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곤란한 상황에 빠진 연예인들의 우스꽝스런 반응을 화면으로 내보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 ‘몰래카메라(이하·몰카)’라는 TV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끈 적 있다. 당시 젊은층을 중심으로 생일이나 기념일에 깜짝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잡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몰카라는 개념은 상대방을 놀라게하거나 기쁘게 만드는 깜짝이벤트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몰카’의 개념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단어 뜻 그대로 상대방의 모습을 몰래 카메라에 담는 것을 의미하는데, 저장된 화면을 상대방을 위협하는 끔찍한 도구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공중화장실, 수영장, 대학교, 술집 등 곳곳에서 발생하는 몰카 범죄는 저장된 화면이 인터넷 상으로 확산돼 2·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이처럼 몰카 피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공공장소에 설치된 몰카를 장비를 이용해 탐지해 적발하는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이 제도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여성안심보안관 제도의 실효성 논란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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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가 발전하면서 이른바 ‘몰래카메라(이하·몰카)’ 범죄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몰카 범죄가 더욱 지능화돼 사회적 문제화 됨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전국 건물들의 몰카 설치여부를 점검하는 내용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시 역시 몰카 범죄대책의 일환으로 2016년 8월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를 도입해 현재 운영중이다. 50명의 보안관들이 2인1조가 돼 서울시내 몰카 설치가 우려되는 시설을 순찰하고 점검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는 전년보다 1억원 정도 증가한 8억원 가량의 예산이 보안관 제도 운영에 투입된다.
그러나 최근 여성안심보안관 제도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한 해 적발 건수가 단 한건도 없기 때문이다. 날로 발전하는 몰카 기술에 비해 여성보안관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기상천외한 디지털 몰카범죄 나날이 증가…단속 수준은 ‘아날로그’
몰카 범죄가 날로 고도화·지능화되는 추세다. 볼펜·안경·USB 등의 소품에 카메라가 탑재된 위장형·초소형 제품들이 등장하는 등 수법이 점차 다양화 되고 있다. 물론 범행 대상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지역 몰카 범죄 건수는 매년 2000여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연도별로는 △2013년 1726건 △2014년 2630건 △2015년 3638건 △2016년 1978건 △2017년 2620건 등이다. 지난해 기준 경찰청의 몰카 범죄 검거율은 94.8%에 달했다. 반면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의 몰카 검거율은 ‘제로’였다.
몰카 범죄피해 사례가 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홍기옥(26·여) 씨는 “평소 공중화장실, 특히 지하철 역사에 있는 화장실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시설이 낡았거나 사람들 발길이 뜸한 곳에 있는 화장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잘 안 간다”며 “화장실을 가야할 경우에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형 쇼핑몰이나 마트 등에 마련된 화장실을 찾는 편이다”고 했다.
홍 씨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주위를 둘러보고 이상한 점은 없는지 꼭 살펴본다”며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어 제대로 잘 시행되고 있다는 믿음이 크진 않다”고 덧붙였다.
한희정(33·여) 씨는 “몰래 촬영한 불법촬영 영상이 각종 성인사이트에 유포된다는 뉴스를 접한 뒤로 공중화장실 등을 이용할 때마다 불안하다”고 전했다. 한 씨는 “커뮤니티에 이상한 괴담도 떠돌다 보니 화장실에 들어가면 일단 주위를 둘러본다”며 “화장실 문에 작은 구멍이라도 있으면 볼펜이나 뾰족한 것으로 찔러보거나 휴지로 막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차라리 얼굴을 가리고 볼일을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한 적도 있다”며 “단속의 눈을 피해 찍은 영상을 불법 성인사이트 등에 유포해 버리면 그만인데 여성안심보안관은 설치된 몰카를 찾을 뿐이지 2차·3차 피해는 막아줄 수가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스카이데일리는 몰카로 의심되는 상황을 겪은 여성도 만날 수 있었다. 김은정(29·여·가명) 씨는 볼링장에서 몰카를 경험한 적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남자친구와 볼링장을 갔는데 옆에서 볼링을 치던 남자 한 명이 계속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김 씨는 “스마트폰이 내 움직임을 계속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몰카 범죄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며 “나중에 찾아보니 요즘에는 스마트폰 잠금 상태에서도 촬영할 수 있는 앱이 있고 얼굴만 나체 영상에 합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관련경력 전무, 직무교육 월 4시간 불과…‘이름만 보완관’ 우려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는 몰카 범죄 예방과 동시에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몰카 점검 대상시설은 지난해 지하철역 화장실, 수영장 등 공공시설 위주에서 올해부터는 쇼핑몰·공연장·대학교 등 민간시설로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현재 활동 중인 여성안심보안관 숫자는 50명에 불과하다. 방대한 범위에 비해 여성안심보안과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성 문제도 따라왔다. 여성안심보안관의 활동 기간은 1년이다. 이들은 주 3일, 1일 6시간 근무하며 월 4시간씩 직무교육을 받는다. 자격요건은 만 18세 이상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서울시 윤천희 여성정책담당관은 “행정기관에서 불법촬영방지대책을 추진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를 ‘불법촬영=범죄행위’라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은 물론 이를 근절할 수 있도록 꾸준히 운영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보안관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여성안심보안관 제도가 몰카 범죄의 불안감을 온전히 해소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전 지역을 50명으로 인력으로 단속한다는 것은 보여주기 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신현(29·남) 씨는 “보안관 조끼만 입은 여성들이 몰카 범죄 단속이나 계도활동을 펼친다고 해서 범죄자들이 위축이 될지 의문이다”며 “오히려 보안관이 일반인 여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되레 이를 악용하는 범죄자들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몰카 범죄자들을 단속하고 연행할 수 있는 권한도 없이 단지 몰카 설치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 예산으로 경찰 인력을 늘리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윤수영(31·여) 씨는 “몰카 범죄는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건데 50명으로 서울 전역을 단속하겠다는 것은 뜬구름 잡는 소리 같다”며 “결국에는 몰카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것이 원래 취지가 아니라 경단녀 일자리 창출이 주된 목적인 것 같은데 결국엔 이도 저도 아닌 전시행정이나 다름 없어 보인다”고 힐난했다.
서울시 여성정책과 고광현 팀장은 “여성안심보안관 활동과 관련해 수요가 많으면 우선순위를 정하겠지만 현재는 50명으로 서울 전역을 감당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 팀장은 “아무래도 한 사람이 오래 일하면 능숙하고 효율적이긴 한데, 1년 단위로 활동한다는 점은 비효율적으로 여겨지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인력운용의 일부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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