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 길해성·이경엽·조성우 기자] 최근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내놓으며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나서고 있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reat train express·이하 GTX) 착공이 가시화되고 있는 서울 근교 및 수도권 지역은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세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 및 지자체 등에 따르면 GTX 개발은 수도권 외곽 지하철과 서울 도심 내부 교통망을 연결해 수도권에서 서울 도심까지의 진입 시간을 30분 내로 단축시키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지하 40m에서 평균 시속 100km로 달리는 GTX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을 한 시간 생활권으로 만들 계획으로 시작됐다.
GTX 개발사업은 지난 2009년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다. 김 지사 당선 이후 사업이 본격화됐고, 2010년 경기도가 제안한 3개 노선의 경제성이 가장 높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사업의 윤곽이 하나 둘 드러났다.
이듬해인 2011년 국토교통부가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고시하면서 GTX 건설 계획이 공식화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GTX는 A노선, B노선, C노선 등 총 3개 노선으로 구성된다. 이 중 건설의 진척이 가장 빠른 곳은 SRT(수서발고속철도)와 일부구간 노선을 공유하는 A노선이다.
A노선은 동탄, 용인, 삼성, 서울역, 일산(킨텍스), 파주 등을 거치는 노선으로 총 83.3km 길이다. 이중 삼성부터 동탄까지 구간은 지난 3월 착공한 후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삼성부터 파주까지의 구간은 내년 말 착공해 2023년 완공 예정이다.
B노선과 C노선의 경우 정차역이 정해진 이후 현재 구체적인 노선안을 확정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기존에 발표된 노선에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B노선은 송도, 여의도, 서울력, 청량리, 별내, 평내호평, 마석 등을 거칠 예정이다. C노선은 금정, 과천, 양재, 삼성, 청량리, 창동, 의정부를 거치는 노선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GTX A노선 착공 돌입, 정부주도 개발사업 호재…부동산 가격 상승 부채질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GTX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역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세가 들썩이고 있다. 수도권과의 접근성 확보 가능성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과열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치는데도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 정부가 GTX 조기완공 의지를 내비치면서 부동산 정책 방향과 다소 어긋난 상황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GTX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지역으로 A노선의 용인역, 킨텍스역과 B노선의 송도, C노선의 창동 등을 꼽고 있다. A노선 용인역이 들어설 예정지는 이미 수도권 지하철 분당선 구성역이 위치해 있다. 구성역은 현재 GTX 정차를 위한 따른 확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주차장을 무인화 하고 확장하기 위한 공사 역시 함께 진행되고 있다.
국토실거래가 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구성역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삼거마을삼성래미안1차 아파트의 경우 2011년 GTX노선 계획이 발표된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3억6000만원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85㎡의 한 호실은 올해 4억6400만원에 거래됐다. 3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인 지난 4월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 가격이 4억2000만원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인근의 연원마을 삼호벽산아파트 역시 2011년 1억9700만원이던 전용면적 59㎡ 규모 호실의 시세가 지난 6월 3억2000만원으로 무려 60% 이상 급등했다. 이곳 역시 지난 3월 시세가 3억45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규제 대책을 빗겨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구성역 인근에 위치한 상록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난 2011년 GTX계획이 발표되고 지난 3월 GTX A노선이 착공에 돌입하자 일대의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최근 들어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가격이 조정되고 있는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A노선의 일산 킨텍스 인근의 아파트 가격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GTX 킨텍스 역은 종합전시장인 킨텍스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 사이에 들어설 예정이다. 킨텍스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의 가격 역시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킨텍스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랜드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킨텍스 일대의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GTX 에정지로 선정된 영향을 무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킨텍스 바로 앞에 위치한 대영킨텍스 4단지의 아파트 가격의 경우 GTX노선이 발표된 이후 가격이 올랐다. 전용면적 99㎡의 아파트 한 호실은 지난 2011년 3억3000만원에서 올해 초 4억3000만원으로 30% 이상 올랐다. 그 후에도 시세 상승세가 이어져 현재는 4억55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인근에 위치한 건영킨텍스3단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2010년 4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면적 101㎡ 호실은 지난해 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같은 평형의 시세는 약 4억9500만원에 달한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GTX 착공 전부터 억대 시세차익…문재인정부 부동산 안정 대책과 ‘엇박자’
아직 착공에 돌입하기도 전인 B노선과 C노선 예정지 일대 부동산 시세 역시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B노선의 송도역, C노선의 창동역 인근 등은 노선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GTX개발 계획에 따르면 B노선 송도역은 수도권 전철 인천1호선 인천대입구역과 지식정보단지역 인근에 지어질 예정이다. 현재 송도신도시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이곳 지역은 GTX B노선 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시세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지어진 송도웰카운티1단지 아파트의 경우 완공 당시 4억2500만원이었던 전용면적 85㎡ 규모의 호실이 현재는 4억7500만원으로 올랐다. 불과 1년 새 가격이 11% 넘게 오른 셈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인천 송도의 경우 위치상 서울 등 수도권과의 교통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탓에 GTX 건설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며 “특히 이곳은 아파트값이 오를만한 여러 요인들 중 GTX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C노선에서는 서울 도봉구 창동 지역이 GTX 건설로 인한 지가 상승 현상이 두드러졌다. 창동 지역의 경우 GTX 개통과 함께 한국교통공사 창동차량기지 일대 재개발 공사가 맞물리면서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창동역 인근에 위치한 동아청솔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59㎡ 규모 호실의 시세가 2011년 2억3600만원에서 올해 7월 3억6600만원으로 55% 이상 올랐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전인 올해 3월 같은 평형의 실거래가가 3억5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창동역 인근 동아상가에 위치한 광명부동산 관계자는 “창동역 일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다고 표현 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부동산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며 “현재는 창동차량기지 개재발이나 GTX개통과 같은 호재들이 몰려 시세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창동역 일대의 경우 GTX 기대로 인해 오히려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히 기대감만으로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GTX 개통 예정지 인근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이 상당하다. 특히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내놓는 동시에 GTX 개발을 앞당기는 결정을 내린 정부의 태도에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 6월과 8월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내놓는 등 지나치게 과열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전 정부에서부터 추진된 GTX 개발을 앞당김으로써 부동산 가격 안정화 노력이 사실상 요원해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GTX 개발로 인해 수도권 인근 지역으로부터 서울 시내까지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역사 인근에 유동인구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개발 계획을 더욱 앞당겨 놓고 동시에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경엽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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