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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서울시 육교 철거 논란
‘묻지마 감싸기’ 학부모들 성화에 노인·장애인 몸살
도심미관저해·막대한예산·이용자감소 부작용 불구 학교 앞 육교 건재
김민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19 16:46:18
서울시는 지난 1998년부터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조성을 시작으로 보행자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도시환경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면서 과거 차량 중심의 도로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2013년 서울시가 발표한 ‘보행 친화 도시 서울 비전’에는 보행자를 우선시하는 10대 사업이 담겨있다. ▲보행전용거리 ▲보행친화구역 ▲보행자 우선도로 도입 및 확대 ▲자동차 속도 제한 ▲보행자를 위한 신호체계 개선 ▲도심보행길 조성 ▲서울 걷기대회 개최 등이다. 이에 따라 보행자가 아닌 자동차 중심의 건축물인 철교도 속속 철거되는 추세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서울 곳곳에서 육교 철거를 두고 찬반논란이 일고 있어 여론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학교 앞에 설치된 육교를 두고 학생들의 안전을 주장하는 학부모는 육교 설치를, 주민들은 육교 철거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육교 철거를 두고 찬반논란이 일고 있는 지역을 찾아 양측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육교 철거 문제를 두고 주민과 학부모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보행자 편의와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배려를 위해 주민들은 철거를 주장하지만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통학로 안전을 내세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 앞 보도육교 ⓒ스카이데일리
 
최근 보행자 우선 정책의 일환으로 서울시 내 육교가 하나 둘 철거되고 있다. 도시미관을 헤칠뿐더러 장애인이나 노인 등 보행약자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육교 관리비로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나 육교 철거를 옹호하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이용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혈세낭비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육교 철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학교 인근에서 갈등이 유독 잦다.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안전을 이유로 철거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학부모들의 반대로 육교의 존치가 결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인근 주민들은 육교가 보행자의 편의를 방해하고 있다며 철거를 강하게 주장하지만 학부모들의 눈치 때문에 지자체들이 묵묵부답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녀 안전에 육교 철거 결사반대 vs 주민들은 이용 안하는 흉물
 
종로구 세검정초등학교 정문 앞에 위치한 세검보도육교와 평창동 서울예술고등학교 앞 보도육교는 지난 2015년 안전등급 검사에서 D등급을 받았다. 안전등급 평가는 A부터 E까지 총 5단계로 나뉜다. D등급은 건출물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 혹은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단계다.
 
철거와 재건축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문제를 두고 학부모와 주민들의 갈등이 빚어졌다. 주민들은 노령인구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육교 대신 교통약자를 배려한 횡단보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학부모들은 등하굣길 자녀 안전을 위해 재건축을 통해 육교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은 학부모들의 뜻대로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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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가 서울예고 앞을 찾아본 결과 육교 재건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길을 오가는 시민들은 대부분 육교를 가운데 두고 10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신호등을 이용해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육교 이용이 불가능하지만 정작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 자료: 서울시 통계정보시스템, 신정3동 마을계획단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서울예고 인근에 거주하는 김미경(53·여) 씨는 “여기에 거주한지 꽤 오래 됐지만 육교를 이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조금만 걸어가면 신호등이 있는데 육교를 이용하는 것 보다 그게 더 편리하다”고 말했다.
 
70대라고 밝힌 이철민(남·가명) 씨도 기존에 설치된 육교를 이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계단을 올라가기가 힘들고 겨울이면 미끄러울까봐 걱정돼 이용이 꺼려진다”며 “주민들이 이용을 하지 않는데 굳이 새로 지어야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세검정초등학교 정문과 가까운 곳에 있는 세검보도육교도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재설치 공사가 시작됐다. 주민들은 해당 육교와 불과 150m 떨어진 곳에 또 다른 육교인 신영삼거리 보도육교가 있는만큼 이곳에는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통사고 우려한 주민들 철거 요구에도 지자체 묵묵부답…육교 관리에 ‘혈세 낭비’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 앞 육교도 주민들이 육교 철거를 찬성했지만 철거가 무산됐다. 양천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육교 철거 문제를 두고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45%만이 철거에 찬성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설문조사 참여 인원이 1500명으로 매우 적었고 설문조사 참여 인원의 3분의 1 가량인 500여명이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6월 신정3동 마을계획단은 자체적으로 주민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육교 철거를 찬성하는 답변이 65%에 달했다. 과반수 이상이 육교 철거에 찬성했지만 양천구 측은 80%라는 기준을 마련해 철거를 수용하지 않았다. 육교를 철거하려면 일정 비율을 넘겨야 한다는 관련법이 없음에도 학교 앞에 있다는 이유로 기준을 높게 잡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 일부 주민들은 육교 때문에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육교 근처 사고다발구역 표지판(왼쪽)과 종로구 서울예고 앞 보도육교 공사 안내판 ⓒ스카이데일리
 
철거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오히려 육교가 무단횡단을 부추겨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금옥여고 앞 보도육교 주변에는 무단횡단 교통사고가 잦은 지역이라는 경고 표지판이 붙어 있다.
 
육교 앞 학교에 재학 중인 김민재(18·여) 양은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육교 주변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종종 본 적이 있다”며 “육교를 이용하기는 귀찮고 횡단보도는 멀고 그래서 무단횡단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정자(61·여) 씨도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목격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성격이 급한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너무 위험해 보인다”며 “차라리 횡단보도를 만드는 것이 더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육교를 관리하기 위해 세금도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양천구 관계자에 따르면 금옥여고 앞 육교 엘리베이터 설치비로 3억원 가량이 사용되고 있다. 육교 철거 비용은 1억5000만원으로 예상됐다.
 
지난 2016년 입법 예고된 서울시 ‘도로 등 주요시설물 관리에 관한 조례안’은 지하보도 및 보도육교의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및 노후시설 개선 등의 비용부담 주체는 서울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지하보도 및 보도육교 관리를 위한 예산은 총 761억원이다. 장애인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위해 723억원, 노후 시설 개선비용으로 37억원 등을 각각 책정했다.
 
육교의 존치 이유로 학생들의 안전을 꼽은 학부모들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특히 고등학교 앞 육교의 경우는 학생들의 안전과 육교와는 크게 관련성이 없다는 주장이 많았다. 사리분별 능력을 갖춘 고등학생들의 경우 육교가 없다고 해서 무단횡단하진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김민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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