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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고태경
기업책임 사라진 호출형 계약…노동 안전성 고민해야
인문학 키워드 _ 플랫폼 노동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8-11-24 09:37:11
▲ 문화평론가 고태경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로봇혁명의 시대가 아니다. 생산직 일자리들이 앞으로 크게 감소할 텐데,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노동의 패턴들이 등장한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일자리가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라 그 유형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이해하는 것. 아래 세 가지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소비자와 생산자를 잇는 새로운 토대가 된 온라인 플랫폼
● 디지털 플랫폼 기반 하에 일어나는 노동형태의 변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의 대형 디지털 플랫폼 기업부터 ‘배달의 민족’, ‘우버 택시’, ‘에어비엔비’ 등의 특정 서비스업 특화형 플랫폼 기업의 등장이 이 시대를 특징짓는 핵심이다. 새로운 네트워킹 체제로 인해 노동의 존재방식, 부의 축적방식이 변하고, 사람들의 감성과 지각방식에도 근본적인 전환이 일어나는 시대라고 볼 수 있다.
 
플래폼 기업과 노동의 혼란
 
4차 산업혁명이 ‘정보화혁명’이라 불리는 3차 산업혁명과 구분되는 핵심지점은 바로 플랫폼 기업의 등장이다. 빅데이터와 SNS에 기반해서 개인과 개인을 잇는 네트워크형 기업들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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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대리운전 산업을 보도록 하자. 대리운전 기사가 되기 위한 별도의 자격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업체와 근로계약을 작성하지 않으며, 따라서 특정된 노동의 장소와 시간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특정인이 대리운전 기사가 되는 것은 바로 대리운전 ‘콜’을 받았을 때다. 역으로 ‘콜’을 받지 못했을 때, 이들은 대리운전과 무관한 이가 된다. 고용형태에 큰 변화가 초래되는 셈인데, 먼저 해당 플래폼 기업과 운전기사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이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업무 중 다치면 산재 처리는 가능한가?’, ‘휴가는 있는가’, ‘콜을 대기하고 있는 시간 동안 나는 기업과 무관한 존재가 되는가’ 혹은 ‘최저임금’에 준하는 소득의 보장은 존재하는가, 이들은 우선 플랫폼 기업과의 관계에서 형식적으로 고용관계가 아니라 사업자 간 거래관계의 형태를 갖는다.
 
따라서 플랫폼 산업 하에서 위 질문들에는 모두 부정적인 답이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영국 등에서 택시산업 플랫폼인 우버택시 기사들이 얼마 전 노동조합 결성을 시도하며 회사 측과 법률분쟁을 가져간 바 있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플랫폼 산업에서 노동의 지위가 인정된 사례는 많지 않다.
 
요컨대, ‘호출형’ 계약이라는 새로운 노동형태가 도래한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법적 의미에서의)노동은 ‘근로계약’의 형태를 띠었으며, 각 개인들은 이 근로계약의 법적 절차를 통해 사회의 제도적 망에 들어서게 된다. 노동의 장소와 시간, 노동이 수반하는 리스크에 대한 보상과 안전장치 확보 등은 사회가 노동을 보호하고 통제하는 기본적 장치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내 노동 장소와 시간이 불투명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와 기업 간 계약이 근로계약이 아니라면, 혹은 ‘콜’을 받을 때에만 내 노동이 이 사회에서 유의미한 것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노동양식의 변화와 새로운 사회문제
 
새로운 사회문제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근대 이후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노동과 소비의 연계망을 통해 ‘사회’라고 부르는 것을 형성할 수 있었다. 노동의 ‘근로계약’은 각 개인들을 사회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체제에 연결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고리임에 분명했다. 그리고 국가는 그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시킬 1차적 책임을 갖는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익명적인 존재들이지만, 나와 더불어 다른 누군가가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도록, 혹은 누구나 노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회가 존속가능하게 되는 유일한 기반이라고 간주했기 때문이다.
 
기업 역시 근로계약과 함께 노동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증할 책임을 강요받기도 한다. 이로부터 인권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노동의 권리라는 관념이 생겨났다.
 
그런데 호출형 노동 속에서 이제 국가와 기업의 책임은 모호해졌다. 기업은 운전기사에게 일거리를 적정히 배분해야 할 책무가 없으며, 콜이 이루어지기 전의 준비시간 동안 운전기사는 누구의 책임으로부터도 분리되어 익명 속에 묻히게 된다.
 
근로계약이 없는 새로운 노동형태의 도래는 노동과 연루되었던 수많은 미결의 문제들을 완전히 다른 기반 위에서 다시 제기하게 될 것이다. 고용의 위기는 과연 ‘호출형’ 노동으로 극복될 수 있는가. 비정규직의 문제로 불거진 노동의 불안전성은 플랫폼 노동의 등장으로 더 극단화되는 것은 아닌가. 이 모든 것은 노동계약의 새로운 대안이 요구됨을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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