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은 국내 증권투자자 예탁금을 독점으로 운용하는 동시에 증권을 담보로 금융투자업자들에게 자금을 대출해 주기도 하는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 전담 회사다. 지난 1955년 ‘증권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특정 업무를 수행하여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국가경제발전을 지원한다’는 목적 하에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상법상 주식회사로 설립된 ‘준공공기관’ 성격을 띄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그간 국내 증권사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탁금을 법률에 따라 전액 유치하며 안정적인 손실관리를 해 왔다. 특히 증권사들의 예탁금이 반강제적으로 한국증권금융에 유입돼 따로 영업활동이 필요 없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춘 곳으로도 유명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의 ‘숨겨진 신의 직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갖추고 있다 보니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과 정치인 출신들의 ‘신의 직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유독 낙하산 논란이 잦았다는 의미다. 최근 또 다시 한국증권금융은 낙하산 논란으로 여론의 눈총을 사고 있다. 심지어 기존에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낙하산 인사를 앉힌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증권금융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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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증권금융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그동안 ‘낙하산 천국’이라는 오명에 휩싸일 정도로 낙하산 논란이 잦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가 특히 거세다. 특히 이번에는 새롭게 인수한 기업에까지 낙하산 인사를 앉혔다는 점에서 문재인정부에까지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금융만을 집중적으로 취급·관리하는 기업이다. 1955년 증권사들의 공동 출자로 설립됐다. 현재는 한국거래소가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밖에 한국예탁결제원, 국내 주요 시중은행 등이 주주로 올라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금융이 이렇게 금융당국이나 여당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진행하는 주된 이유로 정부·당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꼽고 있다. ‘관치금융’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특성 상 친정부·여당 출신의 정치인들이 내부인사로 있을 경우 상대적으로 규제나 간섭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공공성이 최우선시 돼야 하는 금융기관으로서 갖춰야 할 재무건전성이나 전문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낙하산 인사의 영향력을 이용해 규제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순 있으나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약화시켜 종국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낙하산 앉힌 증권금융…금융위·文캠프 출신 등 줄줄이 영입
구랍 28일 펀드온라인코리아(이하·FOK)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진 교체 안건을 의결했다. 한국증권금융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FOK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주주총회였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FOK의 대표이사·상근이사·사외이사·상근감사가 교체 또는 선임됐다.
이날 선임된 FOK 주요 인사들 중에는 현 정부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인물들도 더러 속해 있었다. 이번에 처음 만들어진 상근감사직에 내정된 최영찬 전 국회의원 보좌관이 대표적이었다. 최 내정자는 지난 16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재환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 보좌관, 국회사무처 정책연구위원 등을 지낸 정치인이다. 금융관련 업무는 물론 감사직무와 다소 거리가 먼 인물로 평가된다.
한국증권금융 측은 이번 FOF 상근감사직 인사에 대해 “헤드헌팅 업체 등의 자문을 통해 6명의 이사들이 추천한 것이다”며 “경력상 상임 감사 역할을 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행법 상 자산총액이 1000억원을 초과하게 된 금융기관은 의무적으로 상근감사를 두게 하고 있는데 이번에 FOK가 증권금융에 인수되면서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관련업계에서는 그동안 한국증권금융의 인사행태를 봤을 때 결국엔 낙하산 논란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국증권금융을 둘러싼 논란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장인 정완규 사장 역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의 상근감사직도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등 정치인 출신들의 독무대였다. 현직 김기식 상근감사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다. 지난해 김 상근감사 선임당시 사무금융서비스 노조는 “한국증권금융에는 시대를 역행하는 낙하산의 망령이 되살아 나고 있다”며 “경험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몇 단계를 뛰어넘어 상근감사로 내정된 것은 누군가의 외압 없이는 불가능 하다”고 꼬집었다.
한국증권금융 “제재 방어막 위한 생존 비법”…전문가들 “리스크 커지고 시장에 악영향”
한국증권금융은 지난 1955년 증권업계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 전담회사다. 자본시장에 자금과 증권공급·증권업계 공적자금 지원업무 등의 공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준공공기관인 한국증권금융에 이 같은 낙하산 행태가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금융당국과의 관계에서 ‘방어막’을 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터놓고 이야기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이나 정부 인사들이 어느 정도 필요한 역할이 있다”며 “제도개선 등 당국과의 관계에서 그들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민간 금융사에 재취업할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 받을 확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가 금융당국 인사가 재취업한 금융사 51곳의 당국 제재·시정조치 관련 내용을 분석한 결과, 금융당국 출신이 회사에 재취업한 1분기만 지나도 해당 금융사가 제재 받을 확률이 16.4%나 감소했다.
한국증권금융의 경우 준공공기관으로서 증권사들이 의무적으로 전액을 맡겨야 하는 증권예탁금을 법률상 강제적으로 받아 독점 관리하면서 이 돈을 다시 증권사에 대출해 주고 이자를 받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정부나 당국과의 관계가 회사의 생존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현 제도를 지켜 회사의 수익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증권금융이 친정부 인사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증권금융 한 관계자는 “이런저런 인과 관계로 그간 한국증권금융에 공직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계속 영입됐고 특히 감사나 부사장 등 주요 요직에 배치됐다”며 “한국증권금융 내부에서 임원 후보자들이 나와야 하는데 회사의 높은 이익과 존속을 추구하는 한국거래소 등의 주주들은 다른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러한 증권금융의 인사로 인한 ‘제재방어’가 단기적 효과에 그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회사의 재무건전성이나 전문성 등 내실을 약화 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업계 전체에서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증권금융의 부실화로 금융시장 전체에도 악영향을 입힐 것으로 분석됐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당국 출신이 금융사에 재취업한 2분기 후부터는 금융당국의 제재 확률이 낮아지지 않았다. 쉽게 말해 낙하산 ‘약발’도 단기성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재무건전성 등이 악화되는 결과도 나왔다. 이기영 KDI 연구위원은 “금감원·금융위 출신 등이 재취업한 금융사들의 경우 재무건전성 등 위기관리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국증권금융 한 전직 임원은 “금융위 출신들의 경우 완전히 비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행정고시 시험을 봐서 들어온 정책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고 한국증권금융은 시장 쪽이라서 업무 성격 자체가 만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정치권 출신 낙하산들의 경우 부작용 가능성이 더욱 크다”며 “비전문가들이 요직 꿰차고 있다 보니 오히려 기업뿐 아니라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FOK 관계자는 최근 선임된 상임감사에 대해 “정치권 출신 인사라 사실 금융분야에는 전혀 전문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사정이 어려워서 인수된 작은 금융기관에 까지 전혀 연관 없는 비전문가 낙하산을 내려꽂는 행태는 정망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몇조짜리 큰 회사면 모르겠는데 1000억정도 되는 회사에 비전문가 정치권 출신 감사라니 진짜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곽성규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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