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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이한빛·배태용·전경훈 기자]게임 산업은 4차 산업의 핵심으로 불릴 정도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는 산업 분야다. 우리나라의 경우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외화벌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은 지난해 기준 연 매출 13조원의 규모로 성장한 상태다. 해외에서만 21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 효자산업이기도 하다. 게임 산업의 종사자는 7만7000여명으로 일자리 창출 역할도 뛰어나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아 우리 경제의 미래먹거리로 불리는 게임 산업의 전망은 어둡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와 부정적인 사회인식 등으로 인해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각종 요인들이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해외의 경우 게임 산업을 하나의 산업 분야로 인식하고 국가적으로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 규제에 발목 잡힌 게임최강국…해외 후발업체들 추격에 속수무책
올해 초부터 국내 게임시장엔 먹구름이 드리웠다. 김정주 NXC 대표가 자신이 소유한 ‘넥슨’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됐다. ‘넥슨’은 1996년 우리나라 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로 시장에 진출한 후 우리나라가 게임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기업이다.
김 대표의 넥슨 주식 매각 소식은 관련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관련업계에서는 “김정주 대표가 주식 공여문제로 재판을 받으며 심적 고충이 컸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규제 장벽에 한계를 느꼈다” 등의 반응이 나왔지만 종국엔 “김 대표가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피로감을 느껴 결국엔 넥슨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게임 관련 산업에 대한 규제가 유독 많은 편이다. 셧다운제, 결제한도 제한, 게임 과몰입의 질병 등재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이 해외에서는 도입됐다가 사라지는 추세거나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은 사안들이다.
청소년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게임을 할 수 없는 ‘셧다운제’의 경우 게임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일부 국가에서 실시했지만 실효성이 없어 폐지되는 추세다. 성인의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50만원 제한도 개인의 자율성 침해 논란을 일으켜 관련업계와 이용자들의 반반을 사고 있는 규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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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과몰입의 질병 등재를 추진 중인 가운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WHO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를 확정하게 되면 우리도 곧바로 이를 수용해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현재 게임업계는 게임장애 질병코드가 확정되면 관련 산업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산업은 해외 콘텐츠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게임은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고용 창출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강력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범인은 총·칼로 사람을 죽이는 게임의 유저였다’는 내용의 뉴스 등으로 인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결국엔 규제로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는 결국 게임강국을 자처하던 우리나라 게임 산업 위축현상으로 이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 연간호’에 따르면 우리나라 게임 매출은 지난해 기준 57억6400만 달러(약 6조5000억원)로 집계돼 중국(344억 달러), 미국(315억3500만 달러), 일본(177억1500만 달러)에 이어 세계 4위로 밀려났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정부의 셧다운제 실시와 결제한도를 제한 등 게임 규제 정책이 게임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업계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야 한다”며 “게임 업계의 입장을 살펴보지 않는다면 게임 산업이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더욱 큰 문제는 게임 산업은 발전해가고 있는데 정부의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3곳으로 나눠져 있어 업계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며 “국회차원에서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모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국회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콘텐츠 미래융합포럼 정책토론회’에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게임관련 규제가 해결되거나 풀리지 않았다”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개선하지 않으면 넥슨 매각과 관련된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10년 이래 게임에 대한 규제가 심해졌고 과거 정부에서는 게임을 마약에 등치시키기도 했다”며 “김정주 대표가 규제 때문에 회사 매각을 결정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만큼 게임 산업에 씌워져있는 굴레가 심각하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야구·농구 경기만큼 뜨거운 e-스포츠 현장 열기…관람객들 “새로운 문화·인생 활력소”
우리나라 게임 산업 발전의 인프라로 불리는 ‘e-스포츠’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7년 기준 973억원으로 전년의 933억원 대비 4.2% 증가했다.
세부 항목으로는 △방송 452억8000만원 △게임단 예산 206억원 △스트리밍 205억3000만원 △대회 상금 68억9000만원 △기타(온·오프라인 매체 광고 등) 40억원이다. 게임전문 시장 조사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이는 전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13.1%를 차지하는 규모다.
우리나라 e-스포츠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게임은 전문 종목 3종과 일반 종목 8종 등 총 11종으로 나뉜다. 전문 종목은 △리그오브레전드 △피파온라인3 △클래시로얄 등이고 일반 종목은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스타크래프트2 △카트라이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하스스톤 △PES(위닝일레븐) 2018 △펜타스톰 등이다. 스페셜포스, 한빛오디션 등은 현재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상태다.
e-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실제 스포츠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개막전을 비롯해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 시즌3’, ‘피파온라인4 AFATT’,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등의 대회 현장의 반응은 실제 스포츠 게임 그 이상이었다.
가족 관람객도 상당수 존재했다. ‘리그오브레전드’ 개막전의 경우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400석 규모의 개막식 티켓이 단 2분 만에 매진돼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아내·자녀들과 함께 개막식을 찾은 김정태(35·남) 씨는 “게임을 과거 오락실 정도로 보는 사회의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며 “게임을 하면서 가족 간에 화함을 다질 수 있고 무엇보다 가족끼리 같은 취미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피력했다.
포항에서 거주하는 이세영(22·여) 씨는 “페이커 선수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버스 타고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며 “과거 연예인들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던 일명 ‘사생팬’ 문화가 시대가 변화면서 e-스포츠에도 적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카트라이더 게임을 즐겨한다는 조윤호(42·남) 씨는 “e-스포츠는 또 다른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한다”며 “4차 산업 핵심기술의 집합체인 e-스포츠는 보는 것만으로 매우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대는 발전해 가는데 정부가 이를 읽지 못하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요소는 없애고 긍정적인 요소는 더욱 부각시키는 정책적 지원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스포츠의 세계적인 스타 ‘페이커’(본명 이상혁·24) 선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미래 산업을 리드하는 게임이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커 선수는 “학업 스트레스 받는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면서 이를 해소하고 다시 학업에 몰두하는 모습들이 e-스포츠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스포츠들처럼 위험하거나 다칠 걱정 없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게임 산업이 발달하면서 VR(가상현실) 같은 몸을 움직이는 활동 게임도 많이 나올 것이다”며 “게임산업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면 분명 교육적인 부분에도 많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피력했다.
[전경훈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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