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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 가정 위기, 해결책은 ‘내 아내의 행복’
아내 자존감 회복은 화목한 가정의 첫걸음…취미·종교 등 방법 다양
이지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0-23 00:05:10
▲ 주부 김동진(44·여) 씨는 가부장적인 남편과 시댁 때문에 한 때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보다 못한 남편 이동섭(50·남) 씨는 아내의 취미 생활을 되찾아 주기 위해 함께 퀼트 문화센터를 찾았다. 취미 활동을 시작한 후 김 씨는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사진은 이동섭·김동진 부부 모습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 이성은·김민아·이지현 기자]  현대 사회인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자존감’이란 단어가 가진 의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뜻한다. 스스로를 능력 있고 매력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게 되면서 매사에 자신이 없고 적극성도 떨어져 결국 어떤 일을 하던 제대로 소화해내기 어려워진다. 심할 경우 열등감과 우울증, 편집증 등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정 내에서도 구성원의 자존감 하락 현상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유발시킨다. 특히 안살림을 책임지는 아내가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면 가정은 활기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남편, 자녀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에 자존감 하락 현상을 이겨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표적인 해결방안으로는 ‘취미생활’이 꼽힌다
 
“10년 간의 부부갈등…아내의 자존감을 무시한 제 탓이죠”
 
올해로 결혼 21년차인 이동섭(50·남)·김동진(44·여) 부부는 신혼 초부터 불과 몇 년 전 까지 극심한 부부갈등을 겪었다. 갈등의 발단은 아내 김 씨가 결혼 전부터 즐기던 취미생활을 남편인 이 씨가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부터였다. 김 씨의 취미 생활은 천을 엮어 생활 공예품을 만드는 ‘퀼트’였다.
 
“결혼 초기만 해도 저는 굉장히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었어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퀼트용품들로 집이 지저분해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짜증이 솟구쳤지요. 깨끗한 집에서 편안히 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아내가 일부러 집을 어지럽히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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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의 취미생활은 시댁과의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시어머니는 김 씨의 취미생활이 가정 일을 충실히 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시댁과의 갈등, 협조적이지 않은 남편으로 인해 퀼트를 하지 못하게 되자 김 씨에게는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들 부부의 갈등은 점차 심화돼 갔다. 집안 대소사, 자녀문제 등 부부는 사사건건 부딪혔다.
 
“우리 아내는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에요. 퀼트가 아내의 취미생활에 적합했기도 했지만, 그것을 통해서 아내가 일종의 성취감 같은 것을 얻는다는 것을 제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던 거죠. 퀼트를 못해서 보다는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은 저에 대한 원망이 컸던 것 같아요. 거기서 갈등은 촉발됐고, 몇 년 전까지 여러 가지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혔어요”     
     
▲ 이기철(58·남)·이혜경(57·여) 부부는 서로 다른 생활 방식으로 인해 신혼 초에는 이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아내 이 씨가 종교활동을 시작하면서 부부는 갈등을 겪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다. 사진은 이기철·이혜경 부부 가족 모습 ⓒ스카이데일리
 
갈등이 오래될수록 아내 김 씨는 점점 활기를 잃어갔다. 이런 아내를 바라보면서 이 씨는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내가 활기를 잃을수록 가정 분위기도 가라앉고, 나아가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며, 아내의 우울증이 집 안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대로 아내를, 그리고 가정을 방치해선 안된다고 생각했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연민의 정이 크게 다가왔어요”
 
이 씨는 아내의 손을 잡고 동네에 있는 퀼트 문화센터를 찾았다. 이후 김 씨는 전에 없던 활기를 찾았다. 김 씨는 현재 한국퀼트공예협회 회원이다. 협회 활동과 작품 활동에는 늘 남편인 이 씨가 함께 한다. 특히 전시회 때는 온 집안 가족들이 대거 동원되기도 한다.
 
“그동안 아내의 마음을 너무 헤아리지 못했어요. 아내는 아이 엄마와 제 아내이기 이전에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늦게 알게 된 거죠. 앞으로도 아내의 작품 활동을 존중하고 계속 응원할 거에요”
 
갈등과 불화 5년, 행복한 가정 25년…“아내의 자존감 회복에 달렸더라고요”
 
올해로 결혼 32년차인 이기철(58·남)·이혜경(57·여) 부부는 종교 활동을 통해 가정의 위기를 극복했다. 무엇보다 아내인 이 씨가 자존감을 되찾은 게 결정적이었다. 이들 부부는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신혼 초에는 이혼을 생각할 만큼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갈등의 원인은 단순했다. 생활습관, 집안분위기, 환경, 육아, 아이들 진로문제 등 모든 것이 달랐다. 서로 생각과 가치관이 너무 다르다 보니 다툼도 잦았다.
 
“꿈꿔왔던 결혼생활과 현실이 너무 달라 신혼 초부터 한동안은 거의 매일 다투다시피 했어요. 연애기간이 길어서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결혼하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당시 저의 요구는 ‘아내로서 가정일에 충실하라’는 거였어요. 아내가 가정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지금 생각하면 괜한 트집을 잡았던거 같아요. 아마 당시 아내도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거에요”
 
“사소한 갈등들이 계속돼 이혼 위기에 처했을 때 아내가 첫째를 임신하게 됐어요.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임신과 출산 기간만큼은 다툼이 잦아들기도 했죠. 돌이켜 보면 그 때 첫째를 임신하게 된 것은 저의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 과거 극심한 부부 갈등을 겪었던 이기철(58·남) 씨는 아내 이혜경(57·여) 씨가 종교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가정에 소홀 해지는건 아닌가’하는 걱정도 했다. 하지만 아내의 종교활동은 가정 분위기를 확 바꿔 놓았다. 부부 간 갈등도 현격하게 줄어 들었다. 지금은 가족 전체가 종교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함께 해외 봉사활동에 나선 이기철·이혜경 부부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부부는 의미 없는 다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툼을 지속했다. 그러던 중 결혼 5년차에 접어들던 지난 1991년 아내 이 씨는 우연히 문 앞에 놓인 교회 전단지를 보게 됐다. 전단지에는 한 유명 배우가 힘들었던 시절을 종교 활동을 통해 극복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도 전단지 속 유명 배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후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가정생활을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아내인 이 씨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종교생활을 시작한 후 적극적이고 활발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무엇보다 부부 간에 갈등이 줄어들었다. 남편인 이 씨도 종교생활에 동참했다. 종교생활은 가정을 지키자는 이들 부부 노력이었던 것이다. 이 씨는 이제는 가족 전체가 신앙생활을 하며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꼭 종교 활동이 아니더라도 아내가 좋아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려고 내가 노력한 적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죠. 당시에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아내의 얼굴을 마주보기 힘들 정도였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아내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주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되죠. 하지만 지금 우리 아내의 눈에는 자신에 대한 당당함과 가족에 대한 배려감이 강하게 묻어있죠”
 
결혼, 임신과 출산 등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존감 하락, 각종 부작용 유발
 
네덜란드 틸버그대학교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 공동 연구팀이 노르웨이 여성 8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자녀 출산 후 3년간 대인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자존감도 낮아진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일어난 신체변화가 여성의 자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김동철 심리케어’의 김동철 대표 원장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기혼자의 우울도가 미혼자보다 높게 나왔다. 결혼을 하면 ‘가정’이라는 책임감이 생기고 미혼 때만큼 혼자 즐기는 자유로움 등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그 원인으로는 △시댁 등 새로운 문화로 인한 심리적 압박 △출산 후 호르몬 변화 및 신체변화 △새로운 가족 형성 등이 꼽혔다.
 
주목되는 사실은 자존감 하락으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도 뒤따른다는 사실이다. 무기력증에 따른 활동에너지의 저하, 활동에너지 저하로 나타나는 수면문제, 섭식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인 생체 리듬이 깨지면서 나타나는 생리불순, 임신중독 등과 같은 여성 질환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가을철에는 ‘어떤 일도 해결하지 못하고 한 해가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계절성 우울증도 수반돼 주의가 요망된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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