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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무너지는 지역경제 기반, 다시 살릴 수는 없나(3)

본격적인 지방 도시 간의 경쟁 시작, 나가는 것보다 들어오는 것이 많아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8-11-03 13:06:36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간혹 지방에 내려가 보면서 느끼는 소회가 있다. 혹시 낮 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면 온톤 노인들로 북적거린다. 과거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보편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노인 인구가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보다 지방으로 갈수록 더 확연해진다. 자연스럽게 도시의 활력이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동력이 생겨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간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를 선험적으로 부닥치면서 도시의 재생을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렇다고 모든 도시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성공과 실패의 사례들로 명암이 엇갈린다.
 
성공한 경우를 보면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우선 도시의 미래 색깔을 분명히 정하고 그게 걸맞은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경쟁의 우위에 설 수 있는 모티브를 찾아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폐쇄적이지 않고 외부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노선을 견지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추진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존재하였다는 점이다.   
 
다시 근원적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매력적인 도시를 다시 만들어내느냐로 귀착된다. 매력도가 풍부하면 도시 내로 들어오려는 요소들이 많아질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밖으로 나가는 요소들이 더 많아지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지방 도시들의 고민거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도 원인이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권역 내에 먹거리가 고갈되면서 떠나는 인구가 더 많아지고 있는 점이다. 인구란 태생적으로 먹거리가 풍족하면서 삶의 기반이 보장되는 곳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바야흐로 지방 도시 간의 인구 유입 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런 흐름을 읽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일관하면 경쟁에서 도태되고 종국에는 도시가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지구촌을 훑어보면 이렇게 해서 없어진 도시들이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도 목격된다.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도시의 주민들과 이를 대표하는 리더십이 실현가능하면서도 남과 차별화된 도시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도시 재생과 관련 스웨덴의 말뫼라는 도시가 가끔 소개되곤 한다. 한 때 세계 조선업의 중심지이던 이 도시가 경쟁력 상실과 구조조정 실패로 결국 조선업을 포기했다. 15년 전 말뫼의 상징이던 138 미터의 골리앗 크레인이 단 돈 1달러에 울산의 현대중공업에 팔렸다. 이 크레인이 한국으로 떠나던 날 말뫼 시는 장송곡을 흘려보내기도 했다. 도시로 폐허로 변하고, 상당수 주민들이 말뫼를 떠났다.
 
위기를 통감한 기업인, 노조, 주지사, 대학교수, 주민 대표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10∼2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도시의 모델이 무엇일까를 놓고 소위 말하는 ‘끝장 토론’을 벌였다. 결론은 20세기형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손을 떼고 신재생에너지, IT, 바이오 같은 첨단산업을 신(新)성장 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지금은 유럽을 대표하는 ‘에코(친환경 녹색) 도시’로 변모하였다. 23만으로 줄었던 인구도 34만 명으로 늘어났다. 식품산업단지인 ‘외레순 클러스터’는 스웨덴·덴마크 양국 국내총생산(GDP)의 11%가 나오는 젖줄로 발전했다. 세계적인 바이오·제약 산업 클러스터인 ‘메디콘 밸리’도 이곳에 자리 잡았다. 조선소 본관 건물은 500여 개의 IT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해 있는 ‘미디어 에볼루션 시티’로 변신했다.
 
본격적인 인구 절벽 시대, 도시 간의 사활 경쟁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가까운 이웃인 일본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일본 안경 산업의 95%를 생산(세계 3위)하고 있는 후쿠이 현의 작은 도시 시바에, 갖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 티타늄·형상기억합금 신소재 안경테 개발 등의 차별화로 경쟁력을 유지해 나온다. 일본 내에서 가구당 실질국민소득 1위, 행복지수 1∼2위를 차지하는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마다 인구가 30만 명 정도 줄어드는 일본에서 이 작은 도시는 인구가 계속 늘어 현재는 7만 명에 이른다. 인구 80만 명의 작은 현 후쿠이 생산 제품 가운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품목이 무려 14개나 된다. 사양산업이 어떻게 명맥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후쿠이는 100년 이상이나 되는 안경 산업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1990년대 잠시 중국 저가 안경테의 유입으로 휘청거린 적이 있었다. 당시 ‘기술 혁신’에 사활을 걸고 산업 경쟁력 회복과 도시의 활력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를 통해 안정된 일자리와 완벽한 교육환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후쿠이 모델’은 인구절벽에 선 일본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지방 도시와는 달리 일본의 젊은이들이 가장 와서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이 두 개의 외국 지방의 사례는 이제 막 이런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우리 지방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도시가 사라지거나 피폐해지지 않으려면 당사자인 지역 주민들이 어떤 결단을 내리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지를 암시해주고 있다. 그 과정이 지난하고 처절할 지라도 결과는 그 이상으로 달다는 것도 가르쳐준다.
 
다행히 우리 지방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울산의 ‘수소 경제 선도 도시’, 제주의‘글로벌 블록체인 허브 도시’, 부산·세종 시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시티 시범도시’등이 눈에 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도시들의 재생 관련 테마를 정하여 꿈틀거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또 다시 시대적 제스처나 정치적 구호, 주민 선동 혹은 오도에 그친다면 역사에 큰 누를 끼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공감대이다. 이를 위해 격렬한 논쟁과 이성적 판단에 기초하는 완벽한 도시 재생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과정에 탄력이 붙고 시간이 지나거나 정치적인 리더십이 바뀌더라도 중단 혹은 변질되지 않는다. 그리고 본격적인 도시 간의 사활 경쟁에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인식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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