유지 외면했다” 분분
 
 ▲ 등기부등본 및 임랑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기념관 공사현장 맞은편에 위치해있던 숲 부지는 박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성빈씨가 소유중이다. 규모만 무려 6135㎡(약 1855.84평)에 달한다. 사진은 박 명예회장 장남인 박성빈씨가 기장마을에 보유중인 숲 부지 ⓒ스카이데일리

그런데 박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그를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 중인 기념관 사업에 대해서는 마을 주민들의 비판 여론이 무성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 공사 부지에 살고 있던 기존 마을 주민들을 거의 내쫒다시피 했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박 명예회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달리 기념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인 포스코와 기장군, 그 중 특히 ‘박태준의 후예’로 불리는 포스코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살아생전 자신으로 하여금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무던히도 강조하던 박 명예회장의 정신을 후계라고 할 포스코가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철보국의 위대한 정신과 그 유지를 외면한 망조가 깃들었다”고 원색 비난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임랑마을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임랑마을에는 5216㎡ 규모의 임랑문화공원(박태준 기념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도서관이 포함된 기념관은 지상 2층에 전체 면적 1000㎡(약 303평) 규모로 전시관, 추모홀, 수장고, 자료실, 교육 회의실 등을 갖출 예정이다.
 
생가도 새롭게 지어진다. 290㎡(약 88평) 면적에 지상 2층 규모다. 기념관과 생가 등엔 박 명예회장 유족과 포스코 측이 기부한 박 명예회장의 의류, 책, 안전모, 조각상 등 전시된다. ‘철강왕’의 삶을 조망하는 다양한 사진과 자료 등 1055점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2012년 박 명예회장의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와 기업가 정신을 기리기 위해 ‘박태준 명예회장 추모사업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그 해 6월 박 명예회장의 1주기 추모행사에서 박한용 전 포스코 사장은 “박 명예회장의 고향인 부산시 기장군에 기념관 건립을 추진중”이라며 사업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였다.
 
기장군청 역시 박 명예회장이 작고한 2011년 12월 기념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예상 사업부지는 2831㎡(약 856평)에 불과했지만 포스코의 추모사업 발표 이후 1년여 만인 2013년 8월 그 규모가 약 2배 가까이 커졌다.
 
 ▲ 임랑문화공원(박태준 기념관) 건립을 두고 임랑마을 주민들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기념관 건립 규모가 늘어나면서 신규 편입된 부지에 거주중인 주민들이 내쫓기다시피 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있다. 사진은 기념관 건립 부지에 걸쳐있는 마을주민 정모씨 자택 ⓒ스카이데일리

문제는 바로 이 부분에서 불거져 나왔다. 당초 계획보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기존에 정해진 사업부지 이외에 추가로 사업부지를 늘리면서 신규 편입된 부지 위에 거주중인 주민들을 거의 내쫒다시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을 주민 박추식(58)씨는 “기념관 건립을 위해 포스코와 기장군이 주민들의 터전을 강제로 뺐었다”며 “박 명예회장 일가가 소유한 땅에 기념관을 지으면 되는데 그곳은 가만히 놔두면서 굳이 기존에 잘 살고 있던 동네 주민들을 쫓아내고 그곳에 지으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기념관 부지에 살던 주민 중에는 토지수용제도 때문에 보상도 받지 못하고 거의 땅을 뺏기다시피 했다”며 “그 중에는 다른 사람 집에 세입자로 들어가 살고 있는 주민도 있다”고 주장했다.
 
‘토지수용제도’는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도로나 철도, 산업단지, 교육시설 등의 공익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사업에 쓸 토지를 매입할 때 토지나 물건 등의 소유자와 협의매수가 불가능한 경우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실제 기념관 건립 부지인 임랑리 120-3번지와 161-1번지에 살고 있던 마을 주민 정두환(78)씨는 “124평에 달하는 땅을 거의 강제로 빼앗기다시피 하고 지금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며 “토지수용제도 때문에 실거래가격보다 훨씬 낮은 공시지가에 땅을 팔 수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토지수용제도는 공공의 목적에 부합되는 공익사업에 한해서만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제도를 박태준 기념관 건립사업에 적용한다는 것은 결국 박태준 기념관 건립사업을 공익사업으로 본다는 의미인데, 도대체 어느 부분이 공익인지 이해가 안간다”고 성토했다.
 
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기념관 건립 예정 부지의 경계에서 거주하던 마을주민 정자순(67·여)씨는 “기념관 건립 사업 때문에 화장실과 창고 등 건물 일부를 내줘야 했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건물의 나머지 부분 역시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탁금이 걸려버렸다”며 “실거래가가 평당 400~500만원인데 공탁금 규모는 공시지가인 300만원으로 책정돼 재산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이 날 방문한 정 씨의 집 일부는 기념관 건립 공사부지와 맞닿아 있었고, 기존에 마당과 그곳에 있던 창고 등의 건물들은 허물어져 있었다. 특히 현관문 바로 앞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별다른 보호시설과 소음 방지 대책은 전무했다.
 
정자임(72·여)씨는 “박 명예회장은 살아생전 마을에 피해를 안주기 위해 노력했는데 오히려 남아있는 이들이 박 명예회장의 유지를 져버린 것 같다”며 “힘없는 서민들만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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