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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서울시 금천구 소방서 건립반대 논란

“소방서 혐오시설 싫어요”…서민들의 반란에 싸늘

상권침체·집값하락·소음 우려에 근조 배수진…시민들 “어처구니 없고 황당”

이성은기자(asd3cp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2-20 14: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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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소방서가 없는 구(區)가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촌으로 꼽히는 금천구다. 현재 이곳의 관할은 구로소방서다. 관할 119안전센터서 출동하는데 15분 내외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화재가 발생했을 시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5~10분을 훌쩍 넘기는 시간이다. 자연히 소방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금천구 독산동 시흥대로 말뫼고개 인근을 소방서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 그런데 건립을 추진하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찬성을 해야 할 것으로 기대한 인근 주민들이 의외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주민자치위원회와 통장협의회 등은 반대성명을 내고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이곳만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반 시민들과 금천구 내 다른 지역민들은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일종의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이 빚어진 것을 두고 “소방서가 과연 혐오시설이냐”는 비판여론이 형성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소방서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진 금천구 독산동을 현장 취재했다.

 ▲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들어설 예정인 소방서가 이웃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상권침체, 집값하락, 소음, 개발호재 악영향 등을 제기하며 반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여론을 비롯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지역 이기주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사진은 구로구 관할 독산119안전센터 ⓒ 스카이데일리

“소방서가 하필 왜 거기 들어서야 합니까”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금천소방서 예정부지 인근의 주민들이 소방서 건립에 반대목소리를 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사이렌소리 등 소음공해와 이로 인한 집값 하락 우려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소방서가 들어설 경우 지역개발이 이뤄지지 못하며 상권 또한 침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얼토당토한 지역이기주의라는 반응이다. 화재와 긴급구조 등을 위해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소방서가 들어서면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반길 일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소방서를 ‘혐오시설’로 간주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좋은 입지에 소방서 건립 반대…개발 호재 영향 기대감 컸던 주민들
 
소방서 건립 예정지는 독산동 1054-8번지다. 얼마 전까지 이곳 인근 말뫼고개 버스정류장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근조(謹弔) 말뫼고개’라 적혀있었다. 현수막을 내건 이들은 소방서유치반대 주민일동이다.
 
이들의 현수막 설치 및 철거는 여러 차례 반복됐던 일이라는 것이 금천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대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걸면 다른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고 철거하기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소방서 건립에 반대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자료 : 서울시 [그래픽=박희라] ⓒ스카이데일리
 
주민 반대의 주된 이유는 상권침체였다. 소방서 건립이 예정된 독산2동에는 현재 신축된 롯데캐슬골드파크 1·2차아파트와 공사 중인 3·4차 아파트가 차례로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오는 2023년 신안산선 신독산역 개통 등 다양한 개발호재도 예정된 상태다.
 
자연히 인근 상권 활성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난 2010년 경기도 이천으로 이전한 육군부대 탓에 그간 개발에 있어 소외받았다는 심리를 가진 주민들은 소방서의 위치가 상권 중앙에 위치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32년째 독산2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했다는 송진근(68·남) 씨는 “소방서 예정지 뒤편에는 주택가가 있어 소방서가 들어설 경우 주민들이 소음공해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면서 “금천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인 이곳에 소방서가 들어설 경우 상가가 들어설 공간도 줄어들어 상권이 죽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35년째 독산동에 살고 있다는 박호순(71·여) 씨는 “군부대가 떠난 뒤 주변 동네에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전철노선이 들어선다는데 우리 동네에는 소방서가 들어오게 생겼다”면서 “소방서는 동네 발전의 저해요인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소방서 부지 맞은편에서 거주한다는 이종복(55·남) 씨는 “1970년대 말뫼고개 부근은 번화가였으나 40년 넘도록 하나 변한 것이 없다”며 “광명시 소하동에 위치한 소방서에서 말뫼고개까지 빠르면 5분 내로 오는데 굳이 왜 소방서가 이곳에 신설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소방서 입주 예정지 인근에 자리한 독산공인중개사무소 박정선 대표는 “소방서가 들어서면 상가가 줄고 인구유입 또한 감소하게 될 것이다”면서 “결국 동네의 발전은 저해되고 피해는 주민들과 상인들 몫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주민들 입장에서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선 뒤 상권이 활성화되고 집값 또한 상승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 것 아니냐”면서 “소방서가 들어선다고 해서 아직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보통 다른 지역의 소방서를 보면 인근 상권에 유동인구가 적어 이곳 또한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재난 동시발생 시 대응 어려운 금천구…전문가 “소방서 상권침체와 관계 없어” 

취재 중 출동 중인 119 응급차량과 마주했다. 차량에는 ‘구로’라는 소방서명이 적혀 있었다. 독산동 현장에 출동한 구로소방서 소속 구급대원은 “신고현장까지 도착하는데 15분가량 걸렸다”고 전했다.
 
금천구 내에는 소방서가 아닌 119안전센터(舊 소방파출소)만 있다. 이마저도 구로소방서 관할이다. 소방서의 경우 고가사다리차, 굴절사다리차 등 화재 등 긴급재난 현장에 필수적인 각종 장비를 갖췄다. 하지만 119안전센터에는 구급차·물탱크차량 등 초기대응 수준의 임무수행이 가능한 장비만 보유했을 뿐이다.
 
 ▲ 금천구 독산동에서 가장 반발이 심한 지역은 소방서 부지가 위치한 독산2동 주민들이다. 독산2동 주택가(사진 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지역 상권 위축과 함께 사이렌 소리가 시끄러울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이곳에 출동하는 119 소방대원과 구급대원은 구로구 소속이다. 독산2동에 출동한 구급대 차량(아래)에는 ‘구로’라는 차량 식별번호가 적혀있다. ⓒ 스카이데일리

전문가들은 금천구 내에 고층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층건물들에 발생할지도 모를 대형 재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각종 장비들을 갖춘 소방서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방지호 주무관은 “현재 금천구 내는 구로소방서에서 출동을 하는 상황이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방서가 들어서게 될 지역 인근의 주민들 외 금천구민들은 소방서를 지어 달라 요청을 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금천구 대부분 주민들을 비롯한 서울의 일반 시민들은 “소방서가 마치 혐오시설인 것으로 치부한다는 것이 어처구니 없고 황당하다”는 여론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소방서비스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서울시 전체 소방서 평균 관할면적은 26.3㎢이며 인구수는 44만7702명이다. 출동건수는 2만7795건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천구를 관할하고 있는 구로소방서는 관할면적 33.14㎢, 인구수 71만771명, 출동건수 4만4078건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시 전체 평균을 넘어선 수치다. 특히 출동건수에 있어서는 서울시 평균보다 무려 1.6배 많았다. 구로구와 금천구 내 동시다발적인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대응력에서 한계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방 주무관은 “소방서 앞을 지나는 왕복 8차선 시흥대로는 금천구 내 최대규모의 도로이며 중앙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소방서 건립부지는 최적의 위치다”면서 “소음문제의 경우 향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소방서 인근에 방음벽이나 소방차량의 디지털 사이렌 방식을 도입하는 등 관련 대책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서도 주민들의 상권위축 주장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남식 렉스리얼티에셋 대표는 “만약 소방서가 상권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반경 수 미터에 불과한 부분에만 해당될 것이다”면서 “사실상 소방서가 들어서는 것과 상권위축은 사실상 연관성이 없는 사안이며 이처럼 동네 전체가 반발하는 것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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