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단순했어요. 전자매체와 가까워진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고 이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퍼트리자는 취지로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죠. 시작은 미약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 영향이 확대되고 있어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 아동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됐고 점차 후원도 많아져 이제는 책임감을 느끼게 됐죠”
‘책 읽어주는 누나’(이하·책누나)는 2013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어린이도서관 ‘꿈과쉼’에서 시작됐다. 당초 ‘책누나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일종의 문화프로그램으로 시작됐던 것이 이제는 비영리법인으로 거듭났다. 프로그램 수도 늘어났고 활동하는 공간도 다변화됐다. 아울러 이 같은 활동들이 점차 사회로부터 속속 인정받기 시작했다.
어른이 돼서 읽은 동화가 가져온 변화…다양한 이들이 전한 희망
“금융회사를 다니던 시절이었어요. 전공과 상관없는 직장에 다니다보니 무료함을 느껴 우연히 꿈과쉼 어린이 도서관을 들리게 됐어요. 그곳에서 어렸을 적 봤을 법한 동화책들을 한 두 권씩 꺼내 읽기 시작했죠. 어른이 돼서 읽은 동화는 사뭇 아릅답더군요. 정작 어렸을 땐 몰랐던 감동까지 느꼈을 정도였어요. 그 때 영감을 얻었어요.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줘야겠다는 맘을 먹게 된 거죠”
책누나 장수혜(31·여) 대표는 책이 주는 감동을 전달하고 보다 많은 책을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겠다는 일념 하에 그렇게 책누나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혼자 힘으론 불가능하다고 느낀 장 대표는 지인들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한 때 배우생활을 했다는 장 대표가 처음으로 손길을 내민 이는 배우 전수연 씨였다. 전 씨는 현재도 책누나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전 이사의 합류를 시작으로 초반엔 연기자들이 많이 동참해줬어요. 대본을 끼고 사는 사람들이다보니 전달력이 좋아 많은 도움이 됐죠. 그렇게 프로그램이 하나 둘 씩 진행되면서 점차 책누나·책형들도 속속 모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84명의 형·누나들이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고 있답니다”
전수연(32·여) 이사의 본업도 연기자다. 장 대표의 권유로 책누나 설립 때부터 함께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녀는 북 콘서트, 책 경매파티 등 다양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끄는데도 일조한 인물이다. 동료배우들의 기부도 이끌어냈다. 특히 경매의 경우 동료배우 홍광호·류준열·지수·함은정 등이 책을 기부했으며 이날 수익금 전액은 시각장애 아이과 일반아이들을 위한 교육비로 쓰였다.
“권유도 권유지만 아이들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에요. 큰 역할을 아니지만 영화·드라마 촬영 틈틈이 책누나 봉사만큼은 빼놓지 않고 해 왔어요. 어느새 5년이 지났고 제가 책을 읽어주던 아이들과도 많은 정이 들었죠. 이따금씩 제가 빠진 날에 아이들이 절 찾는다는 말에 더욱 책누나 활동에 매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 사고발달에 큰 도움…책 읽어주는 문화 확산됐으면”
장 대표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이를 듣는 아이들의 사고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홀로 읽는 것보다 누군가 읽어줘 이를 청각을 통해 받아들였을 때 보다 뇌리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하루는 아이들에게 안대를 씌워주고 시각장애인에 관한 내용의 책을 읽어준 적이 있어요. 일종의 교육이었어요. 이 일이 있기 전까지 몇몇 아이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 또래를 놀리곤 했었는데 이날 이후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죠.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 깨우쳤던게 아닌가 싶어요. 오히려 서로가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장 대표는 우리사회에 책 읽어주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소망하며 책누나가 그 단초가 되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프로젝트로 시작한 책누나가 법인화 되고 외연이 확장되는 동안 그녀 역시 성장했다. 일종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행보였다. 비영리단체 관련 학위취득을 위해 미국에서 2년 간 유학생활을 보내기도 했다.
“책누나가 커지면서 후원해주는 이들도 지지해주는 이들도 많아지면서 보다 전문적으로 관리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돼 다른 이사진에 잠시 맡겨두고 유학을 다녀왔어요. 복귀는 올 초 했죠. 그간 해 온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넘어 독서문화를 이끌고 책 읽어주는 문화를 진흥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에요”
책누나 구성원들은 당분간 기부행사와 북콘서트 형식을 통해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각종 기부활동에 매진할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외연확장보다 오늘날의 책누나를 있게 한 책 읽어주는 문화의 확산을 위해 주력하겠다는 포부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또한 최종적으로는 ‘책누나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게 이들의 목표였다.
“점차 발전돼가는 활동을 보고 후원해주는 여러 분들이 있어 책임감을 느끼고 또 감사 할뿐이에요. 비록 갑작스러운 영감하나로 시작했으나 지금의 책누나가 가진 목표는 뚜렷합니다.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이들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장학재단으로 거듭날 거에요”
[배태용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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