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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캠퍼스 이전현장(下-대학본관 점거)
최고지성 총장, 탈 관악 행보에 한달째 쫓겨났다
서울대 영리·기업화 반대 ‘본부 무기농성’…학교측과 팽팽한 대립 ‘합의점 요원’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1-07 00:03:28
 ▲ 서울대학교의 시흥캠퍼스 이전으로 인한 학내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측 모두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시흥캠퍼스를 이제 와서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시흥캠퍼스 이전반대 학생 측은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각각 고수하고 있다. 사진은 학새들이 27일째 점거 중인 서울대학교 중앙 본관 모습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고강훈 편집위원|정성문·유은주·길해성 기자] 서울대가 시흥캠퍼스 이전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9년 째 지지부진하던 캠퍼스 이전 사업이 올해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갈등의 화근이 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전 철회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지난달 10일부터 7일 현재 27일째 본관을 점거하고 있는 상태다. 본관 4층에 위치한 총장, 처장, 부총장실은 현재 모두 비어있다.  
 
학교 측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흥시와 서울대는 이미 지난 8월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시흥캠퍼스 바로 옆에 들어설 아파트인 ‘한라비발디 캠퍼스’ 단지들은 한창 공사 중으로 내년 여름께 입주할 예정이다.  
 
시흥캠퍼스 이전은 비단 학생들과 성낙인 서울대 총장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사회와 평교수협의회 등 학내 구성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찬반 측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본관 점거 중인 학생들…추운 날씨, 시험기간, 정국불안 등 여론 관심도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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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물고 어둑해지자 서울대 본관 앞에는 하나 둘씩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촛불집회를 하기 위해서다. 비록 20명도 채 안 되는 작은 규모의 집회였지만 자유 발언을 통해 학생들의 강력한 투쟁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달 10일 전체 학생총회를 열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요구를 통과시킨 이후 본관 점거에 들어갔다. 서울대 학생총회는 전체 학생 중 10%가 넘는 인원이 동의해야 열린다. 학생들에 따르면 당시 참여한 학생 수는 전체의 10%를 넘는 약 2000명 수준이었다. 그 중 70%에 달하는 학생들이 철회 요구에 찬성 표를 던졌다.  
 
서울대 본부점거본부는 저녁 8시 이후부터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모여 회의를 하거나 같이 저녁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기자가 찾아간 시간대는 저녁 8시 10분께. 그 시각 1층에 있는 7명 남짓의 학생들은 도시락을 시켜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3층에서는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 학생들은 지난달 10일 전체 학생총회 투표 결과 과반수 동의를 얻어 본관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시흥캠퍼스 이전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번갈아 가며 점거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들은 매일 시흥캠퍼스 현안에 대해 보통 2~3시간, 길어지면 3~4시간가량 회의를 진행한다. 참여 학생 수는 매번 다르지만 대략 20~40명 사이다.  
 
서울대 본부점거본부장은 “회의 내용은 사소한 역할 분담에서부터 큰 사안까지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다”며 “학생들 사이에서도 어떤 식으로 활동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기 때문에 회의가 길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본부 점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장기화가 될 경우 학생들의 참여도나 관심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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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점거본부 측 학생들은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의 태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이들은 “성 총장이 위선적인 태도를 취한다”며 성토했다.  
 
이들 학생들은 총장실 점거 때 발견한 문건에 대해 분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문건에는 캠퍼스 이전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을 사찰한 정황이 담겨있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인터뷰에는 응했지만 실명 공개는 피해달라고 했다. 본부점거본부장은 “학생들이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몰아가려는 듯했다”며 “저열한 모습이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본부 점거에 참여하고 있던 한 학생 역시 “그래도 총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찾을까 싶었지만 학생들이 사찰 혐의에 대해 묻자 오히려 ‘그게 뭐 잘못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실망감이 컸다”며 “카메라를 들이밀 때는 학생들을 껴안고 위하는 척 하지만 결국 비판여론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다”고 꼬집었다.  
 
본부점거본부에 따르면 점거 초반에 본부를 찾은 성 총장이 ‘나도 4년이면 (임기가) 끝나고 너희도 4년 후면 졸업하지 않냐’는 말로 학생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또  성 총장이 서울대 전체 학생들에게 보낸 문자만 봐도 이러한 양면성이 드러난다고 했다. 학생들의 본부점거를 ‘불법’이라고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 측은 소통을 한다고 하지만 사전에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기사로만 학생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실을 퍼트린다”며 “1년 만에 열린 지난 5월 대화 협의회도 결국 보여주기식 소통이었지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협의한 부분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말 타당성 있는 사업이라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과 관련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는 것이 학생들의 요구다. 그렇다면 이렇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부동산 투기가 우려돼 정보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학교 측의 해명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시협약에 체결된 지난 8월 이전 이미 배곧신도시 인근 아파트의 분양가는 상당히 오른 상태였으며 한라비발디는 분양을 완판했다. 평창캠퍼스 적자운영이 지속되며 성공한 사례도 아닌데 굳이 비슷한 (연구개발) 역할을 하는 제2의 캠퍼스를  조성하는 것 역시 명분이 부족하다는 게 본부점거 측 학생들의 주장이다.
 
시흥캠퍼스 이전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입장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즉, ▲대학의 기업화 반대(국립대 공익성 훼손) ▲학생들과의 소통부재 (실시협약 기습체결, 사업내용 비공개) ▲무책임한 재정운영 계획(기업유치 미지수) ▲공동체 약화로 인한 학생자치 훼손(기숙형 캠퍼스 실시 우려)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본부를 점거한 지 약 한 달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초반보다 다소 힘이 빠진 분위기라는 것에 학생들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최근 시험기간 동안 학업으로 인해 학생들의 참여도가 다소 떨어졌기 때문이다.  
 
 ▲ ⓒ스카이데일리
 
기자가 무작위로 관악캠퍼스 학생 약 20여명에게 시흥캠퍼스 이전에 대한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취재 결과 인문대·사회대 학생들에 비해 공대·약대·농생대 등 이공계 계열 학생들의 관심도가 더 낮은 모습을 보였다. 캠퍼스 이전 논의보단 ‘최순실 논란’이 현재 학생들의 더 큰 관심사라고 했다. 
 
전면 철회에 동의하는 학생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직은 ‘찬성도 반대도 아니고 지켜보는 단계’라는 반응을 보이는 학생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하지만 10명 중 9명 꼴로 대다수 학생은 학교 측과 학생 측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본부점거 측은 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이번 사안을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향후 취할 구체적인 방침에 대해서는 언론에 미리 언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본부점거 본부장은 “외부에서는 캠퍼스 이전을 반대하는 것을 단순히 이기적이고, 감사하지 않는 철없는 행동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왜 이전을 반대하는지 숨겨진 이유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또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법인화 반대 당시에도 참여했던 한 학생은 “사실 예전 법인화도 학생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행됐고, 그 결과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 시위도 비록 성공 여부는 미지수나 우리가 졸업한 뒤 후배들이 비슷한 일로 또 다시 시위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다”며 참여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학교 측, “소통이 안 되는 건 학생들…산학 협력 및 철회주장 명분 부족” 
 
학생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오히려 소통이 안 된 채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학생 측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시흥캠퍼스 이전 협력부처장은 일부 강경한 학생들과의 실랑이와 언론의 질문 공세에 지친 듯한 기색이 역력한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 본관 앞에 모인 학생들은 밤에 촛불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자유발언을 마친 학생들은 다함께 총학생회가를 부른 뒤 일주일에 한 번씩 시행한다는 대청소를 하기 위해 본관 1층으로 들어가 청소를 시작했다. ⓒ스카이데일리
  
이 관계자는 먼저 학생들이 대규모 융·복합 연구단지로만 사용할 것을 신뢰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부터 운을 뗐다. RC(기숙사형 캠퍼스)조성은 이미 성낙인 총장 이전부터 안하겠다고 확정 지은 부분이기 때문에 학교 측이 ‘말 바꾸기’를 한다는 학생들의 주장은 틀리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이미 지난 2014년 오연천 전 총장이 함진규 국회의원에게 ‘시흥캠퍼스 최초 계획단계부터 지금까지 관악캠퍼스나 연건캠퍼스에 있는 기존의 특정대학이나 학과를 이전 배치하는 계획과 1학년 신입생의 의무기숙을 전제로 한 거주형 대학(RC)를 전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한 바 있다”며 “최근 학생들이 반대하니까 갑자기 철회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서울대 측은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흥캠퍼스 조성 실시협약서에서 ‘특정 단과대학 이전 및 기숙형 대학설립’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흥캠퍼스의 세부 계획은 아직 결정된 사실이 없으므로 2000명 규모의 기숙사 설립 및 수용 인원 4000명으로 증대, 세미나 위주의 교육프로그램, 기초과목 및 필수 교양과목 개설 등과 같은 보도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실시협약을 기습적으로 체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명을 이어갔다. 그는 “실시협약은 평의원회-이사회-총장 등 의결기구를 거친 뒤 이뤄진 정당한 협약이며 이러한 협약이 체결되면 총장님이 학내 모든 구성원에게 메일로 알린다”며 “실시협약 전부터 학생들과 언론에게 모든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맞지 않으며, 시흥캠퍼스를 (부동산 투기) 홍보에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대학의 기업화를 우려한다는 학생들의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학협력이 기업의 수익을 창출하는 데만 이용된다고 우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렇게 따지면 미국 스탠포드대와 구글의 협력이나 실리콘밸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되물었다. 
 
이어 그는 “기업이 당연히 연구를 위해 투자를 하면 일정부분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얻은 연구 성과가 사회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이미 모든 대학 캠퍼스 연구동에서 이뤄지고 있는 산학협력 시스템이다”며 “서울대 시흥캠퍼스에서 이뤄질 산학협력이 대학의 기업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산학협력에 대한)학생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성 총장의 학생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협력부처장에 따르면 피케팅을 하거나 의사회장에 진입해 총장님께 돌진하는 등 일부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이 사회변혁 노동자당이라는 특정 정치세력과 연관돼 있다는 얘기가 있어 학생처를 통해 외부 개입 근거가 있는지 알아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한 학생처 직원의 경우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저지하다 고소를 당해 경찰서를 오가는 고초를 치르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학교 측과 학생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학교 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한 사업이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생들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협의를 이끌어 가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밖에는 현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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