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교통망, 교육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유독 집중하는 모습이다. 6·19대책, 8·2대책, 9·5대책 등 무려 3차례나 굵직한 정책을 쏟아냈다. 강력한 규제 내용을 담은 정책에 힘입어 부동산 과열 현상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정부가 부동산 과열 현상의 근원지로 지목한 강남 지역은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벌어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애꿎은 피해자만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의 과열 현상을 막겠다는 정부가 다른 측면에서는 오히려 부동산 시세 상승을 부추길 만한 정책을 내놔 ‘규제의 진정성’에도 의구심을 품는 여론이 적지 않다. 부동산 시세 상승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GTX 노선 조기 완공’, ‘자사고·외고 폐지’ 등이 꼽혔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허와실’로 정하고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부동산 대책의 허점(上), 자사고·외고 폐지 움직임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변화(中), GTX 노선 조기완공 결정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변화(下)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 길해성·이경엽·조성우 기자]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수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가 목적이다. 특히 강남 지역을 부동산 과열 현상의 근원지로 지목하고 정책 내용 역시 그곳에 부합시켰다. 그런데 정작 정부 부동산 정책의 주 타깃인 강남 지역은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과열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올해 최고 경쟁률을 찍는가 하면 각종 규제가 시행된 이후 잠시나마 주춤했던 아파트값 역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 떠도는 말로 ‘강남불패’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타 지역의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아 논란은 더해지고 있다. 고강도 대출 규제로 자금력이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정말로 꿈이 돼 버렸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강도 높은 규제 내용을 담은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초강력 규제 비웃는 강남부동산…‘8·2 부동산대책’ 이후에도 청약시장 과열 지속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 40여일 만인 지난 6월 19일 첫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6·19 부동산대책’이다. 당시 정책은 부동산 과열 지역에 청약, 재건축, 대출규제 등을 선별 적용 하는 맞춤형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과열지역은 더 과열 됐고 대상지역이 아닌 곳까지 시세 상승의 여파가 미쳤다.
‘6·19 부동산대책’이 실패하자 정부는 다시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정책은 모든 규제들을 총 망라한 종합 부동산 규제 정책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였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 적용 등 금융규제도 강화됐다. 아울러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와 청약규제 강화, 분양권 전매제한 등 재건축 아파트 관련 규제도 생겼다.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수도권 등의 부동산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매수자·매도자 모두 눈치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대부분 지역의 부동산 거래가 급감했다. 부동산 대출 압박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꺾였다. 특히 과열양상을 띄었던 강남 재건축 역시 가격이 지난달까지 하락세를 나타냈다.
주목되는 사실은 하락폭이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일부 단지의 경우 시세가 오름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세 상승을 보이는 단지가 하나 둘 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재건축 단지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주춤하던 강남 지역 부동산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8·2 부동산대책’ 이후 강남권에서 처음으로 청약 신청을 받은 ‘신반포 센트럴자이’(신반포6차 재건축)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청약신청 시작 전부터 ‘8·2 부동산대책’ 이후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견본주택 앞에는 긴 줄과 떴다방까지 등장했다. ‘신반포센트럴자이’의 견본주택에 다녀왔다는 한 개포동 주민은 “34평대가 14억이 넘는 단지인데도 견본주택 내로 들어가려면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만 했다”며 “나도 청약을 넣긴 했지만 그 정도로 청약 열기가 뜨거울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GS건설이 서초구 잠원동에 짓는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16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역으로 추산하면 9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6472명이 몰린 셈이다. 올해 분양한 단지 중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최고 경쟁률이다.
이후 분양을 실시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의 경우도 1순위 청약접수 결과 18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7544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특히 평균 경쟁률 41대 1로 전 주택형이 완판 됐다. 중소형 평형인 전용면적 59㎡(약 18평)형은 23가구 모집에 5381명이 몰리면서 234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날 진행된 특별공급 분양(23가구)도 전 평형대가 100% 마감됐다. 서울에서 기관추천·다자녀 등으로 규정된 특별공급 분양이 100% 마감된 것은 ‘신반포 센트럴자이’에 이어 두 번째였다.
반포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경우 밤새 줄서서까지 청약신청을 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그 열기가 대단했다”며 “특히 자금 여력을 갖춘 실수요자들의 경우 대출을 빋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8·2부동산 대책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하락세 멈추고 반등…잠실 등 주요지역 상승세 이어가
‘8·2 부동산대책’ 이후 신규 분양 단지들의 흥행이 이어지자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오히려 강남 부동산 과열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부활 가능성이 높은 ‘분양가상한제’는 부동산 과열 현상을 부추기는 결정적인 요소로 지목됐다.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분양가격이 낮아지면 청약시장 과열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이미 서울 강남 일대를 투기지역으로 분류하고 분양보증을 조건으로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서울 잠원동 ‘신반포센트럴자이’ 아파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조건으로 분양가 인하를 요구해 3.3㎡당 평균 분양가가 당초 예상보다 400~500만원 가량 적은 4250만원에 책정됐다.
방배동의 S부동산 관계자는 “주변 새 아파트 시세가 3.3㎡당 5500-6000만원 정도인데 이보다 1000만원 가량 낮게 강제로 끌어내린 것이다”며 “만약 ‘신반포 센트럴자이’ 전용면적 59㎡ 규모 호실에 당첨이 되면 3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시현 가능한 셈이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도 6주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0.11% 상승했다. 여기에 8.2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가장 먼저 약세를 보였던 강동구 둔촌주공도 하락세가 멈췄다. 강남구 개포주공은 가격 낙폭이 줄어든 영향이 더해졌다.
특히 매도자와 매수자간 치열한 줄다리기 속에서도 최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50층을 허가 받은 ‘잠실주공 5단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이달 초만 해도 ‘8·2 부동산대책’ 여파에 따른 시세조정의 대표 사례로 꼽힌 단지다.
그러나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 호가는 16억원까지 상승했다. 재건축 심의 통과 직전인 지난 5일 신고된 실거래가 15억원에 비해 1억원 오르 금액이다. 불과 열흘 만에 1억원이 상승한 셈이다. 8·2대책 직전인 7월말 기록한 같은 평형대의 최고 실거래가 15억7000만원도 가뿐히 넘겼다.
인근에 위치한 잠실엘스도 전용 59㎡의 호가는 12억원까지 오르며 지난달 최고 실거래가 11억2000만원보다 8000만원 상승했다. 잠실 리센츠 84㎡ 역시 얼마 전 14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기록한 최고가와 같은 가격이다. 호가는 이미 고층을 기준으로 14억30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지대학교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낮거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인기 사업장의 경우 앞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기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과열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실효성 등을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자규제 표방한 문재인정부 부동산규제, 실상은 서민들 내 집 마련 발목”
문재인정부 부동산규제 정책의 주 타깃인 강남 지역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지만 타 지역의 변화는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전 지역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대출한도 등 금융규제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윳돈이 부족한 서민들의 경우 서울에 내 집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배경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월세를 살면서 강남 신규분양 단지 청약신청에 도전하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정부가 대출한도를 집값의 40%까지 막아놨기 때문에 평소 여윳돈이 없는 서민들로서는 이런 방법 외엔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성수동에 위치한 1등부동산 대표는 “예전에 2억원만 들고 오면 매입할 수 있었던 재개발 단지 물건이 지금은 5억원은 들고 와야 매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며 “매수문의는 많지만 정작 상담 후에는 자금이 부족해 발길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많아지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성수동 전략정비1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박칠영(47) 씨는 “시세차익이 분명한 단지에 서민은 청약조차 넣지 못하는 것이 과연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는 대책이 될 수 있나”며 “더군다나 은행에 이자 내고서라도 집을 사는 것은 그 사람들의 선택인데 이를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과한 처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편차가 크지 않다면 분양가상한제가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데 효과가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특히 대기수요가 빽빽하게 몰린 강남권에 적용될 경우 수요를 더욱 증폭시키는 역효과만 낳게 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무엇보다 대출 규제가 전반적으로 강화된 시점이어서 강남권 블루칩 단지에는 분양가상한제를 빌미로 고액 자산가가 진입할 수 있는 여력이 더욱 커졌다”며 “일련의 사실로 봤을 때,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겉으로는 부자 규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도출되는 결과는 서민 규제의 성격에 더욱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