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 길해성·이경엽·조성우 기자] 최근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과 교육 정책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인 ‘자사고·외고 폐지’가 강남 일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강남 지역을 투기과열 지역으로 선정하고 부동산 시세 상승을 막으려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상반된 결과로 해석됐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6·19부동산 대책과 8·2부동산 대책 등이다. 강력한 규제 내용이 담긴 이들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잠시나마 둔화되긴 했지만 최근 강남 재건축과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교육정책 공약인 ‘자사고·외고 폐지’가 시행될 경우 강남 일대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학교 간 변별력이 사라지면 교육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그렇게 되면 교육특구로 불리는 ‘강남 8학군’ 지역에 교육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맹모’ 양산하는 정부정책, 교육 정책 따라 부동산 시세 ‘오르락 내리락’
부동산 및 교육업계 전문가 등에 따르면 부동산 가치를 결정짓는 요소는 교통, 문화·편의시설, 주거환경 등으로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교육 환경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거주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정부의 교육정책에 발맞춰 대학진학에 좀 더 유리한 학군과 교육 환경을 갖춘 지역으로 이사까지 감행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그동안 정부의 교육 정책 변화에 따라 부동산 시장 역시 꾸준히 변화를 거듭해왔다는 게 부동산 및 교육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의 교육정책 변화에 따라 이른바 교육특구라 불리는 ‘강남 8학군’ 부동산 시세도 덩달아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 ‘강남 8학군’은 강남구와 서초구에 위치한 중·고등학교를 통칭하는 말이다. 대부분 타 지역 학교들에 비해 대입성적이 월등히 우수한 편이다. 덕분에 일대 지역은 ‘교육특구’라 불려왔다.
지난 2008년 정부는 내신과 수능으로만 평가되는 대학입시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 확대, 다양한 전형 활성화, 학생생활기록부 중심의 수시 모집이라는 점에서 많은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입학사정관제도는 경제력과 정보력 등이 뒷받침되는 서울·수도권 거주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 결과 많은 학부모들이 정보와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강남구·서초구의 명문 고등학교로 몰려들었다. 더 나은 학군과 교육환경을 찾아 이동하는 학부모의 수요 증가는 강남권 부동산 가격 상승을 낳는 결과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제도 시행 전(2005~2006년) 160만명을 밑돌던 강남3구 인구는 제도 논의가 본격화되고 시행된 시기(2007~2008년)를 전후로 165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2009년에는 170만명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인구가 증가했다. 이 시기를 전후로 강남구·서초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 역시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2010년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자사고)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한 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던 강남3구의 인구가 하락했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자사고의 등장으로 학부모들이 굳이 강남구·서초구에 위치한 학군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 점이 이유로 지목됐다.
자사고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강남3구 인구와 강남구·서초구 아파트 가격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자사고·외고 폐지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다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뿐 만 아니라 교육업계 종사자들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놀고 있다.
대치동 소재 한 입시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이 대두되면서 현재 중학교 2학년 이하 학부모들이 ‘강남 8학군’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실제로 문의도 잦아진 편이다”며 “비 강남권 학생들이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자사고·외고가 폐지된다면 자연스럽게 ‘강남 8학군’으로 교육 수요가 몰려 주변 집값도 상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자사고 폐지 가능성 대두…“자녀교육 위해 빚내서라도 강남으로 이사 갈 것”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 지역으로 이사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에 대한 언급된 후 강남구·서초구에 위치한 명문 중·고등학교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부모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노원구 주민 이순형(46·여) 씨는 당초 자녀를 자사고나 외고에 입학시킬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한다는 교육정책을 듣고 최근 고민에 빠졌다.
이 씨는 “부모라면 좋은 학군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며 “자사고·외고에 진학시킬 계획이었는데, 폐지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폐지 소식이 나온 뒤부터 차라리 안전한 8학군 학교를 보내는 것이 괜찮을 것 같아 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북구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사고 같은 경우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아이들 또한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명문고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 혹은 서초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며 “교육 환경뿐 만 아니라 여러 조건들을 감안했을 때 나중에 자녀교육이 끝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더라도 시세 상승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강남구와 서초구에 위치한 부동산 관계자들은 교육 정책이 부동산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서초구 소재 리더스부동산 관계자는 “겨울 방학을 기점으로 서초구에 위치한 집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는 편이다”며 “대부분 8학군 내에 위치한 학교를 보내기 위해 이사를 계획하는 부모들이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아주부동산 관계자는 “비록 덜 유명한 학교라도 단순히 ‘강남 8학군’에 위치했다는 것만으로도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집값이 떨어질 걱정이 없으니 아이를 위한 투자,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이사 오는 부모들이 제법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군도 학군이지만 사교육 환경도 학부모들이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며 “우수한 강사를 보유한 학원이 한 지역 내에 밀집돼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이사를 고려하는 학부모들도 여럿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강남구·서초구 등 강남권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택 공급 자체가 부족한데다 교육은 물론 투자 일환으로 강남으로 진입하려는 대기수요가 꾸준해 가치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교육은 일대 지역 부동산 시세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 교수는 “정부부처에서 정책을 내놓을 때 각 정책이 상충되는지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부동산 정책과 교육 정책 역시 각 부처의 합이 잘 맞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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